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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이번 스페인 여행은 컨셉을 미리 정했습니다. "욕심 버리고 즐기자." 처음 스페인으로 여행지를 정했을 때, 의욕이 앞서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당연, 수도 마드리드와 톨레도는 필수입니다. 그 뿐인가요. 그 도시에서 가장 불행한 자는 맹인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라나다, 유럽과 신세계를 잇는 가교인 세비야 정도는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정이 모자랍니다. 9일이지만 오고 가는데만 이틀 이상이 소요됩니다. 7일간 다섯 도시를 보겠다는건 거의 매일 이동을 의미합니다. 물론 강행군하면 소화 못 할 일정은 아닙니다. 한가지 간과하면 안되는 건, 낯선 곳에서의 이동은 의외로 변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저 거리와 시간 계산해서 딱 맞춰 움직여지지 않고 생각 ..
이번 출장에서는 식사 미팅이 많았습니다. 대단히 특색있는 장소에서 독특하게 맛난 음식을 맛볼 기회였지만, 비즈니스 디너 미팅의 특성 상 사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보다도 두시간 넘는 저녁 자리에서의 이야기가 더 의미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밥자리의 특성 상 가볍게, 하지만 치열하게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상당한 시간 동안은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신뢰를 쌓아가는 자리니까요.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는 독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배웠다는데서 무척 놀라더군요. 지금은 독일에서 한국 기업을 벤치마킹 하고 있거든요. 한 독일 친구, 신음하듯 말합니다. "한국.. 배워도 너무 ..
베를린 호텔에서 모퉁이를 돌면 Kadewe라는 큰 건물이 있더군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며칠 지나니 여기저기 Kadewe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광고는 물론이고 거리 이름에도 Kadewe가 자주 나옵니다. 아이폰의 Lonely Planet Guide를 찾아보니 바로 설명이 나옵니다. 해로즈(Harrod's)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 큰 백화점이라고 합니다. 일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러봤습니다. 5층까지는 일반 백화점과 다르지 않아 그냥 무덤덤했습니다. 그러나 6층에 가본 순간, 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커피, 차, 향신료, 초콜릿, 햄, 소시지, 와인, 조미료 등등 각 카테고리 별로 기기묘묘한 세상 제품들이 다 진열되어 있습니다. 수입품이 많아 다소 럭셔리풍이지만 가격이 황당하지도..
세번째 방문이라, 베를린에 딱히 더 가볼 욕심나는 곳은 없고, 이번 출장은 일정상 여유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잠시 짬이 났을 때도 어딜 가볼까 고민만 하다가 느닷없이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고궁을 향했습니다. 샬로테의 성이란 뜻 그대로, 빌헬름 3세의 왕비인 샬로테를 위해 지었다는 궁전입니다. 정궁은 아니고 여름궁(sommerpalast)이라 정교하고 화려한 맛은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그 규모와 궁 곳곳에 스며있는 왕가의 위엄은 대단했습니다. 베를린 최대의 고궁이라할만 합니다. 샤를로텐부르크에서 내내 느낀건 딱 한가지입니다. "역시 베르사이유야." ㄷ자 모양의 건물이나, 궁앞 철창, 철창의 금장식이며 보자마자 베르사이유가 떠오를 정도로 구조가 닮았습니다. 베르사이유는 실상 유럽 궁전의 전범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