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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 끝인가에 사형제도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녀석들이 아직 어려서인지, 당위로만 세상을 이해합니다. 나쁜 사람은 벌받아야 하고, 제일 큰 벌이 단지 사형이라고만 알고 있지요. 경험과 사색 끝에 나온 사형 찬성이라면 이해할만 하지만, 피상적인 이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형이란게 결국 그 죄인의 목숨을 뺏는 일이야. 그래서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나라가 많은거란다. 예를 들어, 사형수가 너라면, 혹은 가족이라면, 죄를 지었다해도 죽임을 당하는게 슬프고 힘들겠지? 더 큰 일은, 누군가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데, 법을 지키는 일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직업으로서 살인을 해야 하는거거든. 옛날 망나니가 그랬듯. 정의를 위해 살인을 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잠시 생각 후. 큰 아이: 그럼 다른..
1. 배경 -I씨는 평소에 집안일을 돕고자 하나, 스킬 부족으로 요리 등의 상급 직무는 고사하고 설겆이 등 하급 업무도 위탁받지 못함 -결국, I씨는 최하급 업무인 재활용 쓰레기 분류 및 청소(vacuum)업무만을 위촉 받은 형편임 -참고로 I씨는 11세 딸과 9세 아들 S군을 두고 있음 2. 전개 -혼자 청소기 돌리고 재활용하는게 지루함을 느낀 I씨는 당시 방년 7세 9세 S군에게 마수를 뻗음 -(녹취) "아들아, 청소는 남자의 로망이란다." "왜요?" "좋은 질문이다. 첫째,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며, 둘째, 환경을 보존하고 지구를 구하는 일인 한편, 마지막 가장 중요하게도 이 일은 힘이 많이 필요하므로 사나이만 담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어때, 아빠 보기에 우리 아들은 ..
막내가 요즘 영어를 배우는 중입니다. 원래 영어를 질색했었거든요. 배우고 싶다기 전까지는 안 가르치는 교육방침이므로,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요즘에야 영어에 관심이 생겨서 학원을 다닙니다. 언어에 재능이 있는 누이는 빨리 깨우친 탓에, 집에서 영어 모른다고 놀림이 되곤 했지요. 지금 phonics 과정이라 자음모음을 음가로 읽습니다. 까막눈이었던 아이가 떠듬떠듬 읽는게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영어단어가 보이면 식구마다 막내에게 읽어보라 재촉합니다. 이런 식이지요. 책 하나를 보여주며, 읽어보라고 하면, 이렇게 읽습니다. Bo by for li fe 보 디 훠-ㄹ 리풰 우리말로 적다보니 좀 이상합니다만, f-sound r-sound 모두 확실히 잘 합니다. 맥락없이 음가로만 읽어서 탈이..
멧토끼라고 들어보셨나요. 뜻으로 보아 산토끼임을 알겠는데, 예전 교육이 그런 탓인지 동요 탓인지 저는 산토끼보다 멧토끼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책을 보다 막내가 뜻을 묻길래,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하고 알려줬습니다. 녀석은 산토끼면 산토끼지 뭐 그리 복잡하냐고 볼멘 소리를 합니다. 곁에 있던 누나가 나서서 아는 척합니다. 山을 메 산이라고 읽지? 그리고 산에 사는 돼지는 멧돼지지? 그러니까 산에 사는 토끼는 멧토끼인거야~누나에 대해 존경심이라곤 털끝마저 없는 막내가 받아칩니다. 그럼 山짜 들어가는 말은 다 멧이냐? 산에 불나면 멧불이라고 해??음.. 아빠는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_-
TV를 안보니 아이들은 일요일에 일어나자마자 보통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지난 일요일엔, 아이들은 아침부터 보드게임을 한판 합니다. 추리판을 뒤로 숨기고 끙끙거리며 열심히 문제를 풉니다. 잘 노나 싶더니 지기 싫다고 아우성입니다. 다른 때는 안 그렇다가 이런 사소한 일에만 승부욕을 부립니다. 보드를 정리하도록 하고 아침을 먹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이 어떤 건지 물었지요. 두 녀석 모두 가시고기를 보고 있습니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진도가 다릅니다. 토론하기가 어려워, 둘 다 읽은 최근 책을 물으니, '자전거 도둑'을 댑니다. (F, D, S는 전편 참조) F: 그래, 어땠니? D: 재미 없었어요. S: 재미 있었어요. F: 오호, 그래? 한사람은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은 재미없었다.. ..
유람선 잘 타고 내린 후 아빠는 슬슬 피곤합니다. 아이는 오랫만의, 아니 인생 처음 아빠와의 가출인지라 집에 들어가기 싫어합니다. 좀더 산책을 하자고 우깁니다. 그러마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방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 지역이 나타나버렸습니다.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날리 만무입니다. -_- 예비 옷이 없어 약간 걱정을 하는 듯 했습니다만, 반바지와 샌들이라 괜찮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바지 다 젖겠군.. 걱정하던 아빠의 우려가 무색하게 아이는 그새 훌쩍 자랐습니다. 제법 깊어보였던 물이 무릎까지만 닿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세상 가장 환히 웃었습니다. 배 타고싶다면 배 태워주고, 돈까스 먹고프다면 제꺽 대령하고, 업히고 싶다면 업어주고, 원하는건 군소리없이 다 해 준 하루입니다. 평소에 잘 안먹..
아이의 오랜 기다림 끝에 배는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타이타닉을 타고 희망을 찾아 떠나던 열혈 청년 도슨처럼, 아이는 미지의 꿈에 부풀어 배에 오릅니다. 배에 올라서야 표정이 한결 밝아지는군요. 신중한 아이지요. -_- 배의 이물과 고물, 좌현, 우현을 다 돌아 봤습니다만, 경치도 좋고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았던 자리는 전망좋고 바람 시원한 사나이의 로망 이물이지요. 배가 '한강의 해적' 컨셉이라 좀 요란합니다. 선장 아저씨도 콧수염 멋지게 기르고 해적 옷을 입고 있습니다. 아빠 눈엔 영 시덥지 않은데, 아들은 눈이 휘둥그레 수많은 스토리가 머릿속을 교차하는 듯 합니다. (계속)
가출의 원래 목적지는 선유도였습니다. 막연히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여의도와 가까워 가보려 했지요. 양화지구에 도착하니, 아이는 유람선 타고 싶다고 반색을 합니다. 몇주전 유람선을 조르던 것을 오냐오냐 무마하기도 했고, 아들과의 소중한 데이트이기도 해서 유람선 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장마 직전이라 날씨가 참 애매했습니다.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하니 저기 배가 떠나고 있네요. 참 타이밍도 절묘합니다. -_- 다음 배는 두시간 반 후에 있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 하고, 원래 목적지인 선유도에서 놀기에 오히려 시간이 빡빡할까 걱정입니다. 어차피 가출한 마당이라 남는게 시간 아닙니까. ^^; 선유도 공원은 역시 잘 왔다 싶었습니다. 환경과 어우러진 설계로 편히 자연을 즐기게 됩니다. 풀과 고기, 울..
다음주에 큰 녀석 기말 시험이 있습니다. 엄마와 딸은 전시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녀석도 초등학생이니 마찬가지로 시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들내미는 엄마가 시험 준비를 보살피는 대상이 아니라, 누나 시험 공부에 방해물로 포지셔닝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알다가 모르겠습니다. 아마 큰 아이가 더 정이 가서 그럴까요. 아무튼, 누나와 엄마에게 주말동안 구박받을 막내 구제를 위해 부자는 집을 나갔습니다. 사실 아빠도 집에 있으면 누나의 트레이너인 엄마에게 밥달라 놀아달라 성가스럽기 마찬가지라 일찌감치 제 살길 찾아보려는 뜻도 있습니다. -_-; 마침 노트북 고칠 일이 있어 부자는 일단 여의도로 향했지요. 가는 도중, 아들이 돔형 지붕을 가진 국회의사당을 보더니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일을..
요즘 초등학교에는 반장이 없더군요. 대신 회장이라고 합니다. 예전처럼 선생님이 학기초에 임명하지 않고, 추천과 투표에 의해 뽑습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집에 돈이 많다고 꼭 뽑히지는 않기 때문에 나름 어렵습니다. 초등 2학년인 둘째가 올 봄에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실은 회장되게 하고 싶은 엄마 마음에, 학기초에 연설 연습을 시켰다지요. -_-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들어보고 쉽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다듬어 주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 우리 반을 웃음이 피어나는 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저를 꼭! 뽑아주세요. 보통 회장선거에 나오는 친구들이 하는 말들이 매우 비현실적이랍니다. 최고의 반을 만들겠다던가, 친구들에게 봉사한다느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좋은 말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