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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다섯 번째 답사 여정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건축가 김태수의 작품으로, 두가지 포인트가 관심이었다.첫째,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중시한 건축가의 이념.둘째, 당시 위세 등등한 스폰서였던 군부의 위세에도 눌리지 않은 당당함. 둘째 관련해서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김태수 건축가가 선정되어 설계안이 나왔을 때, 정부관계자가 주장했다."국립미술관인데, 좀 더 한국적인 색채가 들어가야 하지 않겠소? 팔각정을 얹는게 어떻겠소?""지금 저게 한국적인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팔각정이 조선적인 요소지 어째 한국적이란 말입니까?" 그래 그거다. 한국적이라하면 왜 고전미만 생각하는지.그 당당함이 좋았다.재미건축가였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좋았지만, 내부에 빼곡한 미술품들의 창의가 즐거웠다...
"따라 와라." 대학본부로 차를 몰았다. 다행히 당직 서는 분이 한 분 계셨다.문 두드리고 사정을 말씀 드렸다. '이러 저러해서 우리 딸에게 건축조경전문대학원을 보여주고 싶은데 못 찾겠습니다.''네.. 우리 대학원에는 전문대학원은 세가지가 있고 블라블라.. 하지만 건축조경전문대학원이란 없습니다.''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약 5년전 부터 검색에서 사라졌습니다.''흠.. 그런가요?' 나와 딸의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 기록을 보여 드렸다.순간 반짝.. '그렇다면 잠깐 기다리세요. 예전부터 계시던 선생님께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영하 십도가 넘는 추위에, 얼고 딱딱해진 몸을 따뜻한 방 의자에 앉아 좀 녹일 무렵,행정실 직원분이 다시 오셨다. '다른 선생님이 4년전에 그런 건물을 본 적이 있다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답사다. 서울대 병원이 미스테리 퍼즐을 풀어 나가는 인디아나 존스형이라면, 이번 답사는 징글징글 몸 고생이 심한 007 카지노 로열 스타일이다. 딸이 가고 싶어한 곳의 이름은 정확히 '경희대 건축조경 전문대학원'이다.서현의 책에서 찜해둔 곳이다. 당연히 휘경동으로 가려 했지만, 다행히 딸이 미리 알려줬다. "아빠, 서울 아니고 수원캠퍼스에 있대요." 날을 잡아 용인으로 향했다.출발한지 30분도 안되어 금방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도착한 것 까지는 좋았다. 어디지? 사실 문제의 조짐은 출발 때 느껴졌다. 차량에 붙은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내비에서 모두 목적지인 건축조경전문대학원 이름이 안 떴었다.가끔, 정확한 이름이 아니면 안 뜨는 경우가 있어 그렇거니 하고 가장 비슷한 예술디자인대학원..
셋째 장소는 김옥길 기념관.연대와 이대 사이에 있다. 이화여대 교정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갔는데,새삼 이대의 리노베이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예전에는 이 캠퍼스가 좁고 답답한 느낌이었는데,이젠 탁 트인 공간에 잘 쌓여진 유틸리티 공간. 김옥길 기념관은 몹시 실망스러웠다.건물 자체는 미감이 있으나, 카페로 사용중이라서 그런지 관리가 엉망이다.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비단 옷 입고 부엌일 하는 가난한 손녀의 모습. 스스로 택한 것도 아닐테고 삶에 부식되었으니 남루하다 말하기도 어렵다.안에 들어가려던 계획을 접었다.차 한잔 마시며 콘크리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감상하려던 것인데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건물의 명칭을 준 인물에 대한 매력도 못느끼던 바다. 건축이 그런게 재미나단 생각을 했다.기능과 예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