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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지금까지 가장 맛나게 마신 커피는 무엇이었나요? 전 매우 춥던 날 파리 몽마르트 언덕 아래, 이름 없는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습니다. 당시 폭설과 이상 한파의 겨울날씨와 어울렸고, 걷다 잠시 들러 마시기엔 작은 사이즈가 좋았으며, 살짝 단맛 감도는 풍미가 유별났고, 몽마르뜨 성혈성당의 여운을 잇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당시 지불한 커피 가격은 1유로였는데, 이 느낌을 재현하는데 얼마를 지불할까요? 어쩌면 100유로도 아깝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인생 커피였다면. 저자는 이 지점을 파고 듭니다. 그냥 커피 원두를 파는 범용품(commodities), 커피 한잔을 파는 재화(goods), 스타벅스나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분위기까지 파는 서비스(service)를 넘어 독특한 인상과 기억을..

세상엔 점진적 기술이 있는 반면, 비가역적이며 단절적 기술도 있습니다. 3D 프린팅은 어디에 속할까요? 천상 글쟁이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를 읽고 3D 프린팅의 무한한 가능성과 매력에 빠졌던게 벌써 근 10년이 되어갑니다. 당시의 황홀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일상은 그대로 같습니다. 아직도 우린 대량생산을 하고, 노동자가 손품을 들여 물건을 만듭니다. 그래서 3D 프린팅은 아직 요원한 기술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다소 음모론적 시각을 갖고 있는 다베니 교수의 주장은 명료합니다. 이미 물밑에선 3D 프린팅을 적극 채용하는 대기업은 많다. 그들은 커질지기 전에 알려지지 않길 원할 뿐이다. 크리스 앤더슨의 10년전과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앤더슨은 소량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라면 먹을 때 어떤 취향이신가요? 면을 그대로 넣는다 vs 반 접어 넣는다 스프 넣고 물 끓으면 면투입 vs 면이 익으면 스프 투입 꼬슬한채로 먹는다 vs 부들부들 푹 익힌다 계란을 추가한다 vs 계란 절대 반대 햄이나 참치를 넣어도 좋다 vs 햄참치 결사 반대 대파를 넣어도 좋다 vs 파 절대 반대 치즈를 마지막에 올려도 좋다 vs 치즈 절대 반대 좀 더 갈래가 있지만 전형적인 선택지고, 이 조합에 따라 라면의 맛은 무궁하게 달라집니다. 취향이 사람마다 다 다를테지요. 이 작지만 장대한 라면 세계관에는 호화현상, 캡사이신의 지용 프로세스, 끓는점의 화학 뿐 아니라, 어릴 적 어머니의 보살핌의 추억이나 추운날 따끈했던 기억까지 한사람의 세상이 레시피에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라면 레시피는 쌍둥이도 다를수 ..

지인 소개로, 미슐랭 받았다는 삼청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이곳은 매번 코스요리의 컨셉이 있는데, 전에 갔을 땐 '별의 향기를 맡다'는 주제로 어린왕자가 나오고 그랬다. 이번엔 영화테마라고 한다. 메뉴와 빵 차림부터가 심상치 않다. 처음엔 영화 매거진에 이 식당이 소개되어 잡지를 디스플레이 해 놓은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그냥 매거진을 차용해 메뉴를 만들었단다. 전체 코스가 영화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는데 소개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뉘벨 퀴진 계열의 프렌치 요리에서 셰프가 내는 한턱인 아뮤즈 부시. 그냥 예쁜 애피타이저 같지만, 내면은 다르다. 영화관의 3대요소인 땅콩, 팝콘, 오징어를 재료로 쓰고, 트러플 같은 재료로 프렌치스럽게 해석했다. 여기서 이미 머리를 띵 한대 맞은 느낌. 아뮤즈 부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