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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딱딱한 역사책일거라 각오하고 샀는데, 알고 보니 재미난 카툰이었다. 만일 이러면 왠지 수지 맞은 느낌일겁니다. 이 책이 딱 그랬습니다. 일에 필요해 공부하려고 읽었는데,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문장이 유려해 술술 읽히고, 한눈 팔기 어렵게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책은 15개 챕터에 걸쳐 성장, 사랑, 식욕, 성 등 인체의 작동을 관장하는 다양한 호르몬을 설명합니다. 각 챕터는 어떤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해당 호르몬과 관련한 과학자나 의사의 분투를 적는 일관된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눈에 보면 어이없는 생각, 황당한 실패, 집요한 노력, 과감한 가설과 끈기 있는 실험 등의 이야기가 천일야화처럼 흘러나옵니다. 그러면서 해당 호르몬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깊어집니다. 의외로, 책의 일관된 형식이 주는..
연초에 뜻한 바 있어, 습관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저답지 않은 일, 가장 미친 생각(craziest idea)을 하나 실행하자 해서 스윙 댄스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댄스 교습을 오가며 귀찮음을 이기고 힘을 내기 위해 읽던 책입니다. 춤추는 신경과학자 둘이 함께 쓴, 이 책은 여러 모로 독특합니다. 고대 인류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을 춤을, 현대과학의 정수인 뇌과학으로 해부합니다. 춤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서, 건강, 노화, 사회생활 면에서 꼼꼼히 훑습니다. 춤추며 몸 움직이면 좋으리라 대략 짐작 가지만, 과학적으로 왜 그런지 알게 되고 이런 작용도 있구나 새로 깨닫기도 합니다. 예컨대 춤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건 자명합니다. 그러나 신..
관절이 안 좋을 때 고양이를 삶아 먹으면 좋다. 이 명제에 얼마나 긍정하시나요. 들어는 보셨나요? 요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홍역을 치른다는 말 자체도 염병에 대한 공포가 녹아 있는 관용구인것도 아이러니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돈의 세월이다보니, 생존을 위한 도마뱀의 뇌들이 기세를 잡고, 본능적 사고가 과학적 사고를 압도하기도 합니다. 가장 압권은 소독제를 복용하거나 주사하면 어떠냐는 트럼프의 제안으로 혼선만 더했던 상황입니다. 트럼프만 멍청하냐하면 그도 아닙니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가면 영국의 영원한 왕세자 찰스 씨도 유명합니다. 동종요법에 빠져 허약한 나라의 건강보험 체계와 불쌍한 사람을 구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다, 점잔 빼는 왕립 의사 협회의 경고를 받기..
얼마 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이 되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의 초기작 '살인의 추억'은 꽤 오랫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았었기에 관심을 모으기 좋은 스토리였고요. 어떻게 그런 연쇄살인범이 잡히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 봉감독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범인과 시대의 갭(gap)이었다." 원한이나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병적인 심리로 사람들을 상하게 하는 연쇄살인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선진국형 범죄입니다. 살인의 추억 당시엔 아직도 우리나라 경찰에선 그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봉준호 감독은 꽤나 명료하게 표현했습니다. 한편, 이런 사회구조적 변화를 읽으면서 미리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윤외출과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지요.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