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님께서, 저는 아이 영어 공부 어떻게 시키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마침 유사한 질문들을 몇 번 받기도 했고 서로 공부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에 포스트로 적습니다.

1. 학원에 대한 관점
전 영어학원 안 좋아합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어 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학원 보내기 싫어합니다. 돈도 아깝지만 아이들 시간이 더 아깝습니다. 지금도 두 녀석들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건, 소위 말하는 '잡기' 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사교육입니다.

딸= 농구 교습, 영어 학원, 컴퓨터 (영재반은 무료)
아들= 농구 교습, 농구 클럽, 축구 클럽, 피아노, 영어 학원

아들은 완전 운동권입니다. 둘 다 영어 학원을 안다니다가 작은 녀석은 4학년인 올해부터, 큰 녀석도 그즈음 시작했다 한 해 쉬고 다시 몇 달전 시작했습니다.


2. 집에서 가르치기
일단 영어만 놓고 보면, 전 문법 다 필요 없고 문장을 통으로 외우게 시켰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 공부는 그렇게 했습니다. CD에 원어 녹음 된 쉬운 교재를 삽니다. 동화나 과학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며칠 시간을 주고 외우게 합니다. 처음에 한번 같이 읽어주고 간단히 뜻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들입다 노래처럼 외우게 합니다.

제 목표는 '툭치면 바로 입에서 말 나오게' 하는겁니다. 그러려면 문형이 뇌에 프로그램되어 있어야 합니다. 말하는게 우선입니다. 바쁜데 주어가 뭐고 동사가 뭔데 복수, 단수 따지고 과거, 현재 따지다보면 말은 한마디도 못합니다. 문형이 통째로 튀어 나와야 합니다. 다만 상황 따라 단어만 바꾸면 됩니다. 저도 예전에 이렇게 영어 공부했습니다. 팝송으로 했지요. 저 어렸을 때는 외국사람 구경도 힘들었지만, 만나니 의외로 말이 그럭저럭 나왔습니다. 그 효과를 체험했기에 믿습니다.

큰 애가 처음 영어 스크립트 외우기 했을 때 온 식구가 깜짝 놀랐습니다. 발음이 원어민에 가까왔거든요. 아는 문장은 똑부러지게 말했습니다. 욕심에 좀 더 가르친다고 학원에 보냈다가 발음 망가지고, 문법 생각하는 보통 소녀가 되었지요. 지금도 후회합니다. 아무튼, 저학년 동안 그렇게 집에서 놀면서 했지만, 분당 영어학원에 테스트하니 몇 년 다닌 애들보다 쳐지지 않는 반에 들어갔습니다. 성과가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3. 학원을 보낼 때
물론 집에서 계속 이렇게 하긴 어렵겠습니다. 말만 한다고 학교 공부를 쉽게 따라가지 않으니까요. 전 학교 시험점수를 크게 생각 안합니다만, 또 무시하기도 어렵지요. 그리고, 집에서 수준 있게 가르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요 전번에 학원 보낼 때, 제가 영어 학원 가서 선생님 만나 면접을 했습니다. 영어는 잘 하는지, 아이들 어찌 가르칠지. T님 말씀한 G학원을 그렇게 선택했지요. 동네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교재도 나쁘지 않고 괜찮게 가르칩니다. 걱정 마세요.
학원은 제가 싫어하는 점이 두 개입니다. 
첫째, 부모한테 하는 척 보이려 숙제를 과하게 냅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같은 문장 몇번 쓰기 이런 거 합니다. 애들 손만 갖고 숙제합니다. 졸려서 눈이 허얘져서도 아무 생각 없이 합니다. 전 그런 숙제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안하면 망신당한다고 애들 시간을 적잖이 뺏깁니다.
둘째, 어느 정도 해도 상위반 진급을 잘 안 시킵니다. 실력이 안된다고 하는데, 뜯어보면 돈 내고 수업을 더 들어야 통과하는 시험을 섞어 놓습니다. 우스운건 상위반의 수준이 종이 차이입니다. 그런 단계를 무수히 만들어 놓고 몇 달씩 걸려 학원을 다니게 합니다. 무슨 RPG 게임 같습니다. 렙 노가다를 시킵니다.
그래서 전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활용하려 합니다. 적절히 다니다가, 애들 지루해 하면 그만 두고 놀다가, 다시 다른 학원에 시험봐서 들어가도 진도가 훨씬 빠르죠.


4. 공부의 시기에 관해서
T 님, 영어 공부에 늦고 빠르고는 없습니다. 아예 원어민 속에서 영어에 젖어 살게 한다면 빠른게 좋습니다. 아니라면, 아이가 좋아할 때 시키시는게 맞습니다. 전 영어 알파벳을 중학교 때 처음 배웠습니다. 그래도 영어로 먹고 사는데 큰 지장 없습니다. (물론, 중고등 때 영어 공부 많이 했지요. ^^)


5. 영어는 말이고, 결국 재미다
다만,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도록 노력해 보세요. 영어는 언어입니다. 공부처럼 한다면 어찌 늘겠습니까. 왜 영어를 하면 좋은지, 실제로 네가 잘하니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가르쳐 주세요. 직접 영어로 대화 못해준다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예전에 파주 영어마을 가봤는데 애들이 좋아하더군요. 주위에서 영어 원어민을 찾아보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애들에게 기회와 재미를 주세요. 전 아이에게 원어민 선생님 고향 알아오기, 학교 알아오기 등 미션을 줍니다. 수업 이외에도 애들은 말 걸고 이야기 나누고 와야 합니다. 선생님도 애들이 관심가져주면 좋아하더군요.

떠오르는대로 제 방법과 생각을 적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좋은 방법 있으면,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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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ead&Lead 2009.05.04 23:16

    제 영어공부에 적용시키고 싶습니다. ^^

  2. BlogIcon Read&Lead 2009.05.04 23:20

    inuit님께서 너무도 통렬하게 영어공부법을 적어주시는 바람에 잠시 본분을 잊었습니다. 제 딸아이 공부시키면서 제 공부도 같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9.05.05 10:11

      하하하
      댓글이 너무 경쾌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
      따님 배위에 올리고 영어 가르치는 '스킨십 잉글리시'를 개척해 보심이... ^^;

  3. 시기시기 2009.05.05 01:48

    스피드 리딩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영어 원서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인데요.
    골자는 text를 보는 순간 모국어처럼 머리속에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로 다독하는 것이죠. 이미지 연상 기억법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한글책을 읽는 속도로 원어를 읽을 수 있다면(분당 500단어 이런식으로 속도를 측정하죠), 머리속에서 문장을 만들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동안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 중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고 그에 맞는 말들이 술술 내뱉어 진다는 학습 방법입니다. 학습 방법을 제안하신 분이 주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전파를 해왔지만, 최근 책도 발매 됐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5.05 10:12

      소개 고맙습니다.
      스피드 리딩이 어떤건지 궁금해집니다.
      찾아보니 책이 나와 있군요. 시간내서 읽어보겠습니다. ^^

  4. BlogIcon 쿨짹 2009.05.05 05:47

    저도 이 방면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철학이 있고... (물론 아버지의 철학을 물려 받은 부분이 많겠습니다만...) 그래서 꼭 트랙백하고 싶습니다. ㅎㅎ
    전 아직 엄마도 아니지만 말이에요. :)

    잘 지내시지요? 트위터에서 보면 너무 바쁘신 거 같아요. ㅠㅜ

    저는 많이 나았답니다. ㅎㅎ

    • BlogIcon Inuit 2009.05.05 10:19

      와.. 공부선수인 쿨짹님의 철학이라면 굉장할듯 합니다. ^^
      기대가 몹시 되는걸요. ^^

      나았다니 다행인데, SI는 아닌걸로 판명났나요.. 걱정되던데..

  5. BlogIcon 엘윙 2009.05.05 13:10

    걱정이네요.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고 면접보던 시절이 아주 먼 옛날처럼느껴집니다. 여기 입사해서 영어로 한마디도 안해봤습니다. 써먹지도 않을 거면서 영어 잘하는 사람은 왜 찾나 몰르겠군요.

    • BlogIcon Inuit 2009.05.05 13:12

      호곡.. 엘윙님도 영어 선수!! ^^
      옷 잘 입는 사람 뽑는거랑 같은 이치겠지요. -_-

  6. BlogIcon 이승환 2009.05.05 14:30

    inuit님의 아들딸보다 제 영어 실력이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구토 및 자괴감이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꾸우

    • BlogIcon Inuit 2009.05.05 22:35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어 까지 통달한 사람이 무슨... ^^

  7. BlogIcon 토댁 2009.05.06 09:09

    친절하신 울 inuit님^^

    학원 선생님을 만나 면접을 하셨다는 말씀에 ㅋㅋㅋ..
    저도 학원 선생님을 꼭 만나지만 님과는 차원이 다르네요..ㅎㅎ
    제가 영어를 못하니 잘 하는지 어쩐지 모르겠고 그냥 교재랑 열의랑 학원 분위기를 열심히 보고 아이의 수준을 정확히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일단 부모의 관심이 있느야 없느냐가 아이들이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하느냐와 연결되는 것 같아 매일 그 날 한 내용을 제 앞에서 읽게 하고 있씁니다.

    buckshot님 말씀처럼 같이 공부해야 할까봐요~~..^^

    포스팅 감사합니다.

    저야 뭐 이름 밝히셔도 아무~~~상관없습니다만, 님꼐서 배려로 이니셜로 말씀해 주셨네요..히히..감솨~~~~~

    • BlogIcon Inuit 2009.05.06 23:20

      맞습니다.
      부모의 관심이 제일 중요한듯 해요.
      아이에게 칭찬도 많이 해주고, 읽는것도 들어주는 그 시간이 중요하지요. ^^

  8. BlogIcon 레이먼 2009.05.07 08:44

    Inuit님 말씀처럼 언어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제 아들의 경우에도 한글공부는 주로 책상에 앉아서 쓰기, 읽기 방식으로 하는데 이걸 엄청 싫어 합니다. 그런데 영어의 경우는 DVD를 보거나 CD를 켜 주면서 하는데....요건 투정을 부리지 않더군요.
    위의 방식으로 하니 아들이 생각하는 공부란,
    한글은 재미없다.
    영어는 재미있다 라고 느끼는가 봅니다.

    좋은 글 읽고 나갑니다.

    • BlogIcon Inuit 2009.05.08 00:11

      네. 잠시 하다 치울거 아니면, 재미를 갖고 스스로 하도록 도와주는게 부모의 역할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처럼 쉽진 않지만요. ^^

  9. BlogIcon 진주귀고리 2009.05.12 08:54

    정말 구구절절 맞는 말씀 잘 읽고 갑니다.
    사실 지난주에 읽었었는데
    이제야 답글을 다네요.
    한국에 오랫만에 와보니
    예전 저희 학교다닐때보다
    영어공부가 더 치열하고 심각하네요.
    다들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텐데..
    맹목적인 학원교육가운데서도 잘 되는 아이도 있지만
    그 안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예요..

    • BlogIcon Inuit 2009.05.12 22:00

      네. 정말 그래요.
      문제는, 의미없이 치열하고, 애 잡도록 심각합니다.
      뭘 위한건지.
      모두가 냅다 달려서 결국 별 차이도 없어요.
      뒤지는걸 두려워하는 마음 뿐이죠. -_-

  10. BlogIcon mahabanya 2009.10.06 13:19

    영어공부를 할 때 상당히 큰 문턱이 '불규칙'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자주 사용하는 동사의 불규칙 변형이다보니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익숙해지기 전까지 상당히 난감하고, 거기다 시험문제는 순 불규칙만 내기때문에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나 생각해요. 관련된 글을 트랙백으로 남겨봅니다.

    • BlogIcon Inuit 2009.05.06 23:21

      도대체 규칙이 없죠. -_-;
      트랙백 가서 읽겠습니다. ^^

  11. 숏다리영감 2009.11.03 22:21

    영어에서 불규칙동사가 많습니다. 꽤 까다롭지요. 거기다가 자주쓰는 일상동사들이 대부분 불규칙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깨우친것 하나는, 말은 말하기 편해야합니다. get동사가 규칙이 되어서 geted, geted로 된다면, 겟, 겟티드, 겟티드 무척 단어가 길어집니다. 그냥 겟, 갓, 갓 얼마나 편합니까? 그래서 자주사용하는 단어는 발음이 쉽게 변했고 자주쓰면 자주 쓰는만큼 발음이 편한 단어를 찾는 다는 것입니다. 어느순간 불규칙이 편하다 생각하면 영어가 쉬워진다는 겁니다. 저요, 아직은 머리속으만 영어를 하는 사람입니다.

    • BlogIcon Inuit 2009.11.03 22:34

      말은 습관 같습니다.
      그래서 원칙으로 커버 안되는 경우가 많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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