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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아들아, 잘 달렸다

Inuit 2009. 5. 11. 00:03
전에 말했듯 제 아들은 운동권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들은 실컷 뛰어 노는게 공부라고 믿어서입니다. 뇌의 형성과정을 보면, 몸의 성장과 컨트롤에서 형성되는 창의성, 게임을 통한 사회지능 등이 중요합니다. 

둘째,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이 집에서 귀하게 자라기 때문에, 기왕이면 팀 스포츠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리더가 되려면 꼭 배워야할 과정입니다. 세상에는 나 혼자 못하는 일이 있다는 점, 내 하고픈대로 하기 보다 서로 양보하고 도와야 팀으로 이긴다는 점을 배우는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도 귀족일수록 축구, 폴로, 조정 등 팀 경기를 많이 하지요.

마지막, 체격은 클 때 커줘야 합니다. 공부는 나중에 해도 안 늦습니다.

* * *
낮에, 분당지역 축구 클럽들이 다 모여 경기를 했습니다. 


아들 팀은 곁에서 보니 팀웍이 참 좋더군요. 경기 중이나 경기 끝나고, 계속 서로에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때 이렇게 했던거 참 좋았다.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 등등. 경기 결과가 안 좋으면 어린 마음에 네 탓하고 비난하기 쉬운데, 안 그랬습니다. 겅호의 기러기들 같이 장합니다. 그러다보니 볼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했지요. 수비가 안정되어 예선을 무실점, 무패로 통과했습니다.


아들 축구하는거 안본것도 아닌데, 정말 눈부셨습니다. 제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한번도 공격수를 놓치지 않았고, 적절한 어시스트로 공격의 숨통을 틔워 주었습니다.


골 넣고 좋아하는 모습이 부모들 마음까지 환했습니다.


드디어 준결승.  상대조 1위이자 매 대회 우승팀은 강했습니다. 아들 팀이 선취골을 넣었지만, 선수가 부족해 골키퍼에 약점이 있는걸 간파 당한 후 중거리 슛 세개로 역전패. 통한의 세번 째 슛 장면입니다.


아이들은 몸으로 막고, 다리가 부서져라 그라운드를 뛰었지만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경기 종료. 자기 잘못도 아닌데 고개를 푹 수그린 아들의 모습이 짠합니다.

결정적 영향이 있지는 않았지만, 심판의 판정이 어설프다 보니 아이들은 섭섭하기 그지 없습니다. 진걸로도 서운한데 심판만 원망하는 아이도 많았지요. 몇 명은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메달수여식이 손기정 선수 시대와 같은 무거운 느낌입니다.

Boys will be boys.
성남 구단의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마무리 했습니다. 
아이답게 금방 툴툴 털고 평소의 쾌활한 모습들로 돌아갔습니다. 

* * *

하루에 치러지는 대회인줄 모르고, 달랑 한경기라 생각하고 나선 길입니다. 예선에 준결승까지 해가 지도록 경기를 치렀고, 아빠는 하루가 모래알처럼 스러져갔지만 마음은 흡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막내 노릇 톡톡히하던 아이가 그라운드에 서니, 사자처럼 용맹하고, 준마처럼 빨랐고, 꿀벌처럼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아들아, 잘 달렸다. 수고했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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