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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어워드에 부쳐 (2): 과거 그리고 현재

Inuit 2009. 12. 14. 00:05
먼저 글에서 블로그 어워드라는 행사에 담긴 랭킹의 의미와 장단점, 그리고 왜곡을 야기하는 필터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블로그 랭킹 자체의 시간적 흐름을 읽어 봅니다.

Allblog in attack
올블 Top 100 또는 올블로그 어워드는 소소한 논란 속에서도 매우 흥미롭고 재미난 행사였습니다. 그로 인해 이 리스트를 인용하는 매체나 기관이 많아지면서 랭킹의 양산 시대에 돌입하기도 합니다. 올블 Top 100 자체도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이상 기류가 생깁니다.
블로거가 많아지면서 당연히 랭킹에 드는 100명의 숫자는 상대적 희소성이 커지고, 불균형의 비대칭성이 확대됩니다. 때 마침 블로그 상업화의 초기 상태랑 물리면서 랭킹산정에 격렬한 비판자들이 늘었습니다. 제 주관적 기억에 의존해서 이야기한다면, 그냥 재미있게 관전하던 수만명의 블로거의 묵시적 지지에 반하여, 맵게 비판하는 수십의 블로거에 의해 시스템은 다운그레이드의 길을 걷습니다. 매년 도입하는 보완장치가 새로운 비판거리를 낳게 되지요. 어쩌면 랭킹에 유인되는 자원이 있는 한, 모두가 동의하는 랭킹이란건 신화적 시대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urrendered Allblog
결국 제가 가장 애호하던 올블로그와 연말의 상징 올블 Top100에 관심을 끊는 일이 생기게 되지요. 2008년 올블로그 랭킹 산정은 시기적으로도 예년보다 두 달 늦어 운영진의 혼돈 상태를 잘 드러냈습니다. 더우기 진행면에서는 '불특정 다수에 의한 후보 추천 + 대중의 선호도 투표'라는 최악의 조합을 선택합니다. 왜 최악인지는 당시 글 참조하시고, 아무튼 저는 이 사건을 올블로그 시스템에 대한 지지적 신뢰가 깨어진 시점으로 평가합니다.

Mass production of blog rankings
이제 올블로그만이 지녔던 권위는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랭킹을 양산하고 조합하는 랭킹의 대량 생산이 이뤄집니다. 이러한 양산적 랭킹은 랭킹에 대한 회의만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지요. 이보다 이전의 일이지만 연말 랭킹에 대한 필요성과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블로그코리아는 상시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으니 랭킹은 이래저래 필요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New, consolidated blog ranking
올해는 이런 시비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로 블로그 연합회 주최로 블로그 어워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00개 후보 블로그를 네이버블로그, 다음블로그, 티스토리, 싸이블로그, 이글루스, 야후블로그, 파란블로그, 구글텍스트큐브닷컴,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 다음뷰, 태터앤미디어, 예스24, 시니어파트너즈 등 14개 기관의 추천으로 선정했습니다. 연합 추천이라는 점은, 안배가 되었든 취합이 되었든 그 어떤 엉성한 알고리듬이라도 저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대개 블로그 서비스가 클러스터로 뭉치는 현상이 있습니다.
텍스트큐브-티스토리--이글루스-----네이버/다음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따라서 전체가 취합되는 기회를 통해 평소에 주목하지 못해 숨어 있는 좋은 블로그와, 방문이 뜸한 타 블로그 플랫폼을 둘러보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액티브 블로그 90의 네이버와 170개 블로그 연합 태터앤미디어, 그리고 이름도 낯선 시니어파트너즈 간에 가중치가 어찌 배분되는지 등은 별개의 이야기로 치더라도 말이죠.

4 ineffectivenesses in '2009 Korea Blog Award' voting 
하지만 기 선정된 100개 블로그를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우수 블로거를 선정하는건 주의깊게 접근해야 합니다. 투표가 가져오는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을 불신해서가 아닙니다. 제대로 반영된다면 매우 의미있는 지표지요. 하지만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의 투표방식은 몇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도 투표를 강요하는 UI구조로 인해 투표의 왜곡이 일어납니다. 오랜 기간 대상 블로그의 글을 대략이라도 본 평가를 반영하는게 아니라 투표 진행을 위한 무조건적 투표가 강제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프로필 사진이나 강렬한 타이틀, 눈을 잡아끄는 최근 포스팅 제목 등에 에둘릴 가능성도 많지요. 알고 투표한 한표와 모르고 투표한 한표가 섞임에 따라, 어워드 자체의 형식구조적 약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는 오히려 하나 이상을 추천하고 싶어도 못하는 문제가 있지요. 예를 들어 저는 시사 분야의 블로거분들은 잘 알고 여러 블로거를 자신있게 추천가능한데 하나 밖에 못합니다. 이 부분은 승자독식적 집중현상을 초래합니다. 승자독식이 나쁜게 아니고, 전원 투표에 의한 추천의 롱테일적 장점을 소실한다는 점을 지적하는겁니다. 애초의 설계가 그걸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한 왜곡은 제가 말한 필터로 작용합니다.

셋째, 투표 방식이 번거롭습니다. UI적 특징인데, 개별 투표의 결과가 아닌 각 부분 투표를 강요하는 이유로 잦은 시스템 경고로 사용자의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어워드에서 투표는 사용자의 선의를 자원봉사하는 겁니다. 시스템이 고마워할 부분인데, 마치 취업지원하듯 위압적입니다. 저는 이런 UI 만나면 x 표시 누르고 창 닫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다시 필터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예컨대 같은 카테고리에서도 커뮤니티 성향이 강한 블로그에 선제적인 우위를 부여합니다. 그냥 좋게 여기고 즐겨 보는 블로그에 투표까지 번거롭게 하기는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500명의 친밀감 이웃이 있는 블로그와 100명의 강한 유대가 있는 블로그의 결과가 다릅니다. 어워드의 특성 상 발굴하고자 하는 블로그의 일부 요건만 만족하는 블로그를 미리 규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넷째,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입니다. 셋째 제약에도 불구하고 큰 맘 먹고 나섰다가 맨 마지막에 전화와 집주소 물어볼 때는 기절하게 만듭니다. 중복투표 방지라는 뜻은 알겠지만, 투표단계에서 입력하는 정보치고는 과중합니다. 이번에는 커뮤니티적 특성에 더하여 개인정보 제공에 익숙한 블로거들을 주 독자로 하는 블로그와 IT나 보안에 민감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블로그에 차별적 필터로 작용합니다. (제가 주민번호로 착각한 부분을 개인정보라고 수정했습니다. (2009dec14)

Why I advise?
제 이웃 블로거 여러분은 너무도 잘 아시겠지만, 제가 이런 말 세세히 꺼내는 이유가 저도 블로그 어워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불평하는게 아닙니다. 황송하게 저도 이번 Top 100에 선정되었습니다. 전 여기까지로서 충분히 만족이지만, 제가 아는 명망있는 블로거 분들이 안 보이는게 섭섭하고, 리스트에 오른 블로거 중 당연히 순위가 높으리라고 생각되는 블로그가 투표에서 뒤지는 이유를 갸우뚱 생각해보다 글을 적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나중에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려는 분들께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개선 포인트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글 적어 보겠습니다.

Thousand thanks
오랜 시간 동안 Inuit 블로그를 찾아주신 이웃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위에 열거한 모든 번거로움을 마다 않고 블로그 어워드에서 제게 투표까지 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큰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하기 싫은 투표였으니 말입니다.

대신, 혼을 담은 글로 성원에 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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