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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Curious Series

Inuit 2010. 10. 26. 22:00
사실 독일은 여러번 가본지라, 독일에 대한 개괄서가 딱히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체코 편을 통해 큐리어스 시리즈가 주는 대단한 흥미에 매료되기도 했고, 그나마 좀 아는 독일을 통해 책이 주는 정보의 완결성과 범위를 검증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나쁘지 않다'입니다. 큐리어스 시리즈의 특징은 이방인인 (주로 미국권의) 작가가 현지에서
다년간 뿌리내리고 살아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지라 매우 생생하면서도 집단적 의식세계까지 읽어내는 세밀한 깊이감입니다. 이 부분은 현지인과 부대낀 시간의 결과라 매우 소중한 지식이자 정보입니다.

독일 편은 좋았던 점이, 독일 국민의 근저에 깔린 마음에 대한, 해부학 수준의 서술입니다. 나치 시대를 겪으면서 민족의 트라우마가 되어 불안감이 의식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끊임없는 안전성(security)에 대한 추구로 발현되지요. 이러한 안전 추구가 시공간으로 펼쳐지면, 독일인 특유의 시간에 대한 강박과 구획주의로 이어집니다. 또한 계획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한가하게 소일하고 있는 독일 사람에게, '놀면 뭐해, 나랑 뭐 하자.' 라는 말이 안 통합니다. 왜냐하면 쉬는 것도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책에는 좀 더 풍부하고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만, 이러한 기제를 아는 것은 비즈니스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일법인의 CFO를 하는 제 친구나, 독일 법인을 하나의 vehicle로 다루는 저나 만나면 독일직원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독일 사람 좀 이상하다는 점도 그 나름대로의 질서와 정신구조가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다른 책보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나친 자기확신이 불만입니다. 예리하게 꼬투리를 잡아내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매사에 정량적이고 과도하게 단정적입니다. 사실, 저도 제가 살아본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습니다. 관련한 글을 쓸 수는 있어도,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든 것이, 그 다양성의 관통하는 맥락이 담아내지 못하는 수많은 예외들 때문이지요. 존재는 스펙트럼인데 색을 딱하나 집어 이야기하기와도 유사합니다. 이 부분 미국인 특유의 귀인적 사고방식이 드러난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일의 슈닛즐(schnitzel), 학센(haxen),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소시지(wurst), 덤플링(dumpling)과 맥주에 대한 간략하되 망라적인 설명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독일인의 의식까지 덤이라 생각하면 수지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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