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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피러시

Inuit 2022. 12. 31. 07:21

"와우. 이게 실화라고?"

트래픽과 선동말고는 관심없는 인터넷 매체에서 한 사업가를 아우팅합니다.
'그는 완전 게이다.'
단순히 아우팅을 넘어 그가 정체성을 숨겨왔다고 비난합니다. 사업가는 공포에 질리고, 좌절하고, 극히 상심합니다. 시간이 흘러, 사업가 투자한 곳이 대박이 나고 이제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억만장자가 됩니다. 그는 복수를 결심하고 실행하죠. 은밀한 음모는 10년에 걸쳐 실행되고, 그를 모욕한 인터넷 매체를 망치고, 아우팅에 앞장선 매체 오너 파산에 이르게 만듭니다.

뭔가 드라마치곤 진부하고, 실화라기엔 너무 드라마틱한 스토리라인이죠. 그냥 시놉시스만 보면 관심이 없겠지만, 억만장자가 피터 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Conspiracy: Peter Thiel, Hulk Hogan, Gawker & the anatomy of intrigue

 Ryan Holiday, 2018

 

누군가에게 추천받았고, 한참을 잊고 있다 시놉시스 보고 당장 읽기 시작했고, 매우 재미났습니다.

 

우선 악역은 고커 미디어 그룹과 창업주  덴튼(Nick Denton)입니다. 고커 산하의 멀쩡한 미디어로는 기즈모도가 있지만, 고커는 트래픽만 뜯어 먹고 사는 황색 미디어입니다. 저널리즘과는 아예 거리가 멀지요. 좋게 말하면 사회비평을 비디오 게임화했다고 하지만, 실은 관심에 불을 지피고, 클릭을 환전해 부자 미디어가 클릭 장사꾼의 시초라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고커는 당시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피터 틸을 건드렸고, 아우팅 당한 틸이 주변에 상담을 해도 답이 같습니다. 다들 '잊어라, 언론 싸워서 득될것 없다'는 조언만 듣습니다. 와중에 틸은 페이스북을 비롯해 수많은 투자들이 대박이 나면서 수조원의 부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는 결심하죠. 사적으로 정의를 구현해보겠다고.

 

그 즈음 틸은 A라는, 익명이 유지된 조력자를 얻습니다. 그의 직업적 2세(professional son) 자처하는 젊은 A 그림자속에서 음모를 꾸준히 실행하죠. 그리고 변호사 하더를 영입합니다. 팀은 은밀히 고커에게 한방 먹이려 숨죽여 기회를 노립니다.

형이 여기서 왜 나와?

돈과 팀은 준비되었고 소재를 찾던 팀에게 갑자기 나타난 건 헐크 호건. 고커가 호건의 성관계 비디오를 입수해 무단으로 틀고 짭잘한 재미를 봅니다. 호건은 삶이 무너져 버리지만, 대형 사이비 언론사와 붙어 승산은 없습니다. 그전에 수많은 고커 피해자들이 그랬듯이요.

 

하지만, 돈이 많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하더를 통해 은밀히 접근한 틸의 팀은 호건의 소송을 전적으로 서포트 합니다.

 

뒤로는 틸의 주도면밀함이 돋보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말하는 수정헌법 1조가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4조로 이기는게 방침입니다. 틸이 당한 일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것이죠.

 

어찌저찌 호건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의 조그마한 마을애서 배심원 평결로 진행되는 최종 결심에 대비해, 틸의 팀은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변론 에이스는 숨기고 촌스럽지만 친근한 지역 변호사를 내세웁니다. 동네에 꼴랑 두개 밖에 없는 배심원 시뮬레이션 서비스 업체와 모두 계약 맺어 버립니다. 그런 서비스를 쓸 꿈도 안꾼 상대를 미리 차단합니다. 지역 배심원의 심리를 혹시 길조차 막은 후 틸의 팀은 여러 차례의 모의 재판을 통해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냅니다. 배심원들이 반응하는 워딩과 심드렁하게 느끼는 말들, 그리고 공감을 잘하는 배심원의 페르소나까지 추려냅니다. 결국 배심원의 배제와 채택에도 이를 이용해 이미 배심원단 구성에서부터 이겨두고, 확실히 승리하는 피치를, 공감 많이 받는 변호사가 들어가 연기하듯 말하니 어찌 지겠습니까.

 

결국 압승을 거두고 천억원이 넘는 배상액을 평결받습니다. 고커는 물론 닉 덴튼 개인 파산까지 일사천리가 되었지요.

 

여기까진 신나고 재미나지만, 이야기는 별로입니다. 승리에 도취되었는지, 이걸로는 스스로 꿈꾸는 정의가 구현되지 않았다고 느꼈는지 틸은 폭주합니다. 트럼프를 공개지지하고 자금도 후원하여 당선에 이바지 합니다. 이제 아이언맨은 흑화한 조커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돈이 충분히 많으면, 세상의 흐름을 바꿀수도 있는건가, 그게 맞는건가.. 의문을 제기하죠.

 

Inuit Points ★★

피터 틸을 매우 좋아합니다. 스타트업 관련해  찾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이 '제로 투 원' 정도입니다. 플로리다 재판에서 세심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성공확률을 높였듯,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의 이치를 추구하고 구현해가는 멋진 사람입니다.

 

그런면에서 책은 피터 틸에 관한 최고의 책입니다. 음모의 장대함, 장구함, 은닉성에서 스타트업 몇 잘된거랑은 차원이 다르고,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현실에서 용기있게 실행하고 성공하는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애정은 식었습니다. 단순히 트럼프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무한대에 가까운 돈의 위력을 느낀 후, 두번 칼에   자는, 피맛을 맹수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껴서입니다. 아무튼 이런 스토리는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로도 곧 나올한 합니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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