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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경쟁전략은 무엇인가

Inuit 2023. 1. 28. 07:32

저는 전향한 전략가입니다.

 

강의 때 종종 말하지만 전략의 학파를 포지션 파와 실행파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제가 붙인 이름이니 다르게 불러도 좋습니다.

 

톱다운의 조망을 강조하는 포지션 파는, 흔히 말하는 전략에 가깝고 결정론적 자세를 취합니다. 정점은 마이클 포터입니다. 산업을 분석하고 예리한 사업 전략을 수립해서 회사의 발전과 영생을 꿈꿉니다. 모니터, BCG 전략 컨설팅 회사의 유전적 설계도이기도 합니다. 컨설턴트를 꿈꾸던 비즈니스 스쿨 시절 학파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포터를 공부하고 손자병법을 여기에 맞춰 해석하고, 동서고금 전쟁사를 읽고, 전략 들어간 많은 책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현업 가서 전략을 지휘하는 입장이 되니 뭔가 허전했습니다. 기업이 성과가 안나는 백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게 딱히 전략이 부족해서는 아니란 점입니다. 게다가 기막힌 전략이 있어도 실행할 없음을 알면 설계단계부터 뭉툭해지고 펑퍼짐해지는걸 많이 느꼈습니다.

 

이때 실행파 전략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실행파도 조직적 정렬을 강조하는 전략경영파와 예측과 실행의 유연성에 집중하는 시나리오플래닝 파로도 나뉘지만 지금은 그냥 전략경영이 실행파와 같은 말이 되어 버렸지요. 이쪽의 만트라는 이겁니다.

내 하는 일을 죄다 경쟁자에게 알려줘도
따라하지 못하는게 진짜 전략이다.

실행은 시간과 경험, 관계를 축적하기 때문에 쉽게 모방도 안되고 한방에 스러지지 않는다는 관점이죠. 이후로 이쪽의 전략에 몰두했습니다. 마침 제 산하의 인사부서를 결합할 수 있어, 성과를 확인하면서 개종한 셈이지요

 

아마 저 뿐만이 아닐겁니다. 순수 전략 컨설팅 펌이 쇠잔해지면서 순수한 전략이란걸 강조하고 세일즈 하는 목소리도 잦아들고, 포지션 파 류의 전략은 도서관에 주로 많이 머무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책은 죽은 볼드모트를 살린 호크룩스 같습니다. 포터를 살리려 마법을 부립니다.

 

Understanding Michael Porter: The essential guide to competition and strategy

Joan Magretta, 2012

 

HBR 편집자인 마그레타 씨는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포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추앙하는 마음으로 책을 적었습니다. 세간의 오해에 분풀이하듯 조목조목 설명하고 직간접적인 논박을 합니다.

우리 포터님은 너희가 생각하는 거랑 달라.
다 염두하셨지.
늬들이 무지해서 이해못했을 뿐이야.

이게 포터가 직접 썼다면 모양 빠질 내용인데, 제자를 자처하는 적은 내용이라 외려 볼만하고 흥미진진합니다.

 

내용은 크게 덩이입니다. 포터의 세계관, 분석 방법, 포터의 전략 테스트 5항목입니다.

포터 세계관 핵심은 이겁니다.

똑같은 애들 사이에서 최고가 되려 노력하지 마라.
달라지려 노력하고, 독보적이 되어라.

분석방법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유명한 5세력(5 forfces) 가치사슬(value chain)입니다. 사실 읽을때 하품하며  접을까 생각했는데 마그레타의 설명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5세력은 산업수익성이고,
가치사슬은 상대적 수익성이다.

 그러고보니 두가지가 보완적으로 응용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5테스트 제일 재미납니다. UVP, tVC, tradeoff, FIT, continuity 말합니다. 이중 핵심은 트레이드 오프입니다. 전략은 선택인데, 배제의 선택과정을 가치사슬에 녹이는 과정이 트레이드 오프입니다.

 

  읽고 십수년전 공부했던 포터의 원전을 다시 꺼내어 봤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마그레타처럼 말하진 않습니다. 이게 논문에 익숙한 고루한 경영학자의 말투와, 선진 출판 문물의 첨병인 편집자의 글빨 차이만은 아닐겁니다. 글 간 시차가 거의 20년입니다. 아마도 그간의 세월을 통해 연마된 예리함과 섬세함이 마그레타 책에 녹아 있어 한거겠죠.

 

Inuit Points ★★

그럼에도 책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포터가 그리 틀리진 않았다'를 말하긴 훌륭한 글입니다만, 진리보존적인 이야기입니다. , 이미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엔  훌륭해진 틀이지만, 새로운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하는데는 아직도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마치 '스페인어는 이제 배웠고 스페인어로 시만 쓰면 .' 같습니다. 언어를 배운 것과 별개로 시를 쓰는건 새로운 갈래니까요. 남의 시는 이해해도 시 쓰는 법은 스스로 따로 수련해야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교수에겐 성배고 컨설턴트에게는 독배입니다. 책임 없이 남의 말 하긴 좋은 프레임워크지만, 어디한번 전략수립해 봐라, 하면 여전히 무책임한 제안만 하고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엄청난 청구서만 남기고.

 

포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있었고, 여기저기 흩어진 그의 호크룩스를 모아 온전히 통합된 실체로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략의 의미를 다시 새겨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엇습니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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