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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23. 2. 11. 07:15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흔히 PCT라 부르 기나 길이 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서부를 따라 종주하는 코스입니다. 네바다 사막을 따라 캘리포니아를 종단한 후, 오레곤 주와 워싱턴 주를 통과하죠.

 

지형도 험난합니다. 사막을 통과할 물 없이 가야해서, 짐 말고 몇 리터의 물까지 지고 며칠씩 걸어갑니다.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따라 걷기도 하고, 고원지대, 숲길 단 며칠 사이에도 기온이 사막에서 영하를 왔다갔다니다.

 

걷기만도 먼 길인데 야생이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가장 조심할 방울뱀이고, 코요테, 같은 동물도 조우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독초도 위험하고 낭떠러지와 비탈길이 널렸습니다.

 

미국을 종단하다보니, PCT를 걷자면 서너달은 기본입니다. 잠도 내내 노숙이 보급품은 등짐이 다입니다. 중간에 물이나 음식이 떨어지면 바로 위험에 빠집니다매우 기묘한 1차원, 4285km x 60 cm 세상이죠,

 

책은 PCT를 여성이 수개월 걸려 먼길 개고생하며 걷고 마음이 치유되고 책 써서 유명해진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손이 안갔습니다. -_-

세계관은 답답하고, 시놉시스는 단조롭잖아요.

 

Wild

Cheryl Strayed, 2012

 

여러 명의 추천을 받아 리스트에 넣어는 두고, 다음 고를 때마다 항상 후순위로 뺐던 책입니다. 그러다 불현듯, 연말에 었습니다. 신년이 주는 부추김으로 뭔가 도전정신에 대한 표상이 같고, 조만간 저도 먼 길 걸을 일이 있어 마음을 뎁히는데 도움될 같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았습니다.

 

앞에 말한대로 너무도 뻔한 내러티브에 한톨의 반전조차 없는 내용인데도, 재미납니다. 550페이지 되니 양도 적지 않은데, 술술 읽힙니다.

 

작가를 꿈꿨던 저자답게 문장의 힘이 좋습니다.

기교 부리지 않고 담백하되, 문장에서 길이 느껴질만큼 디테일이 좋습니다. 가벼운 배낭처럼 군더더기는 다 버리고, PCT 걷듯 욕심없이 저벅저벅 문장이 걸어갑니다.

 

그리고 진솔함.

글의 힘은 거기서 나옵니다. PCT 가기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삶입니다. 시놉시스에 나오는 엄마와의 사별은 하나의 기둥으로 거들 , 그 외의 문제도 산적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저자는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마약과 남성편력에 탐닉합니다. 결국 결혼생활까지 망쳤습니다.

 

과정에 남탓이나 합리화 없이, 3인칭 소설의 주인공 다루듯 담백히 씁니다. 맥락과 이유는 있지만, 상황에 매번 굴복하며 잘못된 길을 걷습니다. 고통스러운 고백이 있기에 산 길 걷는 발걸음이 이해됩니다. 발톱이 여섯개가 빠지도록 걷는데, 이걸 단순한 극한 스포츠나, 기분 전환 또는 도전의식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맞는 신발에 잘못 꾸린 들고 산에 오른 조급함 이면에, 늪에 빠진 삶에서 야반도주하는 절박함이 있어야 핍진하기 때문입니다.

 

Inuit Points ★★

책의 미덕은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잘못은 반성하되 상황 속에 부서진 나를 찬찬히 살펴 봅니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작위적이지 않게 이야기합니다.

길의 목표지점에 도착했을때 그렇게 간결하게 몇문단으로 넘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뭔가 환희와 소회로 몇페이지는 즐겨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매력있습니다. 작가로서의 반짝임을 포기하고 하이커로서의 소박함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뭔가 도시 속 삶과 인간관계의 사슬에 포박된 느낌 때문에 답답한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글입니다. 일체감도 아니고 관망도 아니고 곁에서 함께 걸은 느낌입니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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