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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세상을 읽는 시스템 법칙 본문
테세우스의 배, 어찌 생각하시나요?
테세우스의 모험을 기려 보존한 배. 세월 지나 낡은 나무를 교체하다보니 죄다 바뀐 그 배는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아닐까요. 홉스가 꼬았듯, 원래 나무를 다 떼어다가 옆에 새로 만들었다면 어느게 진짜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실존이 무엇일지 생각할게 많은 철학적 질문입니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를 하는 사람(systems thinker)이라면 간단히 답할 수 있을겁니다.
Thinking in systems
Donella Meadows, 1993
'스타트업 커뮤니티 웨이'를 읽고 관심이 생겨 복잡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째 책은 고전이면서도 101에 가까운 내용을 골랐고, 완전 좋습니다.
전체 내용은 시스템의 기본 구조, 그 구조가 나타내는 거동, 그리고 현실문제에 대한 함의로 정리해두었습니다.
구조는 저량(stock)과 유량(flow),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정보 또는 피드백으로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요소와 상호관계로 시스템의 목표나 기능을 수행하는게 골격입니다. 피드백이 이어져 고리를 형성하는데, 균형 피드백 루프와 강화 피드백 루프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피드백은 미래에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시스템 거동은 필연적으로 딜레이가 생기죠. (이거 중요)
자 이제 여기서 많은 신기한 현상이 생깁니다. 균형과 강화의 기세 싸움 결과에 따라, 시스템은 오버슈팅을 하거나 진동을 하기도 하고 안정상태를 가져갑니다. 여기서 자기조직화라는 첫번째 특성이 창발합니다. 그리고 숨어있는 여분의 균형 피드백이 있다면 시스템은 복원력(resilient)을 갖기도 합니다. 자기조직화는 프랙탈처럼 상위로 중첩하는 시스템 안의 시스템이라는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시스템이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비결이지요. 아니 실상은 유기체가 시스템의 전형적 사례니까 동어반복이기도 하네요.
반면, 시스템은 순식간에 망가지거나, 이상 거동을 하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블랙스완 이벤트도 포함되지요. 이유는 비선형의 상호작용, 닫힐수 없는 경계라는 문제, 제약과 딜레이 등이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시스템은 예측 가능성의 범위에서 뛰어논다고 마음 놓을 수 없다는 게 뼈저리게 기억할 특징이기도 합니다. 복잡계 하는 사람들이 목놓아 부르짖듯이요.
마지막으로 앞서의 구조와 거동을 놓고, 피해야 할 함정과 응용을 말합니다. 메도우즈의 그 유명한 12개 레버리지 포인트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은 메도우즈가 사망한 후 그의 유고를 모아 발간되었습니다. 즉 저자가 직접 마무리를 한 글은 아닌 거지요. 하지만 그의 1993 버전의 글이 비공식적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며 수많은 추종자가 생겼고, 차라리 있는대로라도 책으로 내자하고 발간한 겁니다. 뭐 이런 유래 따위 느껴지지도 않게 매끄럽게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1993년에 정리한 내용이 지금 읽어도 감탄을 할 정도로 예리합니다.
아, 테세우스 배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시스템 학파의 답을 알 것 같았습니다.
나무를 아무리 바꿔도 그대로 테세우스의 배다.
다만, 테세우스의 모험에서 맥락이 많이 벗어나는 순간 테세우스의 배가 아니다.
모든 목재가 고대로 있더라도 말이다.
즉, 시스템은 요소와 상호작용으로 달성하는 목적입니다. 요소가 바뀌어도 목적이 건재하면 동일 시스템입니다. 요소가 같아도 목적이 달라지면 다른 시스템입니다. Q.E.D.
Inuit Points ★★★★★
이 책도 지난번 소개한 '메시 미들'과 같습니다. 제목이 독자를 쫓아내는 기분입니다. ESG는 중요한 개념입니다만, 시스템 공부하는 사람에겐 이 제목이 가려서 다르게 읽힐 것 같습니다. ESG문제는 복잡계의 끝판왕이라 시스템 사고나 되어야 풀수 있습니다만, 이 책은 ESG하고 상관도 없거든요. 시스템 공부 첫 책부터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별 다섯 꽉채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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