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글쓰기의 모험 본문

Review

글쓰기의 모험

Inuit 2023. 6. 10. 07:42

1️⃣한줄 

책을 살릴 방법은 뭘까?

 

Inuit Points ★★☆☆☆

좋은 글쓰기를 위해, 철학자들의 글쓰기 방법을 일람한다는 책입니다. 글쓰기 수련 목적으로 읽었지만 기대 이하였습니다책이 표방하는 지향점은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글쓰기 정신입니다. 그래서 파스칼, 니체, 블랑쇼, 바르트, 사르트르, 벤야민, 들루즈, 데리다의 글쓰기 철학 또는 생각을 챕터별로 적어둡니다. 사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닥 불만없이 별셋 정도로 읽었을것 같아요. 하지만, 초장의 선언이 야심차서 부푼 기대에 많이 모자라고 줍니다.

 

 

🧑‍❤️‍👩To whom it matters

  • , 모르겠어요. 진짜.
  • 굳이 따지면 저자의 공부 동아리분들?

 

🎢PoI (흥미로운 뒷이야기)

  • 책은 저자가 지인들과 '수유너머'라는 모임에서 돌아가며 철학자들을 읽고 그들의 글쓰기 철학을 추려 모아 지었습니다.

 

부제: 철학자들과 함께 떠나는

황산 2020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잘못 단추는, 모임에서 공부한걸 책으로 적은 아닌가 싶어요.

 

일단 시도는 좋다고 생각해요. 글쓰기 정신을 근대적 글쟁이 철학자에게서 추출해 보려는거죠. 하지만 그게 목적이면 그에 맞게 철학자를 선택야 겠지요. 후세 작가에게 전범이 작가로 공들여 가려뽑았다면 챕터를 구성하는 사례가 프랑스 철학자 6인과 독일 2인으로 쏠렸을까요. 영국의 지적 혁명 시대나 동양의 수많은 명문장 철학가는 글쓰기 지성사에 정말 지분이 없는걸까요.

 

곤혹스러운건, 철학자는 삶과 글쓰기의 지향이 정합되지만 철학자들을 포괄하는 순간, 결이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입니다. 누군 생을 바쳐 쓰고 자신을 투영하고, 누군 완전히 물러서서 글과 독자의 가교역할하며 용기있게 사라지기를 지향합니다. 나름대로 맞지만 후학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까요.

 

게다가 저자 자신조차, 선정한 철학자의 글쓰기 지향에 공감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 책은 잔재주부리는 책이 아니야. 이렇게 멋진 철학적 용어를 설명하고 있잖아'

글쓰곤 물러나는 파수꾼의 역할도 못하고, 적극적으로 글을 통해 세상에 참여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입니다. 현란하게 설명하고 있는 말을 최소한 형식상으로도 지키지 못합니다. 1장의 피로 쓰라는 말과 정확히 반대로, 땀도 안흘리고 만으로 글이란 생각이 들어요.


한줄평의, 책을 살리는 방법은 이렇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차라리 책의 본령에 단단히 머무르면 좋을것 같습니다. 모양 빠져도, '모여서 우리가 이런 철학자들 공부했고, 글쓰기에 이런 철학들을 접목할 있으니, 참고들 하세요' 정도요. 그럼 나름 진실되고, 영향 있고, 누군가에겐 존재 의미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외려 좋았던 챕터는 8장이에요.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자기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철학자들의 글쓰기는 결국 삶쓰기란 , 장르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용감한 글쓰기에 대한 의견은 도움 되고 좋았습니다.

 

실망은 접어두고, 책장 덮고 잠시 먼산 보며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글쓰기란 무엇일까. 종이책일까 전자책일까 웹툰의 대사일까 드라마의 대본일까 프레젠테이션 덱일까. 일까, 어느건 아닐까.

 

저자는 글을 문학으로 매우 좁혀 이야기 하다보니 근대 철학자에 갇힌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좁혀 보는게 잘못 되었다기 보다, 좁은 범주의 문학 자체가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니, 소용에 닿지 못한 말과 생각을 책으로까지 내고, 이런 글이 있건 없건 세상은 무심히 돌아가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당연히 문학은 인류와 함께 해온 아름다운 예술이지만, 피로 쓰고 노벨상 반려하는 예전 작가의 묵직함과 진지함을 지금 시대 '문학도'에게 강요할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넓은 범위로 글쓰는 사람에겐 뜬금없는 이야기 같고요.

 

하지만 책에 거론된 철학자들의 글쓰기와 연관된 생각의 편린들은 볼만했고 그래서 책의 각도가 아쉬운것 같습니다. 구슬치기라면 맞는 좋은 재료인데 보석 목걸이라고 우기니 제가 답답했나 봅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 브레비티  (0) 2023.06.24
비욘드 더 크라이시스  (0) 2023.06.17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2) 2023.06.03
에이징 솔로  (0) 2023.05.27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  (0) 2023.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