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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

Inuit 2005. 10. 3. 21:30

안세영

다소 기발한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분야가 어디라도 평생을 걸쳐 연구하고 경험하면 생의 황혼무렵에 세상에 내놓기 당당한 글모음은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수업시간에 강의와 함께 선생님의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흥미롭고 경이로운 수많은 에피소드를 듣다보면 지루한 줄도 모르고 시간이 가는데, 사실은 거대한 계획하에 체계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책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협상론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을 계속 떠올리게 했다.
나의 선생님도 국제변호사로 평생을 이런저런 국제협상에 몸 담으시고 볼것 안볼것 수많은 일화를 남기고 은퇴후, 후학에게 경험을 전해주고자 강의를 하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하버드 협상학파의 통합적 방법론 면면을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실제 경험을 통해 이론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입체감을 경험했고, 결국엔 이론에서 자유롭지만 구조적으로 단단한 협상의 세계관을 가지셨던 분이다.

저자인 안세영님도, 우리나라 정부에서 일하면서 겪은 풍부한 통상협상, 국제협상이 직간접적 사례를 통해 협상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통상협상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칠레와의 FTA, 중국의 마늘협상 등 진정한 이슈의 핵심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국제간의 통상협상은 장기간에 걸쳐 목적의식하에 진행되므로 어느날의 단편적인 기사만 읽어서는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dirty trick에 대한 사례는 학문이 강조하기 힘든 실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책의 사례들은 대단히 정확하며 정교한 목적을 가지고 정렬이 되어 있다. 하지만 사례만 놓고 협상의 요체를 깨닫기는 시간이 꽤나 소요된다. 따라서, 이책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에 대해 구조적으로 잘 정리된 교재를 읽으면서 이 책을 옆에 놓고 간간히 보조로 읽는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저자의 서두언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므로 기억나는대로 새겨서 적어 둔다.

"협상은 경험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잘 배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평생 대기업에서 협상을 업으로 한 사람은 회사가 바뀌거나 아이템이 바뀌는 경험외적인 상황이 되면 협상력을 잃고 어리둥절 하게 된다. 반면에 하버드에서 협상을 배웠다고 협상을 잘 할 것인가.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의외의 상황이 되면 불확실성 앞에 당황하여 협상을 망칠 수 있다."

결국 배우고 때로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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