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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는 책, 도덕경

Inuit 2026. 3. 14. 09:06

1️⃣ 한줄 

불확실의 시대를 견디는 방법이었구나, 도덕경.

 

Inuit Points ★★★☆☆

도덕경보다, 리우가 번역했대서 냉큼 샀습니다. 도덕경의 핵심은 이리 읽힙니다. 정신 사납게 변화 만발한 시대를 사는 비법은 같은 마음으로 욕심 버리고 무심한 우주를 직시하기다. 이는 불교의 진리와도 통하며, VUCA 견디는 비책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렇게 허허로이 자유로운 소요(逍遙) 경지에 이르면, 비로소 '도를 아는 ' 되는거겠지요.

 

 

🎢 Stories Related 

  • 제가 매우 좋아하는 SF 작가 리우는 '신들은 죽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종이 동물원'  썼습니다.
  • 리우는, 코로나 시절, 정치에 대한 혐오, 폭력에 실망 이유로 인류에 좌절하며 글을 썼다고 합니다.
  •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가 읽던 책이 도덕경이고, 도덕경 덕에 다시 펜을 잡을 있었다고 합니다.
  • 리우의 글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 막연히 궁금하던 노자를 번역한 책이라니 읽을 수가 없겠죠.
  • , 리우는 삼체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Laozi's Dao De Jing

Ken Liu, 2024

 

🗨️   자세한 이야기

도덕경은 예전 학창시절에 읽었던 같은데, 그다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시 읽었던게 노자, 장자 합본이었던 같은데, 그나마 장자의 우화들, 대붕이나 호접 등이 어렴풋한 인상으로 남아있지요.

 

세월이 흘러, 중국보다 미국 독자의 페르소나에 가까워진 제게, 리우의 번역은 구미에 맞습니다. 우선 그가 전하는 노자의 텍스트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수많은 판본을 가진 도덕경인데, 주류가 되는건 왕필 , 사마천 등이 있지요. 그러면서 진본이 있긴 한건지, 어디까지가 덧칠인지 끊임없는 논란입니다. 나중에 마왕퇴 본과 곽점 본이 나오면서 진위 여부는 가라앉고 진본성(originality 추구로 갈래를 접었죠. 리우도 마왕퇴와 곽점, 텍스트를 무게있게 다룹니다.

 

리우는 우선, 노자의 특성인 발랄한 텍스트를 말합니다.

역자 해석으로는 노자가 (말로 적혀진) 언어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원문 내내 나오는, '고전은 생각이 죽은 흔적'이라든지, '추상어가 지닌 허구성', 그걸 넘어 '세월이 지나면 스스로 불안정해지는 텍스트' 자체의 특성까지요. 그래서 노자의 언어는 장난스럽고 구애받지 않는 자기 해체적 텍스트라고 합니다. 추상이나 관념에 기대지 않으면서, 쉽고 직관적이지만 함의가 풍부한 언어를 의도적으로 골라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같은 이유로 리우는 '소박한 번역' 택합니다. 그의 말을 철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문화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직역하되, 고심해서 단어를 고릅니다.

 

그렇게 리우를 통해 들은 도덕경이 예전에 비해 색다르게 읽힙니다.

보다 합리적으로(서구적으로) 설명하고, 세월지나며 저도 삶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식으로 소화한 도덕경은 놀랍게도 '불확실성을 이기는 방법' 대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지식인과 실행가를 주저 앉히는 흑마술지요. 놀랍게도, 도덕경의 많은 이야기들이 지점을 말합니다. 무엇이든 그대로인 없다, 불확실하다, 영속하지 않는다, 헛된 명예를 좇지 마라, 가진 것에 만족하라, 멈출 때를 알아라, 행운과 불운은 엉켜 있다 같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노자가 강조하는건 신기하게도 현대의 철학과도 닿아 있습니다.

우주는 무심하다 거죠. 우주는 우리를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일들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애면 글면 필요 없이 변화를 직시하고 버티고 살아남는게 중요합니다. 이를 상징하는 노자의 말이 재미납니다.

"영험하다고 알려진 거북의 등껍질이 되고 싶은가, 진흙속에서 꼬리를 질질 끄는 살아있는 거북이 되고 싶은가."

 

묘하게 불가와 현대 철학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노자의 도덕경이지만, 묘하게 어긋나며, 지향하는 바가 난해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고, 바라지 않으면 좌절할 일도 없다고 말하는데서는 선뜻 수긍하기가 어렵습니다. 헛됨과 욕망과 동기부여간의 중첩이 제겐 상당히 흐릿하게 보입니다. 읽다보면 노자가 끌끌 차며 비판하는 페르소나가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위정자들에게 인기가 없었을테지요.

 

재미나게도, 내내 장자나 사마천의 주석에 기대어 공자를 폄훼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공자가 노자에게 찾아와 배우고 갔다든지, 노자 앞에서 우매한 소리를 늘어 놓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마도 주석자들의 시대 탓일거라 생각합니다. 노자가 맑은 물처럼 이상적으로 느껴졌겠지요. 저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말하는 논어까진 그래도 거울로 삼겠는데 노자는 제겐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와 덕에 대해 적어둡니다.

책은 챕터와 챕터로 대별됩니다. 그래서 이름도 도와 덕의 경입니다. 마왕퇴본은 덕이 먼저 오므로, 이게 정본 취급을 받았다면 덕도경일거란 소리도 있죠. 순서보다 중요한건 덕과 도의 의미입니다. 도가 지향점이라면 덕은 실행의 강령같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도가 낳고 덕이 기른다.

또는,

도가 안되면 덕으로 한다.
덕이 안되면 자애로 한다.
자애가 안되면 올바름이고,
올바름도 못할 예의범절이다.

 

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예의 범절과 정의, 공정은 하급 강령이고, 사랑을 넘어 해야할 도리를 알아서 하는게 덕이고, 우주의 섭리에 맞는 원리가 도라고 봅니다. 그래서 도와 덕이 어렵게 느껴지는가 봅니다. 우주의 섭리는 커녕 인간의 원리도 알기 힘드니 말입니다.

 

뭔가 변신괴물같고 암호화된 고대 문서 같던 노자의 도덕경, 리우 덕에 다시 보고 생각해 있어 좋았습니다. 세월 지나면, 많이 이해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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