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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Inuit 2026. 3. 21. 09:43

1️⃣ 한줄 

역시 로벨리, 양자론 설명인데 철학책이자 시가 되네 

 

Inuit Points ★★★★☆

악명 높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관찰 전엔 상태가 중첩된건가요? 달을 관측하면 달이 사라지나요? 양자역학의 고전적 역설을 로벨리가 쉬운 언어로 설명합니다. 바로 관계입니다. 수식 없이 양자론을 설명하는 그의 물리학적 내공도 놀랍지만, 물리를 세간의 언어로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토대도 인상적입니다. 죽기 전에 읽어야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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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원제는 헬골란트(Helholand)입니다. 하이젠베르크가 불현듯 양자론의 신비를 풀어낸 섬입니다.
  • 이후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전시켜 지도교수인 보른과 함께 정교한 논문을 출간합니다
  • 슈뢰딩거의 역설은, 슈뢰딩거가 양자론의 모순을 드러내려고 만든 사고실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양자론을 정확히 설명해준 멋진 개념모델이 되었습니다. 슈뢰딩거는 매우 억울해했고요.
  • 로벨리가 시간을 다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Helgoland: making sense of quantum evolution

Carlos Rovelli, 2020

 

🗨️   자세한 이야기

책에 동의하는데, 고양이를 죽이니 살리니 말하기 잔인하므로, 고양이가 자냐, 깨었냐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양자적 장치로 고양이가 50% 확률로 깨어있거나 잠들어 있습니다. 이걸 중첩이라고 하죠. 그리고 관찰을 깨었는지 잠들었는지 확인 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도 그러합니다.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없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수 없다는 알쏭달쏭한 말이죠.

 

로벨리는 말합니다.

확률함수 ψ는 계산도구일 뿐이라고요. , 데이터의 결핍이 있어 가능태라는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치 일기예보나 재무예측, 경마예상과도 같습니다. 가능태가 중첩이고, 그중 특정한 결과가 나오는게 간섭입니다.

 

그래서 관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게 이상해 보이지만 그건 우리 인간 자체를 과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우주의 시각에선 '' 없습니다. 정확히는 나도 다른 대상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관찰은 대상과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겁니다. 관찰하는 나를 특별히 생각하면 중첩이란 결과가 수수께끼 같지만, 관계맺음으로 보면 어떤 상태가 관찰을 통해 드러날 뿐인겁니다. 관찰을 통해 변화하는게 아니라, 어떤 양자적 가능태가 현실화되는걸 우리가 '관찰'한다고 여기는 겁니다.

 

로벨리는 대상(object) 속성(property)으로 말합니다.

속성은 대상이 대상에 작용하는 방식이고, 대상은 속성이 만나서 맺히는 일시적 매듭이란 관점입니다. 이건 그의 다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도 언급됩니다.

세상은 사물로 이뤄지는가 사건으로 이뤄지는가.
답은 사건이다.
사물은 시간 속에 매우 오래 머무는 사건이기 떄문이다.

 

같은 원리로 얽힘(entanglement) 설명합니다. 중첩보다 기괴한 양자얽힘 역시 대상이 함께 추는 춤이라 말합니다. 대상 1 대상 2 현실을 엮는 관계를 대상 3 관찰하는 뿐입니다. 마치 온도계가 케이크 온도를 재는걸 우리가 관측하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온도계가 맞는 온도를 가리키는게 신기할 일은 아닌거죠.

 

이게 책의 핵심이자, 양자론의 정수입니다.

 

책의 나머지는 두가지 부류의 논의에 힘을 쏟습니다.

하나는, 양자론을 이해하는 철학적 배경입니다. 유럽의 에른스트 마흐와 레닌이 사상적 대립, 용수보살 나가르주나(nagarjuna) () 사상 다양한 관점으로 양자론을 살핍니다.

 

다른 하나는 의식의 물리학적 배경입니다. 책과 무관해 보이는 주제에 뜬금없이 로벨리가 꽂혔는지 의아합니다만, 그는 공들여 의식의 물리학적 근거를 살핍니다. 그의 결론은 두가지 힘의 복합입니다. 섀넌의 정보이론과 다윈의 진화론입니다. 진화에 의해서 유용성이 발라지므로 지향성이 생깁니다. 지향점을 따라가는데 가능태를 줄이는게 정보라고 봅니다. 의식은 두가지의 복합으로 나타나기에 생물학적인 고차 프로세스로 봅니다.

 

워낙 어려운 양자론입니다. 책을 읽을 ! 하고 깨닫다가도 책을 덮으면 다시 아리송합니다. 그럼에도 어렴풋이 개념을 이해할 있어 좋고, 양자의 세계가 바로 거시로 치환되지 않겠지만, 우리 삶도 관계적 맺힘, 자성없는 공이란 점에서 꽤나 심오하게 느껴집니다.

 

책의 한글 제목은 없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실은 '세상속에 나란 없다' 저자의 뜻에 맞습니다. 현상의 말단에서 내가 관측해야만 세샹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섭되므로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나의 '주체적 서사' 몰두하지 말자는 책의 주장과는 어긋난 태도의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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