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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 내 mother tongue은 C언어에요' 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랍어 같던 COBOL, 그리스어 같던 FORTRAN으로 복잡한 프로그램 짜던 시절, '매우 현대적'인 C를 배운 첫 세대였습니다. 학원도 선생도 없을 때라 외국 서적 몇 개 놓고 코드 짜 가며 시행착오로 독학해야했지요. 이젠 현대 언어인 java나 python 를 보면 C는 라틴어 같습니다만. 아무튼 C로 생각하고 C로 표현하며 제가 짰던 코드 중 최고 난이도는 구조해석, 그 중에서도 유한요소법(FEM)이란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에서도 복합재료의 손상예측을 목적으로 만들었고, 박사 선배의 도움으로 세계적 저널에 논문도 실렸던 기억이 납니다. TMI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구조를 사랑한 한 저자의 인생..

주문한 돌반지가 도착했습니다. 선물용이 아니고 내 것이에요. 이 나이에 돌이라니? 발단은 '100세 인생'이란 책입니다. 그 전부터 '생각보다 오래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책을 통해 깊이 있고 함의 풍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더 진해졌습니다. 지금 이후의 삶이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기승 중이라 아직 전결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린다 그래튼이 제안하는, 100세 인생에 대비하기 위한 세가지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ductivity Vitality Transformation 다 중요하고 부족한게 많지만, 저는 특히 vitality에 신경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관련해서 유형성숙(neoteny)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의 마음을 갖..

왠만한 사람들에겐, 특허는 남의 일이지요. 하지만 상표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으로 넘어오면 조금 더 와 닿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특허나 지재권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한 멀리 느껴집니다. 특허 괴물에게 물리지 않은 이상, 경영자나 사업 임원도 마찬가지죠. CTO 정도에게 일임하기 십상이죠. 그 이유 중 하나는 특허 자체가 원래의 취지를 지나 스스로 고립된 점도 있습니다. 초기의 특허는 좋은 취지였습니다. 멋진 발명이 나와도 국가에 자동귀속되거나 바로 카피캣이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요. 발명자의 노고가 보상이 되지 않고, 창의와 혁신이 사장되는 시대였습니다. 발명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특허 자체가 실은 기막힌 발명이었지요. 하지만, 점차..

지금은 재무와 조직에 좀 더 무게중심이 있지만, 제가 초년 시절부터 깊이, 오래 공부한 분야는 전략입니다. 자연히, 경영 전략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드러커나 포터 같은 명사부터 시작해서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번갈아 읽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덕질로 바뀌면 동서양의 전쟁사를 읽다, 동양 고전까지 손 대고, 필연적으로 손자까지 닿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전 그 언저리에서 멈춘듯 합니다. 볼 책이 더 없어서라기보다 그만하면 족하니까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손자 전쟁론의 스케일도 크지만, 동양 사상의 뿌리가 유사해 세부를 제외하면 비슷비슷하기도 하고요. 뜬금없이, 전략한다는 사람이 육도-삼략도 안 읽어서야 되겠나 싶어 집어 든 책입니다. 먼저 밝힐 점이 있습니다. 육도 삼략은 위작으로 간주됩니다. 유명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