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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전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을 읽다가 전 깜짝 놀랐었더랬지요. 묵직한 주제의식을 어찌 저리 날렵하고 우아한 문체로 담아낼 수 있는지. 소설보다 흡인력이 있는 에세이는, 제겐 거의 처음이었지요. 그래서, 작가의 두번째 책을 소망 했었습니다. 글 자체가 중독성이 있어, 익숙해지면 갈급하게 되거든요. 그의 두번째 책이 나왔을때, 바로 샀고 읽었습니다. 느낌은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우아하지만 호쾌한 분이 글로 술을 만나니, 그냥 날개를 달았구나. 이번에도 주옥같은 글줄들이 영롱합니다. 제 마음에 쏙 든 문장들을 주제 따라 모아봤습니다. 술꾼의 자세에 관한, 보편적이어서 공감 뚝뚝하고, 가끔은 분발해야겠다는 느낌이 드는 글들 언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추운 날에 마시는 독한 보드카 한 모금과 매..

손글씨 보단 타자 칠 일이 많으니 글씨는 갈수록 악필이 되어 간다. 그러다보니 내가 내 글씨를 못 읽는 사태가 발생했다. 생각이 떠오를 때 빠른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내 메모를 못 읽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혹시나 해서 "빠른 글씨 잘 쓰는 법"으로 검색을 해봤다. 구글은 "빠른 속도 필기체 글씨 교정법"이라는 검색어를 추천해준다. 세상에. 설마하고 검색해봤는데 실제로 필기체를 교정해주는 책이 있더라. 그리고 댓글과 리뷰를 조금 더 읽어 보니, 이 쪽 최강은 "백강고시체"란다. 알고보니, 고시 보는 사람들은 장문의 글을 손으로 써야하는데, 시간에 쫒겨 날림으로 쓰면 채점자 입장에서 가독성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정자로 쓰다보면 시간이 택도 없는 문제가 있겠더라. 그래서 빠르면서도 가독성 좋게 적는 방법..

먼지 쌓인 서가에서 책을 한권 꺼냈습니다. 조잡한 그림과 설명이 있어 무예도보통지인줄 알았는데 규화보전이라면? 인텔을 오늘의 위상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앤디 그로브가 직접 쓴 이 책은 출판년도가 1983년입니다. 게다가 개정 서문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세계화로 일본이 약진하고 있고, 이메일이 나와 생산성의 혁명이 이뤄져서 책을 개정한다" 이렇게 써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먼지가 풀풀 거리죠. 믿을만한 분의 추천이라 잠시 참고 책을 넘기다, 어느새 자세를 고쳐 앉고 몰입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연구 개발 위주의 창업자 노이스와 무어를 보완해 제조부터 시작해 거대 인텔을 만든 앤디 그로브입니다. 매우 인텔리전트한 오퍼레이션 가이답게, 그로브는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를 생산 과정에 준..

미국이 중국에 무역분쟁을 일으키고,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INF 탈퇴를 말하며, 한편 일본은 한국에 수출제한 분쟁을 도발하는 이 다양한 복잡성을 5년전 어떤 책에서 이미 이야기했다면 믿어지나요? Accidental superpower: The world we think we know 피터 자이한은 국제 질서의 변천을 브레튼 우즈 체제라는 시각에서 봅니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가 패자를 정복하고 착취하는 수천년의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무역과 전후 복구를 위한 공조체제를 만든게 브레튼 우즈 조약입니다. 물론, 미국이 도덕적이거나 자애로와서 그런건 아니죠. 대서양 건너 유럽이란 먼 대륙을 지배하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통 큰 결정이었던 건 맞습니다. 원유로 대변되는 에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