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물 답사 둘째 장소는 동숭동이다.

관악에 있을 때 연건캠퍼스라 불렀던 그곳.


서울대 병원은 여전했다. 

병문안이나 문상으로 가끔 갔던 곳.


그 옆의, 대한의원.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꽤나 인상적이다. 

대학로에 여러번 왔었지만 이 건물은 제대로 본 적이 처음이다.

오래된 전통미는 약해도, 우리나라 건물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을 벗어난 파격은 신선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사실 대한의원 하나를 보러 여기 온 것은 아니다.

바로 서울대 병원과 대한의원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그 완벽한 조화가 보이는 지점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리저리 삼각측량을 머릿속에서 하며 움직이다가..


헉.


정말 헉 소리가 났다.


마치 영화속 비밀을 푸는 장면과도 같다.

특정 지점에 서면, 대한의원과 서울대 병원이 일체의 건물로 보인다.

나중에 지은 서울대 병원이, 조막만한 대한의원에 대한 경의를 표하여

스스로의 크기를 뽐내지 않고, 그저 병풍처럼 서 있다.


대한의원이 적, 흑, 백의 색요소인데,

서울대 병원은 백, 흑, 적의 색상 요소로 스스로를 낮춰 조화를 이룬다.


대단한건 이러한 통합적 시점은 보이는 지점이 제한적이란 사실.

거기 선 순간에만 마법과도 같은 놀라움이 펼쳐진다.

이러한 시점상 겹치는 것을 제외하면, 

서울대 병원은 그 자체로 자신의 색과 자신의 공간에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점.

아마 서울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도 이러한 풍경을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사진으로 느끼는게 아니라, 실제 몸으로 배우는 부분은 딸에게도 큰 깨우침이 되었을 것이다.


기능과 의미, 역사와 현실.

상충하는 가치를 화해시키는 법.

  1. 2013.02.18 23:4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13.02.18 23:00 신고

      하하.. 저희랑 비슷한 점이 많네요.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이야기 많이 나누길 바랍니다. ^^

  2. mu 2013.02.19 01:57

    정말 헉소리 나네요. 우리 일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퍼즐이 숨어있을줄은 몰랐습니다.

  3. NUL 2013.02.19 09:43

    늘 느끼는 거지만 일이든 가정이든 이 시대 아버지의 귀감이십니다

  4. 미니베스트 2013.02.19 17:10

    뜨아, 이런 view가 가능하다니.
    마치 다빈치코드 소설을 읽었을 때의 전율. (오...형님 대단한데?!!!)

    또하나의 느낌은, 마징가제트에 조종석이 안착한 느낌?

    • BlogIcon Inuit 2013.02.23 18:25 신고

      응.. 정말 그래.
      다빈치 코드나 인디아나 존스 뭐 그런 느낌..

      마징가는 참.. 신선한 해석이다. 하하

  5.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3.03.18 08:13 신고

    두 건물이 이렇게 한 화면에서 조화를 이룰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역시 몸을 직접 움직이면 또 다른 것들이 깨우쳐집니다.

    • BlogIcon Inuit 2013.03.19 18:47 신고

      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이 있었습니다. ^^


첫번째 방문지는 경동 교회.
그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합장한 듯 모은 손의 형상도 압권이지만, 이 곳을 답사지로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성소와 속세를 가르는 매력의 계단이다. 
경동교회는 동대문과 장충동 사이, 구시가 한 복판에 있다.
매우 낙후되고 번잡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건축가는 건물 옆에 슬몃 돌아 감기는 계단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
그 짧은 순간을 지나며, 속세에서 정화된 곳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계단 윗편이자 벽돌담 끝편, 건물 뒷면이며 예배당 앞편이 되는 마당에 닿으면 산간의 절이라도 온듯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사진으로 알아채기 힘들고, 이야기 들어서도 100% 와닿지 않는 신기한 경험이다.
사람과 환경이 물리적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건축물만이 지니는 독특한 가치이기도 하다.

일요일 방문한 때가 마침 예배 시간.
빈 성당과 교회는 많이 가봤지만, 실제 예배는 못 본 딸이다.
함께 예배당에 들어가 찬송과 기도를 하며 예배당에 머물렀다.
실제 예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어가 느끼는 것도 공부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열려있는 공간임을 이해하는 것도 공부다.

경동교회 답사가 끝나고 근처의 장충동 족발집에서 이른 점심을 했다.


경동교회 그리고 장충동 족발 거리까지 10분 정도의 거리, 
이 세 공간을 직접 움직여 보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젊은이가 도통 없다는 것이다.
교회도 노년, 족발집도 주로 중장년, 거리도 그렇다.

난 딸에게 화두를 던졌다.
교회와 이 장충동 거리가 많이 유명했지만, 이젠 노후화된 브랜드다.
네가 이 브랜드를 건축적으로 재활하고 젊게 만들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렴. 

  1. anankaion 2013.02.09 12:40

    따님의 꿈을 위해 답사도 하시고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제가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게 설득과 제안을 위한 준비를 너무 일찍부터 하는건 아닌가 싶은데요.

    요즘 자주 생각하는 주제인데 사람이 나이를 먹고 도구들이 늘어나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이것저것 재게 되잖아요. 예를 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때도 비슷한게 존재하지는 않나? 이전 서비스의 유저를 얼마나 동원할 수 있나? 투자자를 설득할 만큼 있어 보이나? 법적으로 문제는 없나? 등등 이런 식으로요. 물론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지만 너무 그런 걸 따지면 거기에 매몰되어서 발걸음을 못 옮기게 되더라고요.

    따님에게 화두를 주는건 좋은 일일수도 있지만 생각할 주제까지 정해주시면 중학생이라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한심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가 줄지는 않을까 해서요.

    아무튼 결론은 inuit님의 따님이 부럽네요. ㅎ_ㅎ

    • BlogIcon Inuit 2013.02.10 14:14 신고

      제가 도와주는 인생공부는 '일찍'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의 틀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고민도 미리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제가 던진 화두는 열린 질문입니다. 제게 숙제를 해오는게 아니라 생각해볼 거리지요.

      말씀 고맙습니다. ^^

  2. BlogIcon 레이먼 2013.02.13 19:33

    예전 글들속에서는 아드님의 성장기가 자주 보였는데,
    이제는 따님얘기가 많이 보이네요.

    좌우지간 Inuit님의 체계있는 가르침이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logIcon Inuit 2013.02.16 18:28 신고

      네. 아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또 별도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트위터로는 잠깐 잠깐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지금 연재는 딸과의 한가지 테마를 주제로 쓰고 있습니다. ^^

  3. duru 2013.03.06 18:50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제 아들놈도 건축에 관심이 있어 조금 열정을 보이더니 지금은 뚜웅 합니다.^ Inuit님 포스트를 꾸준히 챙겨봤으면 도와줄 뭔가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앞으로는 자주 들르겠슴당^~~

  4. BlogIcon 도플파란 2013.03.16 14:57

    장충동교회... 매주 예배에 참석하지만... 잘 지은 건물 같아요..

    짓는 과정에 있는 일화도 재미있고... 언제까지 저곳에 있어줄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BlogIcon Inuit 2013.03.19 18:39 신고

      아.. 경동교회에 다니시는가봐요.
      오래 남는 기념비적인 건물이될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젠 주저없이 움직일 때다.

첫째 과제는 인트로 성격의 책 읽기.
서현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읽도록 했다.
그리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국내 건축물 10곳을 고르라 했다.
직접 데려가서 다 보여주겠다고.


그리고, 내가 아끼던 DSLR을 주었다.
가까이에서나 먼 곳에서나 편히 건축물을 잡을 수 있고, 
아름다운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말라고.

내 랩탑도 주고 싶었다.
사진 정리, 답사 결과 기록 등, 이제 컴퓨터 작업도 많이 해야 한다.
또한 정리를 넘어 설득과 제안을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tool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나도 집에서 종종 글쓰기나 데이터 싱크 등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내 랩탑을 공동으로 쓰되, 딸아이 계정을 하나 열어 주었다.
아빠 랩탑과 달리, 자신만의 설정과 공간을 가져가는 새 PC 느낌이 나도록.

준비는 되었고, 건축과의 교감을 위해 아빠와 딸은 세상으로 나선다. 
다음 주엔 그 이야기를 하나씩 하고자 한다.

  1. 미니베스트 2013.02.04 08:38

    너무 멋진 아빠모습.
    나도 그런 부모가 되었으면...될 수 있었으면...^^;;

  2. Inkyung 2013.02.04 16:22

    저도 이렇게 멋진 부모가 되고 싶군요...^___^

    • BlogIcon Inuit 2013.02.05 23:08 신고

      마음만으로도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거겠지요..

작년 말, 한해를 결산하며 올해 가장 의미 깊었던 일이 무엇인가를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경력상이나 개인적인 성취도 많았지만, 내가 주저없이 말한 것은, '우리 딸 꿈찾아 준 일'이었다. 

딸 중학교 가자마자, 내가 준 세가지 인생 퀘스트가 있었다.
-책 많이 읽기
-운동하기
-평생의 꿈 찾기

사실 셋째 질문은 어른도 찾기 힘든 과제다.
속성상, 완료형이라기보다는 진행형이기도 하다.
문제는, 불완료나 미래형인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딸과 함께 근 2년을 논의하고, 돌아다니고, 고민하다가 
결국 모양을 잡았다.
그 날이 2012년 12월 16일이다. 
하도 기뻐 일기에 적었기에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

따님이 평생 추구할 꿈은 건축가다.

물론 '건축학개론' 영화가 영향을 미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딸이 가진 소양과 소질, 흥미와 취미가 만나는 교점이다.

또한, 난 알고 있다.
지금의 꿈이 시간 지나면 변할 수 있다는 점.
더 구체적이거나 살짝 옆으로 가거나 완전히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매우 명료한 미래상을 정해 놓고 그 길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부산물은 항상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제자리에 앉아 이꿈, 저꿈 궁싯거리다가 변하는 것은 몽상이고, 
목표를 갖고 움직이다가 생기는 변경은 수정이란 점.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꿈을 정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난 이제 딸이 그 꿈을 이루도록 돕는데 내 혼과 성을 다할 것이다.

다음 편에 몇 가지 후속 이야기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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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5throck 2013.01.27 11:40

    미래를 예지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과거형으로 말씀하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

  2. 아기호랑이 2013.01.27 14:52

    아드님의 독서이야기로

    기를 죽이시더니

    이번엔 따님의 이야기로

    반성케하시다니..ㅎㅎ

  3. BlogIcon 어린뿔 2013.01.28 16:17

    정말 기쁘셨겠어요!

    목표를 갖고 움직이다가 생기는 변경은 고스라니 "재산"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꿈을 위한 재산이 된다면 아주 좋고, 또 아니어도 다른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한 든든한 재산이 될 테니까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이 생각나네요. 제 아들도 꿈을 찾는 날이 오면 엄청 기쁠 것 같아요.^^

    • BlogIcon Inuit 2013.01.29 21:06 신고

      네.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셨습니다.
      나중에 바꿀지라도, 정해놓은 길을 향해 가는건 가슴 두근거리는 매력이 있거든요. 간만큼 재산이 되구요..

  4. 2013.02.12 19:0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13.02.16 18:26 신고

      어이쿠. 그렇군요. 완전한 오타를 못 봤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5.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3.03.18 08:16 신고

    요즘 건축하겠다고 하면 힘들다고 많이들 말리던데 역시 이누이트님은 좀 다르시군요. 혹시 꿈이 나중에 바뀌더라도 그 과정에서 함께하고 배웠던 모든 것들은 그대로 남을거라 생각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3.03.19 18:46 신고

      딱 그렇습니다.
      나중에 변경할지라도 목표가 있으면 얻는게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

지난 주말 아이들에게 강의한 내용입니다.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을 때를 빼고 8강에 거쳐 이제 겨우 도입부를 마쳤습니다.  

아이가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바로 안돼!라고도 하지 않고, 그래!라고도 하지 않은 이유는, 주식에 대해 도외시할 필요도 없지만 환상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려고 긴 시간을 소요했네요.
즉, 투자와 투기를 혼돈하면 안된다는 점, 투자의 전제는 리스크에 대한 감내범위라는 점을 어렴풋이라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차이를 배웠고, 기업가치의 본질과 형성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다소 따분한 수요-공급의 원리와 시장경제의 본질을 토론했습니다.

이제 겨우 도입부가 끝났으니, 이제는 간단한 재무제표와 기업분석의 초보적인 지표들을 배워볼 예정입니다. 이 모든걸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정통파 가치투자학파의 기본 사상만 음미를 해도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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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b 2012.02.22 12:51

    멋진강의네요 전 스물일곱인데 저도듣고싶네요하하 ㅡ 멋진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2. Jeremy 2012.02.22 14:26

    멋져요!! ^^ 일찍부터 주식 투자를 고려하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고, 주식/채권/부동산/Commodity 등 자산 시장에서의 주식의 위치/특성을 간략히 알려주는 것도 시각을 넓히는데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당. 저도 듣고 싶네요.^^
    이래저래 재미있는 일들/변화도 많았는데 블로그에 업데이트도 않고,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고 있네요.ㅎㅎ 안부만 살짜쿵 남깁니다~~

    • BlogIcon Inuit 2012.02.25 19:56 신고

      응. 다 알기 힘들더라도, 맛이라도 좀 보면 보는 눈이 생기겠지 하고 있네.. ^^

      그나저나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이..

  3. kalms 2012.02.22 14:31

    개념이 명확해서 좋네요 ^^ (오랜만에 선플입니다)
    아이한테 뿐 아니라 누구한테든
    가르쳐 주려고 하는 순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곤 하는데
    저도 사칙연산 같은 건 확실히 이해하고 있지만
    저런 개념은 가르쳐 줄 자신이 없거든요.
    투자란... 숨은 가치가 실제 가치로 바뀔 확률을
    투자하는 사람이 감당하는 것이군요.
    투기는... 정보만 믿고 예상이 빗나갈 확률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거군요.
    그렇다면 부동산을 대출 끼고 거래하는 건 ... 투기가 맞겠군요. 하하

    • BlogIcon Inuit 2012.02.25 19:57 신고

      꼼꼼히 보셨네요.
      저 몇개 키워드 가지고 강의 내용을 유추하시다니.. ^^

  4. Jjun 2012.02.23 09:58

    선물 건드리다가 재산 반토막 났었던 대학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몸으로 체험한 것이 가치투자 아니면, 소형주의 틱떼기 등
    단타치기는 직업있는 사람들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었지요 ^^;;;
    (전재산 30만원 중 15만원이 수업듣고 오니 날라갔던 ㅜㅜ;;;; )
    어릴때 그 개념을 미리 배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것도 없을듯 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2.02.25 19:58 신고

      와우 선물...
      아이들에게 선물 개념을 가르칠 때, 도박과 헷지에 대해 이야기 했었습니다. ㅋ

올해 들어 블로그가 아주 뜸했지요. 설 연휴가 끼어 있기도 했지만, 나름 바빴습니다.
특히, 주말에 스페셜한 프로젝트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투여했기 때문입니다.

Español
우선, 다리 다친 후 중단되었던 스페인어 학원을 1월부터 다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는 아직 걷기만 가능하고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거동이 되니 재개를 했습니다. 더 쉬면 그간의 노력이 거품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

Seoul Tour
연말, 가족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딸아이가 바라는 바를 말했습니다.

"전 명동에 가보고 싶어요. 인사동도 가보고 싶고, 홍대도 어떤지 궁금해요.."
"그래? 아빠가 다 보여주마."

 

아이가 장난 반, 진심 반 칠판에 적은 리스트를 사진으로 각인해 놓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마침 딸이 방학이라 매주 토요일 오전의 스페인 수업을 같이 듣고, 서울 여행을 함께 했습니다.
딸의 위시리스트를 지역별로 하나씩 클리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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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인사동을 돌 때느 예전 제가 아버지 손잡고 다니던 '국민학교' 시절이 떠올랐고,
내가 자라난 홍대~신촌~이대 앞을 걸으면서 친구들과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이 사진처럼 기억났습니다.
압구정동 언저리에는 학창시절 데이트하던 기억이 많았지요.

기억만 난게 아니라, 딸과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옛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습니다.
공부 스트레스 받던 이야기, 어린 시절 친구들과 부리던 치기, 사랑, 데이트, 술자리, 설레임, 방황까지.
굳이 어색한 자리 만들 필요 없이 이야기도 술술 나누게 되고, 아이도 재미있어 했지요.

Jump into the world
뿐만 아니라, 제가 딸에게 바라고 또 지원하는 한가지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려 노력했습니다.
 
"세상에 안 되는건 없다. 스스로 규제하지 마라.
내키면 해보고, 부딪혀 딛든 깨지든 거기서 배워라."
 
딸과 서울 여행 하는 동안만큼은 집에서의 모든 규칙을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먹어 보고, 신기한 곳 있으면 코앞까지 가 보고, 재미난 것 있으면 쓸모 안 따지고 그냥 사 봅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서울을 보니 정말 새롭고 재미나네요. 또 그 과정에서 아이도 많이 배우고 느꼈을 것입니다. 살아갈 이유와 간구할 목표와 세상을 대하는 자세도.

Great Legacy
길 나설 때마다 서너시간 이상 걷게 되다보니 육체적으로는 고됩니다. 다친 무릎 뿐 아니라 성한 무릎에 허리까지 무리가 가서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퉁퉁 부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물려줄 최대의 유산은 추억과 기억이라 믿고 삽니다.

아빠와 둘이만 서울을 쏘다닌 기억은 아마 평생 잊기 힘든 추억일테고, 빛바랜 일기같은 아빠의 예전 이야기도 아이를 통해 세상에 전해질 연대기같은 기억이겠지요. 한달간 상당한 유산을 물려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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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Jjun 2012.01.29 23:55

    따님이 꽤 많이 컸네요^^;;; 시간이 훌쩍훌쩍 지나가는건가? ㅜㅜ;;
    서울에도 구석구석 여행다닐만한 곳이 많이 있지요? ^^;; 저도 주말에 바쁘다는 핑계는 접어두고 인천의 구석구석을 한번씩 훑어봐야겠습니다. (일단 날씨가 풀리면 ;;; )

    답변글은 잘 달지 않지만 언제나 구독하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_^;

    • BlogIcon Inuit 2012.02.01 23:35 신고

      정말 시간 빠르죠..
      처음 jjun님을 알았을 때가 대학다니실 때인데 벌써 졸업하고 직장도 두번째군요.. ;;

  2. 2012.01.29 23:58

    비밀댓글입니다

  3. 2012.01.29 23:5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12.02.01 23:37 신고

      어르신들 속내가 다 그렇지요.
      속으로 감내하고 희생하고..
      아무튼 두 형제분들 잘 키우시고 이미 성공하신 부모님이지요. 편히 대해드리세요. ^^

  4. 2012.01.30 18:0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12.02.01 23:38 신고

      전에 이야기 들었을때 정말 큰 가르침을 받았겠다 싶었네.
      우리 딸에게도 그런 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 철들게.. ^^

  5. BlogIcon 후크선장 2012.01.30 19:56

    우왕 넘 보기 좋습니다. 근데 따님도 스페인어를!?!! +_+
    늦었지만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2012.01.30 23:05

    비밀댓글입니다

  7. BlogIcon LiFiDeA 2012.01.31 23:32

    항상 '나도 이렇게 자식을 키우고 싶다'고 느끼게 해주시는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

    • BlogIcon Inuit 2012.02.01 23:39 신고

      고맙습니다.
      자주 이야기 나누길 바랍니다. ^^

  8. BlogIcon yagatino 2012.02.02 10:13

    아직 완전히 완쾌되지 않으셨는데도 대단하시네요.
    저는 10개월된 아들을 바라보며,
    '내가 더 건강해져야해' 생각하며,
    작년말부터 술을 끊었습니다.
    원래 많이 마시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마시는 것과 안 마시는 것의 차이는 있을 거라 생각해서요.

    새해에도 감사히 블로그 글 읽겠습니다. : )

    • BlogIcon Inuit 2012.02.05 01:43 신고

      대단한 결심이시네요.
      그 정성이 아이에게도 꼭 전해질겁니다. ^^

  9. BlogIcon 연님 2012.02.03 05:56

    따님이 이누잇님과 닮은 분위기도 살짝 나요! ;)
    아직 불편하신 몸으로 함께 스페인어 학원에 서울 나들이를..
    포스팅 보니 저도 문득 아버지가 보고싶어집니다.

    아이에게 물려줄 최대의 유산은 추억이라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가요.
    가족들과 여름밤에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 시간이 떠올라서 무척 아련해지네요.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가족간의 애증도 그런 사소한 추억들 덕에 아름답게 느껴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의 원천이 됩니다.

    • BlogIcon Inuit 2012.02.05 01:45 신고

      딸은 아빠를 빼다 닮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 딸도 안닮은것 같으면서도 저랑 많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

      신혼은 재미난지, 새로 살게된 곳은 잘 적응중인지 많이 궁금하네요. 부모님과 떨어져 있으니 더 많이 생각 나겠어요. ^^

  10. BlogIcon 시선과느낌 2012.02.12 00:36

    2월 4일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들 언능 커서 같이 이곳저곳 마구 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ㅋㅋㅋ 아직 좀 멀었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그런 날 오겠죠?
    아! 한가지 더! 아들과 맥주 마실 날이 기다려집니다.ㅋㅋㅋ 아직 멀고 멀었지만^^

    • BlogIcon Inuit 2012.02.12 17:16 신고

      득남 축하드립니다. ^^
      조금 지나면 아쉬울정도로 부쩍부쩍 클 것입니다.
      기다리는 날을 곧 올테니, 준비 단단히 하세요. ^^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공부를 시키고자 하는게 제 일관된 목표이자 그간의 행보입니다.
산업 경제, 논리학, 토론, 고전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함께 해 왔습니다.

12월 들어서는 투자/경제를 가르치기 시작 했습니다. 몇달 전부터 아들이 주식에 관심을 가지며 투자해보고 싶다고 졸랐던 터였습니다. 사실 어린 아이들이 주식을 잘 못 맛들이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멈칫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들 가르치던 몇가지 원칙을 생각해보니 미적거릴 이유가 없더군요. 제 생각을 바꿨습니다.

1. 아이들을 아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른처럼 공부할 수 있다고 믿는다.
2. 다행스럽게도 투자 관련한 부분은 내가 가장 많이 공부했고, 실무를 통해 잘 아는 분야이다.
3. 그리고, 함정이 많은 분야일수록 미리 장단점을 상세히 알고 있는게 오히려 안전하다.


실제 교안을 잡고 일요일마다 차근차근 진도를 나가다 보니, 매우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세상 모든 소식이 온라인에 떴다가 그냥 흩어지는 뉴스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경제 돌아가는 순환고리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뉴스가 가십에서 정보로 바뀌는 상황입니다.
 
둘째, 학교 공부도 공부 자체를 위한게 아니라 실제로 써먹는 공부란걸 잘 알게 됩니다. 예제를 다루다 보면 나누기, 곱하기, 퍼센트, 비율 등등을 즉각즉각 대답해야 하니 산수나 수학이 살아있는 학문이 됩니다.

처음 주동을 했던 아들은 꽤 심취해서, 시키지도 않은 요상한 그래프를 연구해오고 열성이 대단합니다.

애들 마다 몇가지 좋아하는 산업과 기업을 스스로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기업과 산업에 해당하는 뉴스를 모으고 더 나은 기업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지만 저도 같이 하는 과정이 신납니다.

나중에 좀 익숙해지면 소액을 진짜 투자하도록 할 것입니다. 
아마 돈을 좀 잃을지라도, 수업료를 넘는 큰 공부가 될 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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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격물치지 2011.12.18 22:05

    교육 품앗이로 어디 좀 공개적인 곳에서 해 주시면 우리 아들도... 좀 ^^

    • BlogIcon Inuit 2011.12.19 20:54 신고

      전에도 이야기했던것처럼, 내년에 시작하는 과목부터는 수현이도 함께 하면 좋겠네. 이제 수현이도 많이 컸으니, 애들끼리 함께 공부하면 재미도 있고 효과가 좋을 것 같아.. ^^

  2. BlogIcon 띠용 2011.12.18 23:57

    엇 저도 배워야겠는데요?+_+

    • BlogIcon Inuit 2011.12.19 20:55 신고

      하하하 띠용님은 지금도 열심히 공부중이시잖아요. ^^

  3. 아름 2011.12.19 00:03

    저도 나중에 inuit님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네요.
    멋집니다!

    • BlogIcon Inuit 2011.12.19 20:56 신고

      모든 아버지는 각자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걸 하는것 뿐이죠.
      아름님도 멋진 아버지 되실거라 생각해요. ^^

  4. BlogIcon Magicboy 2011.12.19 09:46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이다니 재미있네요 ^^
    제 딸은(9개월-_-) 언제쯤 아빠랑 그런 놀이같은 공부를 하려는지 ㅋ..

    • BlogIcon Inuit 2011.12.19 20:56 신고

      하하 '놀이같은 공부' 딱 제가 바라는 컨셉이기도 합니다. ^^

  5. BlogIcon 토댁 2011.12.20 14:13

    제가 같이 공부해야겠네요.
    아닙니다. 먼저 기본 공부부터 해야 아드님과 어울릴 수 있을듯..^^;;

    정말 들어도 모를 것이 주식이고 투자입니다. ㅜㅜ
    전 아마 그쪽으로는 뇌가 주음이 없나봐요~~~ㅎㅎ

    • BlogIcon Inuit 2011.12.20 21:03 신고

      아니 그쪽은 원래 쳐다도 안보는게 답인 동네입니다. ^^

  6. BlogIcon 토댁 2011.12.20 14:24

    inuit님~~~
    릴레이 안 해요?^^
    은근 그날을 기둘리고 있는 토댁을 발견했지 뭐야염!! ㅋㅋ

    건강조심하세요~~

  7. vigmonk 2012.02.23 10:44

    매번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좋은 교안을 알려주시네요.
    저희도 아이를 가지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교육을 해야겠습니다.

    평생을 구독하고 인생을 배워나가겠습니다~ :)
    좋은 글들 너무 감사합니다.

요즘, 아들이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늘 명랑하던 아이가, 가을을 타는지, 사춘기가 된건지 삶이 단조롭다느니, 의미를 못 느끼겠다는 등 복잡한 속내를 비칩니다.

금요일부터 아들과 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늦게 퇴근하고 토요일은 지방에 결혼식 다녀오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웠더랬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전거 타러 나가려던 중 우연히 아이의 요즘 트윗을 봤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말수 적은 녀석이지만 그 속에서 미묘히 혼란스러운 기미를 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자전거 타려던 계획을 바꿔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잠에 취해 눈도 못 뜨는 아들, 살살 깨워 묻습니다.

"아들! 아빠랑 자전거 탈래, 산에 갈래?"
"우웅.. 산.."

아이 기준으로 새벽 댓바람인 일요일 8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합니다.

빈속에 올라가긴 그렇고, 하산 길에 식사하긴 좀 어중간합니다. 
오후에는 가족 식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집근처에서 아이 좋아하는 추어탕을 한그릇 먹입니다.
아침엔 밥술을 거의 안 뜨는 아이지만, 추어탕은 입에 맞나 봅니다.
덜어둔 제 밥까지 더 가져다 뜨끈하게 속을 채웁니다.

아침먹고 청계산 자락에 와서 주차한다고 오락가락하니 10시. 
엄마에게 복귀를 약속한 시간은 1시로 시간이 넉넉치는 않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이수봉 정상까지 한시간 정도에 올랐습니다.
아이도 이마에 땀이 송글거리고, 저는 하늘이 노랗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올라갔기에 좀 여유가 있습니다.
정상에서 땀을 좀 식히고 길을 되짚어 내려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아까 올라올 때는 그렇게 힘들고 끝이 없어 보였는데, 금방 잊혀지고 쉬운 일이 되어 버렸어요."

그래..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단다.
This shall pass.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힘든 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고, 아무리 좋은 일도 또한 사라지고 다시 안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지.
결국, 변화하는 상황 자체를 받아 들이고 순간 순간 감사하며 사는게 중요해.
그리고 어떤 상황이라도 너의 그 모습 그대로를 아빠는 사랑하니까, 항상 자신감 갖고 살았으면 한다.

실제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말 이상의 대화를 몸으로 함께 한 10월의 멋진 날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더 다지기도 했구요.
돌아와서는 잠시 샤워를 하고 바베큐 외식을 했습니다.

요즘 고기를 잘 안먹었더니 다들 많이 잘 먹더군요.
하루종일 놀았긴 했지만, 좋은 날씨 완벽한 기온을 잘 즐겼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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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abi 2011.10.14 19:28

    격언이나 금언이나 아무리 금쪽같은 귀절이라도 잊혀질 수 있으나
    '사랑받고 있다'는 감은 마음에 새겨지지요.
    좋은 날을 보내셨네요.^^

    • BlogIcon Inuit 2011.10.16 13:34 신고

      네. fact는 잊을지라도 moment는 남기를 희망하고, 그러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저희집 독서교육은 그 사상체계도 굳건하지만, 매우 빡셉니다. ^^;

지난 겨울 30권 읽고 난 이후 다시 또 맞은 여름방학.
이번에도 탑쌓기에 도전했지요.

이번 독서 프로그램은 또 새로운 의미가 있습니다.
짧은 여름 방학에 휴가까지 다녀온지라 목표는 10권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선정을 전적으로 아들이 했습니다.

아이와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고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읽은 책 중 아이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이유를 설명하며 추천하는 형식이었지요. 이제는 아이도 많이 컸고, 스스로 고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 고르는 실패도 경험이고, 생각보다 재미난 책을 고르는 기쁨도 교육이니까요.

물론, 주제가 편중되지 않도록 가이드는 주었습니다.
경제/경영, 리더십, 인문, 과학, 수학, 역사 등 코너마다 들러서 최소 한권 마음에 들면 두권을 사도록 했습니다.

'My ritual for a book'에서 책읽는 제 습관을 밝혔듯, 마무리는 책 뒷장에 싸인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제 싸인 밑에 아들의 싸인이 들어갔는데, 이젠 아들이 첫머리를 장식하는 책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또한 먼저 읽어본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고 따라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크고 세월이 흐르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그래도 티없이 잘 자라나주어 고마울 따름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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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띠용 2011.08.27 22:46

    저 책들 위에 또 다른 책을 쌓기를~!

    • BlogIcon Inuit 2011.08.28 13:26 신고

      네. 그래야지요.
      요즘 띠용님도 공부 잘 되시지요? ^^

  2. 쁘렌 2011.08.28 15:47

    오라버니가 이렇게 치열하게 사시는 데 아들이 티가 있을 수 있나요? ^^
    올해 유난히 바빠서 연락도 못하고 블로그도 최근에는 못들어 오다 와 보니 이제 책 읽듯 읽어야 할 듯요,, 여름 휴가도 어려워서 딸래미 동생네 얹혀서 제주도 보내 놓고 심란 합니다. 내일밤 탈출 감행해서 휴가 join 예정인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선선해지면 뵈요..

    • BlogIcon Inuit 2011.08.28 17:00 신고

      엉 그렇잖아도 예전 놀러갔을 때 찍은 승현이 사진 보고 다들 보고 싶더라. 가족 함께 야유회라도 가보자. ^^

  3. bastet 2011.08.29 22:02

    아드님이 부럽네요~

    • BlogIcon Inuit 2011.09.04 20:02 신고

      저랑 살면 좀 부지런해야하긴 합니다. ^^;

  4. BlogIcon Third Stage 2011.08.30 15:41

    이번에 쌓은 탑은 내용이 전부 심상치가 않네요.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읽다가 중도에 놔버린 책이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내용이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이어서 읽는데 애를 먹다가 결국은 두리뭉실하게 마무리했던 책입니다. 한권한권 읽기 쉽지 않은 책들인데, 아드님 참 대단합니다. 아드님의 독후감도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BlogIcon Inuit 2011.09.04 20:04 신고

      아이 소견에 책의 내용을 십분 다 이해하긴 어려울지라도 자꾸 그런 관점으로 생각하면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

  5. BlogIcon willshine 2011.09.02 14:29 신고

    자식이 생기니, 아직 많이 어리지만 교육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에 많은 귀감이 드네요. 제 자식은 아직 책이 입으로 물고 빠는 건줄 알지만요. ㅋㅋ

    • BlogIcon Inuit 2011.09.04 20:04 신고

      요즘 페북에서 제이의 재롱어린 표정을 종종 봤습니다.
      곧 예쁜 어린이로 크겠지요..

아이들 따로, 어른 따로 부산에 가서 만나는 미션 여행 글에서도 썼듯, 요즘 생각하는 주제는 아이들이 보다 자율적,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입니다. 그 와중에 EBS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수작 다큐멘터리를 만든 팀에서 후속으로 낸 책이고, 그 내용이 요즘 유행하는 '회복탄력성 (resilience)'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냉큼 읽었습니다.

정지은, 김민태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몇가지 조각 정보를 듣고 산 책이지만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첫째, 그리고 이 책을 좀 더 빨리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둘째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의 '자존감'이 책의 줄기입니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도 좋고, 실패에 대한 면역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나 가까운 우리나라의 KAIST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마음이 깨지기 쉬운 상태인데, 이부분이 바로 자존감이 개입하는 지점입니다.

자존감은 세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있는 그대로 자기모습을 수용하는 자기가치, 상황에 따라 유연히 대처하는 유능감, 그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사랑하는 자기호감입니다. 이 중 유능감은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 공감과 배려가 중요합니다. 자기수용 능력은 잘하든 못하든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기투영입니다. 과도한 허장성세나 비뚤어진 자기비하가 아니더라도 관계망 속에서 실패도 할 수 있고 성공도 할 수 있는 자기자신을 인정하는게 어른도 쉽지 않으니 아이는 어려서부터 잘 배워야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자존감은 자존심과도 다르고 자신감과도 다릅니다. 자존심마저도 객체화 할 수 있어야 자존감이고, 자신감이 바탕되어야 문제 해결 능력도 늘어나는 상위 집합이지요.

이러한 자존감에 큰 방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부에 대한 과도한 압박과 스트레스, 둘째는 부모의 과잉보호입니다. 모든걸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면서 아이는 의존성이 커지고, 결국 남의 눈치를 보고 또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됩니다.
 
이 두가지 방해물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 부모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저부터 많은 부분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자존감 키우기는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아이를 돕는 길입니다. 애가 행복해야 공부도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 하며, 결국 스스로의 길을 헤쳐가겠지요. 그래서 무릎이 까질지언정 지금부터 자꾸 홀로 서 봐야, 세상 모든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제대로 보며, 부모의 사랑과 안정 속에 힘차게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딜겁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의 말투부터 생각하는 습관까지 많은걸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공부보다 더 중요한, 또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양육이기도 하지요. 아이 키우는 분은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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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exedra 2011.06.20 16:12

    평소에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부분인데, 책으로 나와있었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꼭 사서 봐야겠어요.

    • BlogIcon Inuit 2011.06.20 19:13 신고

      네. 읽어보시고 의견도 함께 나누면 재미있겠네요. ^^

  2. BlogIcon 이안 2011.06.24 22:32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가슴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자존감을 뭉개는 것은 정말 영영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자 마음의 불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한 말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참 조심해야겠어요.

    • BlogIcon Inuit 2011.07.09 11:37 신고

      정말 그렇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실수하는 일이 우린 또 얼마나 많을까요..
      아이 키우는게, 잘 키우는게 쉽지 않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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