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1378)
Inuit Blogged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업종 리포트에도 애널리스트의 개성이 묻어나오지만, 데일리, 위클리 시황 리포트를 보면 정말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습니다. 시황 리포트의 목적이란 것이 우선은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급적 사람들이 거래를 많이 하도록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그렇다고 리포트 보고 샀는데 손해났다고 잡음이 생길 수 있는 결정적인 언급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쓰는 언어가 암호같기도 하고, 때로는 화법이 대단히 현란합니다. 다음은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모멘텀이 희석되었다 = 주가 오를만한 호재가 이제는 없다. 바텀업(bottom-up)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 투자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 박스권 흐름이 장기화될 조짐 = 주가가 크게 ..
삼국지 같이 유명한 원전은,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전체의 스토리 라인을 통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컨대, 저자거리에서 돼지고기 파는 우락부락한 사내와 시골에서 훈장하던 과묵한 사내가 만나 술을 마시는 지극히 평범한 사건임에도, '바로 장비와 관우가 처음 여기서 만나는구나.' 긴장하고 만남의 디테일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요즘에 제가 삼국지를 보는 입장은 의사결정자라는 측면에서 보게 되더군요. 즉,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한 장면의 snapshot에서 그 상황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서주성 유실사건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유비 무리가 처음으로 서주성이라는 근거를 마련하고 힘을 키우는 도중, 조조의 계략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성을 ..
원제: Scenario Planning 전략하는 사람들의 고민중 첫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정성을 끌어내야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 다음을 꼽자면 전략 프로세스와 실행 프로세스와의 연계성이겠지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간간히 거론되고 있는 기법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즉 불확실성 자체를 인정하고 그 기반위에서 미래의 변화를 동태적으로 파악하며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하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자체는 50년도 넘은 기법이지만 전략쪽에서 그 용도를 새로 발견한 것이지요. 실제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기반하여 구소련의 붕괴와 911 테러를 예측했다는 것에서 이목이 집중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거론하고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 기법은 TAIDA로 요약됩니다. Track: focusing pro..
지금까지 13회에 걸쳐 인도에 관한 짧은 경험과 긴 느낌을 적었습니다. 고작 1주일 머문 후, 어찌 감히 인도를 안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만, 최소한 피상 보다는 속을 들여다 보려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미리 읽고, 두루 보고, 많이 듣고, 상대가 질려할 정도로 물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구독하시는 분들께는 짜증날 수 있을만큼, 한 주제를 길게 가져 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게는 깊은 인상이었고, 삶을 기록하는 블로그의 목적상 강렬한 느낌과 자잘한 세부 사항을 남겨 놓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각도로 인도에 대해 포스팅을 했지만, 인도를 특징적으로 말하자면, 'India is hot!'입니다. 우선 날씨가 뜨겁고, 음식이 매우며 경제가 후끈 달아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몇년전에는 떠..
5월말 뭄바이의 날씨는 매우 덥고 또 습합니다. 그러다보니, 에어컨이 잘 틀어져 있던 비행기나 자동차에서 내리면 안경에 김이 서려 앞뒤 분간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에 한 10분만 길을 걸으면 온몸이 땀에 젖습니다. 우리가 볼때 신기한 점은, 6월초순부터 뭄바이에 우기(monsoon)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5월말인데도 벌써 바다가 몹시 거칠어져 있습니다. 애초 관광목적지였던 코끼리 섬만해도도 현지 사람들이 배를 아주 잘타면 가지 말라는 권유도 있고, 혹시 배로 돌아오지 못하면 매우 난처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것보다도 바닷속 무덤으로 유명한 Haji Ali의 모스크에도 진입통제를 해서 멀리서만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기가 되면 수십만명의 어부들이 ..
뭄바이의 부촌 지역인 꼴라바에 가면 전통적으로 여왕의 목걸이(Queen's neckless)라고 불리우는 만이 있습니다. 이 만은 아주 큰 Ω 모양으로 생겼는데 바다를 따라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둘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안도로에 띄엄띄엄 가로등이 서 있는데 이 것을 켜고 밤에 보면 거대한 목걸이 같다고 해서 여왕의 목걸이라는 애칭이 붙게 된 것이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왕은 무슨 여왕이냐 자존심 상한다고 해서 marine drive로 개칭이 되었습니다. 식민 잔재를 없애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니, 고전적 낭만이 사라져 버린 아쉬움 따위는 지나는 과객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겠지요.
볼리우드(Bollywood)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볼리우드는 봄베이와 헐리우드의 합성어이지만, 우리나라의 한류우드와 같이 자국내에서만 쓰는 말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꽤 알려진 단어입니다. 볼리우드의 연간 제작편수는 연간 1000편이 넘어 헐리우드의 세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인도의 영화에 대해 편견이 있었습니다. 뮤지컬도 아닌 멀쩡한 영화중간에 갑자기 주인공이 노래를 하고 반.드.시. 집단 군무를 추는 것이 꽤나 유치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에게 잘 알려진 '뚫훅송'만 해도 엽기송의 범주로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으니 그런 사람이 저말고도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볼리우드 영화, 볼리우드 음악, 볼리우드 공연을 두루 접하고 나니 그런 편견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
인도의 인당 GDP는 $650 정도 됩니다. 구매력(PPP) 기준으로 보아도 $3400 정도 되니까 매우 가난하지요. 하지만 인도의 인구가 11억이니 그중에 부자는 엄청나게 부자라고 보면 됩니다. 인도의 부자 이야기를 하면서 타타 (Tata) 회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타타는 민족 자본가입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 사람들의 비아냥 속에서도 인도사람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인도의 기간 산업을 일군 양반입니다. 철강산업을 비롯해서 다양한 산업을 개척했고 그 경영정신이 매우 청렴하고 민주적이어서 인도에서 타타 이야기를 하면 다들 two thumbs up입니다. 인도 방송을 보다보면 타타 자동차를 비롯하여 치약, 음식까지 손에 미치지 않는 산업이 뭐가 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다각화되..
뭄바이의 유명한 관광명소로 누구나 꼽는 곳이 코끼리 섬과 인도관문(Gate of India)입니다. 코끼리 섬은 석굴 사원으로 인도관문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 가량 가야 하는데, 시간도 많지 않고 바다가 좋지 않아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뭄바이가 초기에 번성하게 된 것이 바로 유럽의 동방항로의 길목이기 때문이지요.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해본 분은 알겠지만 유럽에서 지중해를 나와 아프리카의 험한 바다를 통해 희망봉을 돌아 다시 마다가스카르 섬 사이를 지나 아라비아해를 건너면 바로 인도의 뭄바이 쪽에 닿습니다. 그래서 전략적 중요성이 컸으므로 포르투갈이 점령했다가, 결혼 혼수리스트 한귀퉁이에 끼어 영국에 넘겨졌습니다. 뭄바이의 본격적인 성장은 영국이 동인도주식회사를 설립한 이후였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브리튼 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첫날의 칵테일 파티 때 이것저것 서빙해오는 것을 죄다 맛을 보았지요. 그런데 그 중 향이 매우 강한 양고기를 먹고 갑자기 구토가 목까지 밀려오는데 아주 곤혹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와인을 가득 들고 가는 웨이터가 있어 한잔 집고 통째로 꿀꺽 삼켜버렸습니다. 다행히 큰 실수는 막았지만 그 후로 입에서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와인과 맥주를 조금 더 먹는 선에서 식사를 마무리했지요. 그 뒤로 며칠간은 식사때에 허기만 면하는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 힘들어서 그랬던 것이지요.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니 음식도 눈과 입에 익고 제법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막판 무렵에는 요리사에게 '내가 인도까지 왔는데 도대체 매운 커리가 없으니 웬일이냐. 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