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을 시험하기에, 독백은 이상적인 데이터 세트가 아니다."

시장조사든 설문이든 다수의 응답을 모아 함의를 찾는 일을 해본 분들은 바로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자기 보고' 언제든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유는 다양합니다. 설문조사자 또는 응답내용을 들을수 있는 근처 사람을 의식해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응답에도 이런 경향성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문된 지지율 응답과 실제 투표율간 괴리를 정밀히 조사해 보면, 일관되게 2% 과소평가가 관찰되었으니까요.

, 허영(vanity)이건 정치적 올바름(PC)이건 어떤 항목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속이는 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는겁니다. 악의가 없을지라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신도 모르고 부모님도 모르고, 심지어 나조차 모르는 은밀한 진심을 아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구글 같은 빅데이터이지요. 전문가는 물론, 친구에게도 묻기 힘든 내밀한 궁금증을 우리는 구글에 묻습니다. 성적취향을 반영한 포르노를 검색하거나, 플루의 증상이 될지도 모르는 고통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SethStephens-Davidowitz

(Title) Everybody lies


책이 파고드는 부분이 바로 지점입니다. 빅데이터로 파악하는 진솔한 시대정신이지요. 실은 구글 검색이 지식을 사용자에게 공개한 서비스 이름이 시대정신 (zeitgeist)였습니다. 지금은 구글 트렌드로 변경이 되었지만요.

 

저자는 구글 검색의 빅데이터 측면을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했고, 다소간의 논란 끝에 유명세가 생긴 구글에 취직하여 데이터에 몰입합니다. 그렇게 회사의 전폭적 지원하에 연구한 다양한 결과가 소개된 책입니다.

 

처음 트럼프 사례를 조금 보면 데이터는 다소 끔찍합니다. 여러가지 상관관계 인과관계를 찾다가 저자는 트럼프 지지가 오바마 전임 대통령에 대한 흑인 감정임을 알아냅니다. 이게 설문에 잡히는건데요. 오바마가 당선되었을 , 미국 국민은 국가적인 진보성과 개방성을 자축했고 여러 설문에도 그렇게 잡힙니다. 그러나, 구글에서 인종차별적 검색이 나오는 시점과 지역이 이후 트럼프 지지 투표의 축이 되어가는게 구글 검색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이런 음울한 결과만 있는건 아닙니다.

스포츠의 팬덤이 생성되기 가장 좋은 나이는 8세입니다.  이건 구글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연령을 분석하고 팀별 최빈 연령과 우승시기를 매칭하면 바로 잡혀 나옵니다. 빅데이터 분석의 전형적 사례이지요.

 

정치적 입장이 형성되는 시기는 18세입니다. 언저리 시기 대통령의 인기도에 따라 정치적 견해가 형성되는 것이 데이터로 보입니다. 세월호 세대가 촛불집회에 많이 나온 것은 미래 한국 정치에 대단한 변곡점을 만든것이지요.

 

경제적인걸 볼까요. 같은 소득이라도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 사는 것은 평균 수명에 차이가 있습니다. 부자동네 사람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오래 삽니다. 이유는 행동양식의 전염성입니다.

 

외에도, 섹스, 동성애, 편견, 아동학대 등에 대한 데이터는 놀랍게 솔직하거나, 놀랍게 반직관적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디지털 자백 (truth serum)이라고 표현할 정도지요.

 

책의 진가는 이러한 빅데이터 사례를 나열함에 있지 않습니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아직도 한계가 많고 시작 단계에 머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먼저 경험한 자로서 취했던 접근법, 겪었던 시행착오를 찬찬히 적어두고자하는 자세가 인상적입니다. 커지기전 괴물의 힘을 알아보고 같이 길들여가자는 초대장 같습니다. 사회과학이 진짜 과학이 되는 의미깊은 순간이니까요.


Inuit Point ★★★★★

읽다 보면 괴짜경제학 같은 느낌이 납니다. 매우 학문적인 저자가 꽤나 대중적으로 흥미롭게 책입니다. 읽다보면, 저자가 괴짜경제학의 빅데이터 버전을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랬다면 성공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깊이와 재미 놓치지 않았으니까요. 다섯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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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2 kg 감량

이후 한달간 감량 수준 유지

귀리 우유의 성과입니다. 믿어지시나요?

 

아이코스 끊고나서 체중이 급격히 불었습니다. 약속이 많은 탓인지 운동량을 늘려도 이번엔 잡히지가 않습니다. 마침 먼저 다이어트를 고민한 후배가 알려준 귀리우유 다이어트. 이야기 듣자 마자 바로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실패.

평소 아침을 안먹는데 아침에 귀리우유를 먹으니 크게 감량 효과를 봤습니다. 그 사이 체중은 걷잡을 없이 늘어나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종일 굶되, 배고플 때만 귀리우유를 먹는다

 

방법으로 하니 3일만에 2 kg 이상 빠졌습니다. 실은 귀리우유로 뺀게 아니라 먹어서 빠진거지요.

 


하지만 부분에서 귀리 우유의 공은 지대합니다


일단 먹으면 포만감이 5시간 이상 갑니다. 아침 안먹고 점심 무렵 배고플때 귀리 우유 으면 저녁 때까지 거의 배고픔도 안느끼고 지낼 있습니다.


게다가 맛이 좋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시리얼도 느끼한 기분에 이틀 연속 먹거든요. 귀리는 누릉지같이 구수한 곡기가 좋습니다.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덧셈 뺄셈입니다

칼로리를 먹고, 많이 쓰면 됩니다. 하지만 먹는걸 통제하는게 쉽지 않아 어렵지요. 귀리우유는 포만감과 반복가능성 면에서 허기를 달래주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식이요법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살빼고 싶은 분은 속는 셈치고 한번 해보세요. 맛이라도 좋으니까요. 

 

귀리우유 먹는

  • 귀리를 물에 충분히 불린다 (3시간 이상)

  • 그대로 약한 불에 그냥 볶아 수분만 날린다 (10 정도)

  • 만들어진 볶은 귀리를 우유 한잔에 먹을만치 넣어 먹는다 (세스푼 정도) 


  1. 2018.05.11 21:24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Inuit 2018.05.14 14:03 신고

    네. 보내드렸습니다

  3.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8.08.02 18:02 신고

    앗, 이런 방법이 다 있군요. 아침에 하면 좋겠어요.

김영준

색이 확실한 책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자영업은 상당한 부피를 차지합니다. 그럼에도 불특정적이고 영세한 함의를 지닌 자영업의 구조와 본질을 들여다보는 노력은 제가 기억하기론 별로 없었습니다. 책은 경제학적으로, 사회구조적으로 자영업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정리해 갑니다. 자영업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걷고 다채로운 이해를 늘립니다

 

프랜차이즈의 재조명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프랜차이즈라 하면 골목상권을 유린하는 대기업의 폭압적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있습니다. 아마도 빵집 논쟁에서 언론이 주로 사용한 프레임웍이고, 외식업 전반에 걸친 인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외식의 대량생산

물리적 실재가 본질인 외식 산업은 국지성(locality) 제약조건입니다. 식당업이 비즈니스 적으로 규모를 키우려면 프랜차이즈가 유력한 답이죠. 이를 통해 품질이 표준화되고 소비자는 안심은 구매합니다. 여기까진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입니다.

 

프랜차이즈의 순기능

책을 통해 깨닫게 프랜차이즈의 순기능은 시장 역량의 상향 평준화입니다. 수제라는 이미지에 기댄 사업이 많은 수제과잉의 시대입니다.곰곰히 생각해보면 '손맛' 비정규화되어 맛날 수도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제는 영세함의 포장적 언어이기도 합니다. 결국 수제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프랜차이즈에서 제시하는 표준적 품질과 서비스를 능가하는 무엇을 제공할 수제가 프리미엄이 됩니다. 골목상권의 자영업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권의 순환주기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도시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소규모 자영업자입니다. 이들은 상권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혁신을 공급합니다. 다양성이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면 번영합니다. 그러면, 운영비용의 30% 점하는 임대료가 상승하고,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있는 대형 상점이 교체되어 들어오게 됩니다. 결과로 상권은 다양성을 잃고 단조로와지고, 도전적이었던 영세업자는 이동하게 됩니다. 이면도로로, 나중엔 인접 상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순환주기로 보면 가치 중립적입니다. 상권이 재생화되는 과정이고 도시 블록엔 좋은 일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과정이 극히 짧아 기여에 대한 보상과 창출된 부의 배분이 공평하지 못한 점이 문제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래가는 점포가 없나

일본이나 유럽에는 대를 물려 사업하는 상점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극히 드뭅니다. 저는 이게 압축적 성장을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상가임대법의 영향이 크다는걸 알았습니다. 상권 발전에 기여한 몫을 장기적 계약으로 충분히 보상 받지 못하고, 건물주의 재산권이란 측면으로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업장들의 출몰이 잦고 권리금은 높아지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권리금

저자는 나아가 상가임대차법이 점점 합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권리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리 있는게, 권리금이 커지면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도전적 점포가 들어올 여지가 사라져 상권이 단조롭고 지루해집니다. 오래가는 상점이 나오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임차인끼리 등골 뺴먹는 시스템이 되어버린거지요.

 

폐업율의 착시

자영업 생존율이 20%란건 많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숫자는 공포를 화제화하는데는 좋을지 몰라도 실체적 진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폐업율 80% 갖고 있는 구조적 허수 때문입니다. 장사가 잘되어 이전을 해도 폐업후 개업, 업종을 전환하거나 아파서 잠시 휴업을 해도 폐업 개업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같은 자영업자 숫자가 폐업과 개업의 건수를 많이 물고 들어가는 부분도 상당하단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살얼음판 자영업

그럼에도 자영업은 어렵습니다. 그나마 성공이 보장되어 보이는 유행아이템은, 실상 한계수익의 체감으로 극강의 난이도 사업인데도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계절주기가 강하면 잘될때 목격한 매출이 내가 안가는 시점에 80% 하락한 끔찍한 상황임을 절실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처럼, 은퇴하여서야 자영업을 시도하면 이미 안목의 경쟁력은 없기 십상입니다. 절제적 소비로 최향과 안목이 빈곤하여 업자의 먹잇감이 되기 쉽지요.

 

자영업의 존재의미

틀에서 보면 자영업은 엄연한 일자리로서 경제에 축을 담당합니다. 그렇게 자영업자가 많아보여도 IMF이후 꾸준히 줄어 20% 미만인점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적절한 수의 도전적 자영업자가 많아지면 도시는 얼마나 찬란할까요.

 

Inuit Point ★★★★

서두에 말했듯, 정말 색깔이 뚜렷한 책입니다. 책을 읽고 자영업 생각을 접은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최소한, 책을 읽지 않고 자영업 생각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평소 길가며 지나치던 점포들의 이면이 보여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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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지막 여정은 리스본 야경을 택했습니다. 아내는 쉬고 싶다 남고, 셋만 출격합니다. 아테네에서도 셋이서만 야경 보러 바람 부는 산을 오른 적 있는데 데자부 같습니다.

 

야경을 위해 아껴둔 장소는 성모 언덕의 전망대(miradouro de nossa senhora do monte)입니다. 숙소에서 거리는 아니지만, 오르막길이라 우버를 탔습니다. 리스본 시내 풍경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풍경을 눈에 꽉꽉 담아두고 내리막을 걸어 호텔로 옵니다.

 

늦은 점심이 거했고 배가 고프지 않아, 로컬 분들 많이 가는 간이식당에서 비파나 두개를 사서 들어왔습니다. 배가 여유 있고 피곤하지 않다면, 한참 머물러도 좋을만큼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윽고 귀국날.

여행의 시작은 설레고 반짝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지치고 건조합니다.

 

리스본 공항은 이미 포화상태라 인근 군용비행장을 개조해 신공항을 지을 준비를 한다는 우버 드라이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와중에 폰으로 알람. 출발편의 지연 소식입니다. 트래픽이 문제는 문제네요.

 


연결편 타는 시간 여유가 1시간 40분으로 짧은 터라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결국 한시간 지연되어 출발하니 마음을 비우게 되더군요.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루 자고 가지 . ;;

 

그렇게 귀국편을 체념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 네트웍 접속하자마자 Kayak 알람. 인천행 귀국 편이 세시간 딜레이라고 합니다. 기체 결함이 발견되어 예비 기체로 교체했다는데, 가상의 사고를 딛고 무사히 귀국한 셈이네요. 체념하니 열리는 기회란게 아이러니했습니다. 독일에 하루 머무르려다 급히 귀국하는듯 섭섭함이려나요.

 


아무튼 한국오니 다른 면에서 좋네요. 가족 모두가 활기를 얻어 올해도 힘차게 사는데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든 이야기는 여기에서 있습니다.


  1. fruitfulife.net 2018.02.28 16:45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야경이 아주 멋집니다.
    돌아오는 길이 지치고 힘들기에 돌아와서 '역시 집이 최고!' 할 수 있나봅니다. ^^

    • BlogIcon Inuit 2018.04.15 00:38 신고

      네. 집은 화려하든 소박하든 그 포근함으로 좋은 느낌을 주지요. ^^

식사를 마쳤으되 해가 아직 중천입니다.


마지막 시간이 여유로우니 좋습니다. 어딜 가볼까 별별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테주 강너머 예수상을 가기로 합니다. 긴 이름은 예수왕 국립 성소(santuario nacional de cristo rei)인 예수상은 리우 데 자네이로의 예수상을 본딴 것 맞습니다. 한때 식민지였던 리우의 예수상에 감명받아 포르투갈 국민 청원에 의해 지어진 유래가 인상적입니다.

 

이 예수상은 크고 아름다운 다리를 지나서 갑니다. 다리 밑을 지날 때마다 저기 한번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예정없이 소원을 풀게 되었습니다.

 

이 다리는 유명한 독재자의 이름을 따서 살라자르 다리로 불리었습니다. 수십년 독재를 견디다 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뤘고 다리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Ponte 25 de abril, 4.25 다리지요. 우리나라 4.19 붙는 것과 같은.

 

1974 4 25, 라디오에서 나오는 금지된 파두곡을 신호로 청년 장교들이 조용히 움직이며 시작된 포르투갈의 혁명.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주인공끼리 얽히고 섥히는 인연의 가운데 줄기가 것도 기나긴 독재와 항거의 대결입니다. 제가 포르투갈 좋아하는 이유 , 오래는 걸렸지만, 체념적 국민성을 딛고 스스로 민주화를 쟁취한 부분도 있습니다. 민주화는 누가 가져다 있는게 아니니까요.

 


4.25 다리는 리스본 높은 언덕에서 테주 건너 알메다 지역 높은 언덕으로 바로 꽂히기 때문에 보기보다 한참을 돌아야 합니다. 우버 드라이버 분께 물어보니 걸어 수는 없다고 하네요. 다리를 지나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다시 지방도로로 되짚어 오면 예수상 공원이 나옵니다. 혁명의 다리 건너 2천년전 혁명을 이끌었던 .

 


리스본 전경은 리스본 시내 어디서도 보기 힘들지요. 포르투에서는 가능했던 도시 전경을 테주강 건너니 제대로 볼 수 있어 감명 깊었습니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구경하다, 예수상 위에 올라가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기단의 오피스로 가보니 입장료를 받네요. 티켓을 사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순식간에 예수상 발밑까지 갑니다.

 

몸이 날아갈듯 세찬 바람이 불고, 멀리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사방 트인 극한의 풍경은 초현실적이었습니다. 식구들 모두 말없이 망막에 잡히는 모든 빛, 살에 닿는 모든 감촉, 그리고 정서와 기억의 가족적 유대를 내면으로 느끼다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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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걷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 목도 말라 광장 카페에 자리를 잡습니다. 유럽 어느 광장에 있어도 행복도가 +5 상승하는데요. 광장의 매력 같습니다.

 

탁 트여 사람이 모이고 만나고 다시 흩어지는 전통의 플랫폼. 플랫폼이 그렇듯 광장은 사람을 유인하는 요소가 있지요. 랜드마크 건물이거나 분수, 동상, 탑 같은. 어트랙션의 나머지를 채우는건 사용자입니다. 날은 지독히 못부르는 가수가 저 편에서 노래를 합니다. 그래도 너무 멀어 소리가 가물거리니 나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바람을 쐬며 상그리아를 마시니 올라간 체온도 식고 팍팍해진 다리도 쉬어서 좋습니다. 카페 주인같은 여성은 영어를 잘하는데 일하시는 할머니는 영어를 못하십니다. 그럼에도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까 몸짓으로 위치 알려주시고 남녀 공용이라 누가 있는지 먼저 가서 보고, '와도 돼 ^^' 손을 흔드시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앞에서 포르투갈 왕들을 좀 비판적으로 말했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포르투갈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꽤 좋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왁자지껄 활달한 친근함이라면 포르투갈은 우리나라 시골 같은 뭉근한 친밀감입니다.  그냥 보면 무뚝뚝한데  대화가 시작되면 배려심과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물론 말투는 까스띠야의 하이노트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나른한 웅얼거림에 가까운 억양입니다.

 

하나 포르투갈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인종에 대해 시야가 열려있다는 점입니다. 흑인부터 인디오와 백인이 화목하게 공존하는 브라질처럼 포르투갈, 최소한 리스본은 다인종 도시로 수세기를 지내왔습니다.

 

중세 노예무역을 선도한게 포르투갈입니다. 식민지에서는 노예를 부렸기도 합니다. 그러다 식민지에서 낳은 곁가지 아이들이 환국하고, 식민지 경영을 위해 해외에 내보내는 인력이 많아 인력난을 겪다 보니 일찍부터 다인종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랍과 아프리카는 가깝고, 무역항으로 교통하는 수많은 나라 사람도 있었고요. 더 멀리 거슬러가면 무슬림 축출후 개종한 아랍인도 그대로 남아 살고 있습니다. 아참, 스페인의 사주로 유대인을 축출하고 개종한 유대인도 남아 있었고요. 이 모든게 17세기에 이뤄진 일입니다.

 

이때 풋내기 항해자는 리스본에 와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여긴 그야말로 국제도시야"라는 기록 이 많습니다.

 

포르투갈이 선구적 노예무역상으로 돈도 제법 벌었지만, 노예제도 철폐도 빠른 편에 속합니다. 본국의 노예 금지는 대지진 이후인 18세기 후반, 노예 무역의 금지는 19세기 초반입니다. 이런 역사는 모른다쳐도, 여행자의 예민한 감각으로도, 포르투갈 있는 동안 인종에 대한 색다른 시선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상 파울루에서 느낀, 하나되는 따스함까진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좀 쉬고 다시 또 알파마 골목에 감탄하며 꼬메르시우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길 그리 와보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지요. 대지진 이후 신도시 계획의 뼈대가 바이샤니 말입니다. 숙소가 있던 호시우에서 남으로 곧게 그은 3 대로의 끝맺음이 꼬메르시우 광장입니다. 아우구스타 대로를 중심선으로 금의 길(rua  de aurea)과 은의 길 (rua da prata) 축을 이룹니다. 대로 사이 사이를 메운 구두쟁이(sapateiro)의 길, 무두쟁이(correeiro)의 길 등 중세 시장이 상상되는 길이 얹혀 있지요. 남북의 길을 가로지른 동서의 길들, 그리고 엄격한 대칭으로 구획된 각 구역마다 동일한 규격의 집들을 절제하여 배치한, 당시로 담대한 도시 계획. 건물로 쓴 서사시의 끝이 바로 꼬메르시우 광장입니다.

 

새 광장이 시민의 플랫폼을 넘어 세계의 플랫폼이 될 것을 예측한 카르발류, 폼발 후작은 당시로선 엄청난 광장을 설계했습니다. 물산이 집하되는 선박이 매일 드나드는 강쪽만 뚫어두고, 탁 트인 광장의 서편엔 무기고를, 동편엔 세관을, 북편엔 민사 법원을 두어 우리 포르투갈 죽지 않았다는 위용을 과시하고, 내국인은 바이샤에서 오면서, 외국인은 테주강에서 들어오면 볼 수 있도록 염두해둔 상징적 공간입니다.

 

뭐 지금은 사진 찍기 좋은 아름다운 광장으로 사람들이 많지만, 1755년의 대지진을 한켜 깔고 보면 그 감흥이 절절합니다.

 


광장 근처에서 마지막 현지식을 합니다. 그간 좋았던거, 먹으려고 생각해뒀으나 못 먹은 메뉴를 시켰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비장하게 맛있습니다. 뇌는 뒷짐지고, 배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입의 결정을 따른 식사였습니다. 해질때까지도 배가 꺼지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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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원래 날씨나 돌발상황으로 놓칠 곳을 보충하려 예비로 빼둔 날입니다.  하지만 예정해둔 여행 포인트는 대부분 클리어한 상태

오비두스(obidus)를 갈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진자(ginja) 또는 진지냐(ginjinha)라 불리우는 체리주가 유명합니다. 하도 이뻐서 왕비에게 선물로 준 마을이라 왕비마을이라는 별칭도 마음을 끕니다. 가보면 좋긴 하지만, 여행의 말미에 장거리 여행이 약간 부담스러울듯도 하여 리스본 시내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뭐하지?

 

식구들과 간단히 이야기해 , 오늘 일정은 고공 테마로 정했습니다. 리스본은 도시 경관이 수려합니다. 도시 안에서 봐도 이쁘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절경이지요. 먼저 소피아 전망대에서 시내를 보고, 비센테 성당을 지나 알파마를 크게 돌고, 제가 가장 아껴뒀던 꼬메르시우 광장에서 식사를 하며 일정을 1차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식구들 쇼핑 타임을 준 후 호텔에서 잠시 쉬고 야경 한번만 보고 끝내는 가벼운 일정으로 설계를 했습니다. 모두 좋다고 동의했습니다.

 


호텔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서는데.. 아아. 탄성이 나옵니다. 예보로 예상은 했지만 상상이 짧았습니다. 햇살이 쨍하고 온도도 따스하고 날씨가 환상입니다. 떠나기전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햇살이 구석구석 비치는 아름다운 골목을 살살 걸어 소피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어찌나 이쁜지. 딸램은 집에 가기싫어를 연발하고.. 사실 저도 돌아가기 싫었습니다. 풍경이 지루할때까지 충분히 보고 다시 길을 갑니다.

 

비센테 성당도 대지진 때 많은 사람이 상한 곳입니다. 리스본의 수호성인을 모신 성당이니 그랬겠지요.

 

이어서 판테온

로마의 판테온처럼 멋지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로마 판테온을 그 이름처럼 모든 신을 모신 만신전입니다. 그 이름이 로마의 속국들로 오면서 이베리아에서는 무덤을 뜻하는 개념으로 변했고, 리스본의 판테온은 왕들의 무덤입니다. 입장하려고 하니 돈을 내라고 합니다. 건물은 멋지지만 포르투갈 왕 따위는 별로 관심이 없어 되돌아 나옵니다.

 

포르투갈 왕가를 이야기하면 할 말 많지요. 우선 역사 시대가 한참 진행된 후 건국해서 신비감이 없어요. 부르고뉴에서 건너온 두 기사, 본국에서 job이 없어 이베리아로 건너온 두 기사가 무슬림과 싸움에서 공을 세워 까스띠야 왕의 두 딸과 결혼합니다. 언니와 결혼한 기사는 스페인의 왕이 되지만, 동생과 결혼한 사람은 포르투갈 백작령을 갖고 시작하지요.

 

아무튼 제 관점에서 포르투갈 왕가의 유죄는 황금기에 들어온 재물을 나라 발전을 위해 쓰지 못한 점입니다. 왕가와 귀족문화에만 빠졌고, 미래를 위한 산업 발전에 부의 물줄기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대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요구일수도 있으나, 해적질을 해서 나라를 세운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남의 나라 조선소에 위장 취업해서 산업을 배운 표트르 황제를 단지 아웃라이어라고 치부하기엔 그 결과 차이는 상당히 크니까요.

 

유럽의 숟가락이라는 세비야도 있긴 합니다. 수많은 신대륙의 재화를 실어 나르는 보물 항구이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맛을 못본 스페인, 그 까를로스 대제는 신성로마제국 황제노릇하느라 폼이라도 잡았지요. 스페인은 영토와 인구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무적함대 깨지기 전까지 해양기술에도 많은 투자를 했었습니다. 크리스토발, 콜럼버스는 포르투갈에 까이고 퇴짜맞고 난 이후에 기독교 왕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지원을 받았고, 최초의 세계일주를 한 마젤란도 포르투갈이 품지 못한 항해사 마갈량이스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유럽 기준에서 포르투갈은, 같이 붙어는 있지만 좀 덜 떨어진 이웃느낌인듯 합니다. 오죽하면 재기 발랄한 페소아가 포르투갈도 유럽에 있는 멋진 나라다라는걸 알리고 싶어 리스본 가이드북을 직접 집필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행선지가 '기차로 갈 수는 있지만,  유럽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신비로운 나라' 컨셉으로 리스본이었을까요.

 

포르투갈 사람들도 인정하는 부분인데 스스로 유럽의 후진국이라고 자조할 때가 많습니다. 이 자조성도 포르투갈의 큰 특징이긴 합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스페인에 병합되었다가 겨우 독립했지만, 리스본 대지진 이후 하나하나 식민지를 잃어가기만 한 역사. 제국주의 열강들의 선긋기 놀이 때 포르투갈도 아프리카에서 야심차게 선긋다가 영국이 '너 꺼져' 한방에 ', 그래' 하고 도망온 후 생긴 국가적 열패감.

 

역사를 훑다 보면 저 왕들이 마냥 멋지지만은 않습니다.


판테온 이야기에 덧붙이면, 포르투갈 왕가는 수세기에 걸친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으로도 유명합니다. 나라가 작아 혼인 풀이 좁은 탓이 첫째, 변방이라 대국과 혼인 교류가 잦지 않은게 둘째 이유인데요. 광녀 후아나가 가장 많이 알려졌고요

 


외관은 특상으로 아름다운 판테온을 보며 하염없이 앉아있다가 다시 또 길을 걷습니다. 알파마 골목은 그 자체로 미로 같은 흥미진진함이 있습니다. 다만 미로 괴물 대신, 골목마다 보물같은 장면이 숨어있다는게 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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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기전 마지막으로 포르투 시내를 작게 한바퀴 돕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암기하듯 눈에 넣습니다. 관심 없어 안간 명소인 맥도널드 임페리얼 점도 들러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맥도널드 점"이란 칭호를 가진 곳입니다. 인테리어가 고급지긴 하지만, 맥도널드는 맥도널드지 어디 가겠습니까. 그래도 누가 만들었는지 관광 마케팅에는 쓸만한 캐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을 찾은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일단 역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버를 타고 가는데 포르투갈 우버 기사는 다들 그리 잘생겼는지, 이분도 영화배우 느낌이 납니다.

저는 브라질 살다 왔어요.

아 그래요. 적응 잘돼요


차가 새거라 훌륭해요.

회사차인걸요.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아저씨가 "근데 역 뒤에 세워드려도 돼요?" 묻습니다.

 

'어.. 거긴 계단이 있어서 짐 많은 우리한텐 안좋은데..'

알면서도

"네 그렇게 해요. 근데 왜요?"

물었더니, 멋쩍어 하며

"거기가 플랫폼 가까워요."

 하면서 이야기를 추가로 더합니다.

 

"얼마전에 역에서 택시기사가 우버를 공격한적이 있어요. 도끼로 찍었어요."

 

. 파리에서 타이어 불태우고 마드리드에서 공격한거 들었고 아마 그때도 어찌어찌 타고 다닌듯은 한데, 여기도 그런가봅니다.

"언제 그랬대요?"

"2주전이요. 바로 요기(차 후드를 가리키며)를 도끼로 찍었지요."

 

". 기사님 차였어요?"

".. ;;;"

 

"다친덴 없어요?"

"네 다행히."

 

그러고 기억해보니, 포르투갈 와서 딱 한번 택시를 탄게 포르투 깜빠냐 역에서 숙소 갈때였습니다. 그때도 택시 기사가 우릴 보고 무슨 이유인지 안 태우려고 했습니다. 짐이 많아서인지 인원이 많아서인지. 아직은 중국인 여행객이 없으니 동양인 차별은 아닐테고


그래서 우버를 부를까 하는데 다른 택시 기사들이 그 기사보고 막 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쪽으로 오더군요. 다른 기사들이 뭐라고 한건 아마 '네가 길을 막고 안가면 다음차가 손님을 못받잖아'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내키진 않지만 퉁명스러운 택시에 탔습니다. 가다가 말을 붙여도 답도 안하고, 숙소 쪽 도착하니 사이드잡고 그냥 트렁크 열어 버리더군요. 짐 도와주는건 바랄 형편이 안됐습니다. 택시 요금이 7쩜 몇 유로였고, 원래는 10유로 드리고 "나머지 팁하세요." 하는데, 이 날은 기분이 언짢아 거스름돈을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유로 탁 채더니 '오브리가도.' 쌩하고 떠났지요.

 

그 뒤로 우버 없으면 걸을 망정 택시는 안 탔습니다. 우버 드라이버라고 해도 사회적 약자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택시 입장에서 미울 수는 있다해도 그렇게 공격까지 하는게 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왜 울화를 같은 처지의 더 미약한 사람에게 푸는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송도 관습도 다 바뀔거라 믿어요."

도움 안되도 힘 내라고 말하고 가슴 한켠이 서늘한 채 내렸습니다. 몇 개 들고 계단 내려 가는거야 그분 맘 상한거에 비하면 일도 아니지요. 런던에서 가족 징하게 연습도 많이 했던 .

 

역에 도착해서 한시간 보내며 식사도 할 곳을 찾았습니다. 어제 우버 드라이버 분이 꼭 먹고 가라고 추천한 메뉴중 하나인 비파나(bifana) 집을 가기로 했습니다. 짐 두고 척후 나간 날랜 두 아이가 바로 장소를 물색해 왔습니다.

 

들어간 집은 그야말로 시골 음식점 분위기 물씬 납니다. 영어가 안되어 처음으로 손가락질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여행객 몇 팀을 제외하면 다 동네 손님들인데, 동양 사람 처음 본것도 아닐텐데 세상 처음 보는듯 내내 쳐다봅니다. 그중 연세가 많으신 할배분이 있는데 흘깃흘깃 보는게 아니라 저희를 대놓고 영화보듯 봅니다. 근데 그 눈빛이 너무 호기심 많고 순수해서 우리도 눈 마주치면 웃음만 나옵니다. 나중에 우리 먹는거 보고 참견하면서 계속 포르투갈 말로 합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몸짓과 어투로 알겠습디다. 몇 개'        

'응 그거 맛있어. 잘 시켰어.'

'아니, 부인은 왜 안 먹어. 많이 먹고 살이 더 붙어야지.'

뭐 이런.. 이야기. 배불러 쉬고 있는 아내에게 하도 먹으라고 권유하셔서 아내가 억지로 한술을 뜨고서야 몸짓의 아우성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무튼 비파나 먹다 맛도 있고 재미도 좋아 프란세지냐를 하나 더 시켜 먹었습니다. 영어를 못하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를 빼다박은듯 닮아 아들로 추정되는, 총각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느낌이지만 나중보니 일은 바르게 잘 했습니다. 게다가 한시간 정도 머물며 친해졌는지, 단골느낌도 났습니다. 와인 잔술을 시켰는데 우리는 보통 식당처럼 반 좀 넘게 주는데 동네 사람들은 넘치도록 따라줘서 은근 섭섭했거든요. 그런데 한참 동네사람들하고 손짓발짓 대화를 하며 놀다가 한 잔 더시키니 한잔 찰랑찰랑 가져다 줬습니다. 하루만에 단골로 업그레이드된 기분?


여행은 이렇게 오며가며 사람들과 얽히는 이야기로, 기억속에 독특한 색채를 띄고 보관되는것 같습니다.

 


풍경도 아름답고 사람도 훈훈한 포르투의 기억을 아쉽게 남기고 리스본으로 복귀를 합니다.

문제는 기차가 연착이랍니다. 출발 10분전에 가보니 40delay 뜹니다.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게다가 유럽 혼잡한 역은 플랫폼도 자주 바뀌고 어느게 내 기차인지 식별해서 타려면 집중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포르투 깜빠냐 역은 플랫폼이 넉넉한지 우리 기차 올때까지 다른 기차는 없어 그나마 나았습니다.

 


기차는 결국 오고 순간속도 300km까지도 내면서 서둘러 아폴로니아역까지 잘 갔습니다. 참 희한하지요. 리스본에 다시 왔다고 더 친근하고 홈타운에 돌아온 안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날씨도 훨씬 푸근했습니다.

 

다시 바이샤의 호텔로 갔는데 5성급의 친절이 여객을 감동시키더군요. 친절한 리셉션과 방까지 따라와 안내를 해주고, 내려가신 후 보니 에그타르트가 웰컴 스위트로 기다리고 있어 꿈같은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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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형 숙소에선 저녁마다 장 봐서 식사를 했습니다. 비용도 절약되지만 식탁과 키친이 있으니 식사 자체가 편안합니다. 외국 여행하면 항상 느끼는게 한국보다 채소 먹는 비중이 적습니다. 의식적으로 채소 메뉴를 선택하는데, 집에서 먹으면 그 점도 좋습니다. 싱싱한 채소 사서 올리브 오일만 뿌려도 이미 훌륭한 한끼입니다. 하몽이나 치즈까지 사삭 뿌리면 크으..

 


포르투 마지막 날입니다. 비가 내리지만 여느 유럽 비 같습니다. 그냥 귀엽게 보슬거리는게 그냥 맞고 다녀도 될 정도.

 

포르투는 해리포터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영국도 아닌데 해리 포터랑 연관있는건 롤링 여사 덕입니다. 맞아요. 포르투갈 남편과 이혼 , 아기를 데리고 와 초고를 썼다는 그 카페가 여기에 있습니다. 롤링 여사가 살며 많은 영감을 얻은 곳일테지요


호그와트 마법 학교 교복은 포르투 대학생 교복에서, 신비로운 호그와트의 계단은 렐루 서점 그리고 그리핀도르는 시내 사자 분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물론 방대한 세계관을 어느 한 거리 쿡 찍어 여기가 거기래 하는게 어불성설입니다만, 저는 수긍합니다. 런던의 앨리를 다니며 애타게 찾던 해리포터의 실물감은 이곳이 더 온전한게 사실이니까요.

 

포르투 마지막 날은 일기 예보도 나쁘고, 숙소 인근에서 가볍게 다니는걸로 미리 예정해 뒀었습니다. 해리포터 테마입니다.

 

우선 간 곳은 마제스틱 카페입니다. 롤링 여사가 글썼다는 이곳은 매우 화려하고 개화기 느낌이 물씬 나는 멋진 곳입니다.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밀정이 난무하던 상하이나 홍콩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원래 이 카페는 포르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었는데 해리포터 팬들이 몰려오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이 카페도 반은 한국인입니다. ;;

 

그런데 묘한건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과 부산스러움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앉아 있으면 해리포터는 생각도 안나고, 그냥 부슬부슬 축축한 날 안온한 원목 내장이 풍성한 카페에서 따끈한 차와 커피를 마시는 그 기분이 매우 포근했습니다. 가족과 대화가 즐거웠던 유난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이전에 다니다 봤습니다. 렐루 서점은 유료 입장입니다. 서점을 돈내야 한다니 어색하긴 해도 관광지니 그러려니 했는데, 입장권 사러 갔더니 줄이 너무도 길어 패스했습니다.

 


사자상은 그리핀도르의 기운이 충만하긴 하네요.

 


이어서 볼량 마켓에 갔습니다. 생각보다 매우 작아 놀랐습니다. 천천히 돌면 오분 빨리 돌면 3 정도 걸립니다. 여기도 한국인이 매우 많았는데 누가 대범하게도(!)  크게 샤우팅 했습니다.

"아 씨 광장시장인줄 알았네."

네 딱 광장시장 정도 풍경입니다. 현지인이 청계천 관광객정도로 있는.

 


여기서 가장 재미났던건 시장 길가 통술집입니다

간단한 치즈나 정어리 안주에 와인 두 잔이 5유로! 애들은 나타 먹으라고 보내고 아내와 둘이만 오붓한 시간을 보내서 더 좋았습니다. 주인 아저씨에게 삐리삐리 소스를 청했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음.. 잠깐만요." 하더군요. 그래서 "없으면 안주셔도 돼요." 했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합니다


곧 가져다 주신 급조 삐리삐리 소스. 설명을 들어보니, 오늘 그게 없어서 매운 고추가루에 올리브 기름을 뿌려 간을 했다고 합니다. 근데 그 맛이 은근 훌륭합니다. 우리 내외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니 아저씨도 흡족해 합니다. 시장 인심인지 유럽 인심인지 아무튼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길게 걷는 일정을 뺐더니, 한자리에 오래 앉아 노닥거리는 하루도 좋습니다. 시간 아껴가며 총총거리다 느긋하게 쓰니, 부자느낌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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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있는 가이아 지역은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갈 순 있지만, 되짚어 걸어오긴 먼 거리라 우버를 탔습니다. 우버 기사 만나면 수다를 많이 떠는데, 현지 정서를 알기 제일 좋은 시간입니다. 

 

"포르투FC 좋아해요?" -포르투 버전


"어느 팀 응원해요,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버전

 

로컬사람과 대화할 때 급속도로 친해지는 마법의 질문입니다. 포르투갈은 축구의 나라고, 리스본과 포르투는 매우 자부심 강한 축구의 도시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이 축구에 흠뻑 빠진 이유가 독재자 살라자르 정권 시절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3F(Futebol, Fado, Fatima) 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 없는 다른 라틴계 나라도 축구에 미쳐있는걸 보면, 이용했을망정 조성한건 아닌성 싶습니다.

 

수도 리스본의 두 팀 중 벤피카는 가장 성공적인 팀입니다. 가장 많은 리그 및 컵 타이틀을 가진 전통을 자랑해요. FC 포르투는 그 유명한 조제 모리뉴 감독을 배출한 팀이지요. 모리뉴는 포르투갈의 만년 2인자이자 유럽의 변방팀을 샛별로 만들었습니다. 리그 우승 및 유로파 우승, 유로 챔스 우승까지 세상을 놀래켰지요. 이후 모리뉴는 국제적 스타가 되어 명문팀 감독을 이어서 하고 있어요. 뒤를 이어 FC포르투를 맡은 비야스 보아스도 리틀 모리뉴란 별명답게 걸출한 성적을 내고 첼시까지 왔다간 있습니다.

 

FC포르투는 자본집약적 현대축구에서 군소 클럽이 그렇듯 셀링 클럽이기도 합니다. 그게 살아남는 비법이지요. 유망주를 예리하게 골라서 키운 후 비싸게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지요. 헐크, 팔카오, 하메스, 오타멘디, 잭슨 마르티네스, 다닐루 같은 선수가 포르투 출신입니다. 그래서 그냥 셀링 클럽이 아니라 유럽의 거상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전 리그 순위를 보니 재미났습니다. 포르투와 스포르팅이 무패로 1, 2, 벤피카가 승점 차이가 나는 3위더군요. 대화하다 좀 친해지면 이 순위 갖고도 많은 이야기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에혀. 계속 이겨서 1등 유지해야 할텐데.. " -FC포르투 팬

"에혀. 올해는 포기했어요. 리빌딩 중임." -벤피카 팬

순위가 높든 아니든 걱정거리 많은건 어느나라 팬이나 똑같군요.

 

또 한가지, 답은 뻔한데도 재미삼아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포트루 토박이인걸 확인한 후,

'포르투가 나아요 리스본이 나아요?'

글에서 읽기론 포르투와 리스본간 라이벌 의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포르투는 리스본 사람을 알파뉴시스(배추먹는 사람)이라 부르고, 반대로 포르투는 트리페이루스(내장 먹는 사람)이라고 놀리는 식으로요.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체급 차이가 여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포르투 사람도

(어깨를 으쓱하며)

'리스본이야 대처인걸요. 그래도 난 포르투가 좋지만요.' 

뭐 이런 답을 합니다.

 

대화 , 포르투 토박이가 입가에 미소를 띄고 침이 살짝 고이며 이야기하는, 자부심 넘치는 프란세지냐 이야기가 나와서 우버 내리자 마자 프란세지냐 집을 갔습니다.

 


엄청난 맛이네요. 칼로리 폭탄이기도 합니다. 빵과 고기, 계란, 치즈가 범벅이고 그 위에 소스를 뿌려 나옵니다. 몸무게 걱정이 후덜덜이지만 보면 정신없이 먹게 됩니다. 프란세지냐는 아가씨란 뜻이라니 이쯤되면 감 오는분도 많겠지만, 끄로끄 무슈와 끄로끄 마담의 포르투갈식 변용입니다. 근데 저 소스가 프란세지냐를 독특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느끼함이 별로 없고 촉촉한 식감이 인상적입니다. 무게 신경 안쓰면 매일 먹고 살고 싶은정도로 행복한 맛이기도 합니다.

 

스낵으로 하루치 칼로리를 섭취한지라 좀 걷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갔지만 루이스 다리를 또 보러 갑니다. 야경이 좋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동 루이스 다리에서 낮에 본 포르투 풍경이 뽀얀 민낯이라면, 밤의 포르투 광경은 풀 메이컵을 한 성인 같은 자태입니다. 비밀이 많은듯, 고혹적입니다.

 


나중에 포르투에서 생을 마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땐 중국인이 장악해서 같은 도시가 아닐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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