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까 걱정했는데 다행으로 날이 좋은 아침입니다. 제일 먼저 루이스 다리로 갔습니다.

 

포르투하면 클리셰처럼 나오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좁고 깊은 계곡 위 170미터 위를 지나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그 자체로도 감탄이고, 올라서서 강과 도시를 둘러보면 압도적 장관을 자랑합니다. 루이스 다리는 철의 마법사 에펠이 지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파리 에펠탑의 건축미를 닮은듯도 합니다. 물론 트러스 구조라 유사한 인상을 보이긴 합니다만, 항공공학자 에펠의 공기역학적 감성이 어떻게든 배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다리 중간에서 보는 포르투는 가경입니다. 제가 본 도시 중 베니스에 견줄만 합니다. 베니스가 좀 더 환상적이라면 포르투는 보다 도시의 기능이 충실한 아기자기함이라는게 차이입니다. 다리를 걸으며 볼 때마다 아름다워 계속 사진을 찍게 됩니다. 나중에 보면 다 비슷할걸 알면서도 그렇게 됩니다.

 

리스본과 포르투가 왜 그리 이쁜가 곰곰 생각해보니 언덕의 마법 같습니다. 다채로운 건물들이 언덕을 따라 수직으로 깔리니 각각의 모양이 점묘하듯 도시 미관을 구성합니다. 아무리 예쁜 건물이 많아도 파리처럼 건물고가 평탄하면 지붕의 모양과 도로, 강이 이루는 패턴으로 도시 풍경을 만드는데, 포르투와 리스본은 수직방향으로 거리를 들어올린 모양새니 입체적이고 생생합니다.

 


상 벤투역에서 동 루이스는 매우 가깝습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면 세하 두 필라르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가 있습니다. 보통 다리만 보고 다시 포르투로 되짚어 가거나 케이블 카를 타고 강변으로 내려가는데, 호텔 직원분이 이 전망대도 가보라고 해서 조금 더 걸어올라 전망대에 갔습니다. 다리까지 포함해서 보이는 포르투 전경이 명품이더군요.

 

다음은 와이너리 구경을 갑니다. 포르투 시내에서 보면 도우루 강 건너편에 수많은 와이너리 공장이 보입니다. 기왕 강 건너온 차에 가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 Taylor's 와이너리를 가는데, 여기도 호텔 직원분이 풍경이 좋다고 추천해준 곳 중 하나입니다.

 


전망대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지만 길이 얽혀 있어 짧은 도보 거리는 아닙니다. 와이너리 도착하니 다리도 팍팍하고 배도 촐촐해서 전망이고 뭐고 요기거리를 찾습니다. 와이너리 인포데스크에 물어보니 마침 와이너리 직영 레스토랑이 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려고 보니 흠칫하게 됩니다. 너무 고급스럽네요. 밖에 놓은 메뉴를 슬쩍 보니 영 몹쓸가격은 아닙니다. 사실 포르투갈이 여행지로 좋은게 음식이 맛있는데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쌉니다. 파리나 독일 같은 중부 유럽 기준으로 대략 반 정도 든다고 보면 됩니다. 제대로된 플레이트 메뉴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고 와인하나 마셔도 인당 10유로 정도 보면 됩니다.

 

기대를 했지만 현지와서 확인하니, 진실로 포르투갈 와인은 가성비 극강입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2만원 정도 하는 적당히 맛난 와인이 마트에서 2, reserva급이 5유로 수준입니다. 물론 더 비싼 와인도 많지만 5유로짜리도 맛보면 황공히 행복하지요. 식당도 그래요. 식당의 차림새 따라 다르지만 와인 한병에 5유로에서 10유로면 충분합니다. 벨렝의 푸드트럭에서 타파스 여덟개에 와인 한병해서 20유로 써있는걸 보고는 잘못봤나 확인까지 했어요. 포르투갈 가서 와인만 꾸준히 마셔도 본전을 뽑는다는

 

포르투갈 와인은 그냥 일반적 와인이고, 포르투와인(port wine)은 주정강화 와인입니다. 대표적 주정강화 와인인 셰리(xerez) 영국에 수출하는 항해동안 상하지 말라고 브랜디를 넣어 도수를 올렸다고 합니다. 유사하게 포트와인도 도수 높은 브랜디를 넣지만 셰리에 비해서 발효과정의 전단계에 투입해서 부드러운 과일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인도 파병선에 실은 에일의 장기보관을 위해 홉을 때려 넣은게 IPA이니 음식과 문화는 공진화하는게 맞는듯 합니다.

 

결과로 품질은 좋지만 신맛이 강한 도우루 와인이 더 부드러워지고 장기보관도 용이해서 영국에서 수요가 폭발했던 와인이죠. 그러나, 장사꾼 영국인에 비해 어수룩한 포르투갈 왕실은 무역협정이랍시고 맺은게 영국의 직물을 면세해주고 댓가로 받은게 포르투 와인 감세. 면세도 아니고 감세. 게다가 포르투갈에서 유일한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이 포르투 와인이라 결과적으로 국력을 와인 생산에 전량투입하게 되었는데, 카르발류가 한탄을 했다고 전해지지요

'흉작 한번 맞으면 망할 산업인것을..'  

어쨌든 잘 만든 포르투 와인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일품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고개를 돌려 보면 포르투 풍경이 달리 보입니다. 북쪽 포르투는 중세 유럽 풍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언덕이고, 그 건너편인 남쪽 가이아 지역에는 영어식 이름과 빅토리아 풍 건물의 와인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 역사와 경제가 지리로 압축된 느낌마저 듭니다.

 

잠깐 생각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리에 앉고 원로 영화배우처럼 멋진 지배인의 유머러스한 대화와 꼼꼼하게 보살피는 서비스를 받으며 점심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나올 때마다 포크와 나이프 다 제격으로 바꿔주고, 와인이나 물이 비면 어디선가 나타나 채워주는 극진한 서비스였습니다. 이 모든것에 애피타이저 와인, 메인 메뉴와 곁들여 먹는 글래스 와인에 디저트까지,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은 선물같은 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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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목이나 아름다운 포르투 시내를 흥겹게 걸어 도우루 강변까지 갔습니다. 포르투 오는 기차 객실에서도 반은 한국인이었는데, 시내 걷는 도중에도 역시 엄청난 한국인 관광객을 보게 됩니다. 이태원을 걷는 느낌입니다. 현지인 제외하고 반은 한국인, 일부 일본인, 나머지 유럽과 남미인 정도의 분위기. 중국 관광객이 없어 매우 쾌적하기도 합니다.

 

아내가 묻습니다.

" 이리 한국사람이 많을까? 근데 다들 매너도 좋은거 같아"

저는 대답합니다.

 

"파란 샤넬백인거지."

 

팟빵인지 유튜브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친구가 말했다고 합니다. '저 ㄴ은 무슨 복으로 파란 샤넬을 들고 다닌대?' 갑자기 본사람에게 그리 거칠게 말하냐 물었더니, '그렇잖아. 샤넬은 검은 색이 기본인데, 파란 샤넬을 들고 다닌다는건 검은 사넬은 이미 있단 뜻이잖아.'

 

저의 파란 샤넬 가방 이론은 그러합니다.

"여기 한국인 여행객은 이미, 파리, 런던, 스페인 사람들인게지."

유럽 여행을 포르투갈로 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요. 전엔 스페인이 파란 샤넬이었는데 요즘은 유럽 기본 요소가 된듯 하고, 이젠 포르투갈이 추가 요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포르투갈의 파란 샤넬 한국인 관광객은 타지역에서와 달리 눈에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부지런하다.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정을 시작합니다.

둘째, 조용하다. 문득 보이면 언제 옆에 있었나 싶게 조용합니다. 1 여행이 상당히 많고, 페어 여행, 혹가다 3 정도 소규모라서 그렇기도 합니다.

셋째, 필요하기 전까지 서로 개입하지 않는. 저희도 그런 편이지만, 동포 봐도 속으로만 한국인이겠지하고 투명의 막이라도 쳐진듯 현지인 모드로 각자의 일정을 소화합니다. 재미난건, 그렇게 투명하게 지내다가도 문제가 발생하면 갑자기 한국어 모드로 순식간에 변환합니다. '한국인이세요?' 이런 의례적 인사도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저기 이거 소드레역 가는거 맞지요?', '사진 한장 찍어 주실래요?', '여기 괜찮아요?', '여기 앉아 있으면 주문 받으러 오는 식당이에요. 그냥 기다리세요.' 직접 들은 대사들입니다. 여행 선수들 같기도 하고, 포르투갈 땅의 정서에 동화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넷째, 귀신같이 알차다. 그런데 다들 인터넷 정보가 비슷한지 리스본과 포르투 바닥이 좁아서인지 하루 종일 사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벨렝에서 저희 가족 사진 찍어준 맘씨 푸근한 가족을 포르투 카페에서 보고 반갑게 인사나눈 적도 있습니다. 나름, 현지인에게 추천받아 여긴 한국분들 없겠지 하는 곳도 반드시 두세 팀은 보기도 했으니 오로지 인터넷만은 아닌듯 합니다. 여행 박사들이지요.

 

아무튼 이런 전차로 유명한 관광 포인트 가면 한국어가 상당히 많이 들리는데, 여행에 불편은 없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유럽에 왔는데, 오사카나 LA 온 기분이 드는 것 정도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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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는 리스본보다 훨씬 북쪽이고, 훨씬 대서양에 인접해서 겨울엔 춥고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여행 떠나기 직전까지 체크해보니 포르투 체류 기간 동안은 해가 없고 구름과 비만 보였습니다. 다행히 도착 당일은 날이 좋아 서둘러 거리 구경을 나섰습니다.

 

구글 지도로 대략 방향만 숙지해두고, 좋은 풍경 따라 발길 닿는대로 걸었더니 바로 벤투 역에 도착했습니다. 리스본의 심장이 바이샤라면 포르투는 벤투 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벤투 천장에는 포르투를 흐르는 도우루강, 그리고 스페인과의 북쪽 국경을 짓는 미뉴강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벽면엔  아름다운 대형 아줄레주가 단연 눈에 띕니다. 아줄레주(azulejo) 포르투갈의 시그너쳐 같은 건축재료입니다. 저는 azul 이라고 해서 푸른 색이 특성인줄 알았지만, al zulaycha(광을 작은 )라는 아랍어가 변형된거라고 하네요. 그럼에도 실제로 보면 리스본과 포르투의 아줄레주는 푸른색이 대종을 이룹니다. 아마 우리나라 청화백자처럼 당시 사용하던 안료의 특성에서 비롯해, 익숙해진 미감으로 반복해서 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나라의 식민지 출신인 남미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제가 미국에서 멕시칸 레스토랑 가서 제일 인상 깊었던게 타일 붙어있던 식탁이었습니다. 연원이 중동에서 이베리아 반도를 통해 전해졌으리란건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생각이 닿게 되었습니다.

 

타일형 건축재는 도자기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엔 매우 고급 재료였습니다. 그러다가 보급이 많아지면서 유지관리가 간편하면서도 미학적으로 활용도가 높아 인기가 있었을테고요. 마누엘 양식이 최고조에 이른 황금시대에는 이탈리아 등지의 장인들이 예술을 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리스본 대지진 이후 수많은 건물의 재건으로 갑자기 아줄레주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제 맞춤 그림형에서 대량생산에 적합한 단순패턴형으로 바뀐 점도 알아두면 건물 재미가 납니다.

 



그런면에서 벤투 벽면의 아줄레주는 전체가 모여 대작을 만드는 매우 고급스러운 아줄레주 벽면인게지요.

 

역을 나와 조금 걷다 끌레리고 탑을 봅니다. 우뚝 모습이 골목골목 지나다 눈에 뜨입니다. 그러나 염불보다 잿밤이라고, 딸램이 투어 리서치하다가 봐뒀던 식당이 보여 무조건 들어갔습니다.대구빵(pastel de bacalau)이라는 포르투갈 향토식인데 대구를 갈아 만든 고로케 같은 겁니다. 대구 좋아하는 나라답지요. 대구빵은 포르투 와인과 매우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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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uitfulife 2018.02.09 20:35

    저도 아줄레주가 파란색을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중국 청화백자 영향인줄 알았는데, 아랍쪽이라니 예상했던 것 둘 다 틀렸네요. 역시 배우고 봐야 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8.02.11 11:34 신고

      저도 이번에 가서야 알았어요. azul이라 푸른색이라 철썩같이 믿었지요. 타일 기술은 아랍에서 왔지만 푸른 안료는 중세에 유사한 기술이었으니 청화백자와도 맥이 통하지 않을까 생각만 해봅니다. ^^

여행 5일차는 포르투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포르투는 제가 매우 가고 싶어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처음 이유는 단순히도 포르투 와인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이래 저래 많이 봤지만 포르투 와인을 접한건 불과 전입니다. 스페인의 셰리주와 비슷할 알았는데, 전혀 다른 품격이 있더군요. 아쉽게도 포르투 와인은 물량이 많지 않아 굳이 찾지 않으면 안보입니다. 그래서 파두를 보러 포르투갈 가면 포르투는 가보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포르투 풍경이나 문물이 나올때 눈여겨보다보니 도시 자체에도 매료되어 있었지요.

 

포르투는 포르투갈이란 국호가 생긴 근원이기도 한데, 뜻은 항구(port)에서 나왔습니다. 그럼 포르투갈은 항국(港國)인건가요..? (하나도 중요하지 않지만 말나온김에 적어보면, 포르투칼 아니고 포르투갈입니다. 그리고 포르투갈 대신 포르투를 축약해서 쓰지 않습니다. 포르투를 접두사로 쓰면 이 도시를 뜻할때 씁니다.) 아무튼 포르투는 포르투갈 2 도시입니다. 인구는 30 정도지만 역사는 가볍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이 길다란 네모라고 생각하면 제일 중요한 강은 도우루 강과 테주 강입니다. 강이 포르투갈 전체를 대충 3등분 합니다. 그리고 사이 가운데 땅이 가장 핵심이고 로마시대 이후로 쟁탈전의 메인 메뉴이기도 했습니다. 지역을 로마부터 루시타니아(lusitania)라고 불렀고, 지금도 lusitan-이란 접두사는 '포르투갈의'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루시타니아 남쪽의 테주강 어귀에 리스본이 있다면, 북쪽 도우루강에서 대서양을 나가는 곳에 바로 포르투가 있습니다. 바로 포르투로 간다니 가벼운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9 기차라 서둘러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 도착하니 떠날 열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예약해둔 객실을 찾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기차는 테주강을 따라 북상하다 고산지대를 가로른 다시 내려가 대서양을 나란히 달려 포르투로 향합니다. 중간에 폼발 백작의 고향 마을도 지납니다. 포르투갈 최고 대학이 있는 코임브라에 정차한 이후에는 학생들로 객실이 찹니다. 다소 엄숙했던 열차안은 기분좋은 하이톤으로 활기가 했습니다

 


세시간을 달려 깜빠냐 역에 도착해서 바로 숙소로 갑니다. 포르투 숙소는 아파트 숙소(serviced apartment)입니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이런 숙소에 묵은 적이 있는데, 시설은 훌륭하고 편했지만 프론트가 없어 체크인 애먹은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리뷰를 꼼꼼히 봤더니 체크인 평점이 10 만점에 10이라 예약을 했습니다.

 

자잘하지만 길에서 닥치면 조금 곤란한 문제가 있습니다. 포르투 도착이 12시인데 정식 체크인은 3시입니다. 가진 하긴 애매한 시간인 두시간 가량, 어찌 시간을 때울까 생각이 복잡했지요. 마침 여행 1주일 전에 숙소에서 궁금한거 없냐 안부 연락이 왔습니다. 사정을 말했더니, 쾌활한 문투로 '그럼 일단 도착하자마자 봐요. 방이 청소되어 있으면 바로 들어가고 아니면 놓고 구경하다 오세요. 근처에 A, B 식당이 맛이 좋아요.' 이런 답이 왔었습니다. 포르투 깜빠냐 역에 도착한 바로 숙소에 갔더니 다행히 우리 방이 비어 있다고 체크인을 해줬습니다.

 

방에 들어갔는데, 복층의 스튜디오라서 매우 쾌적했습니다. 방이 6만원 대라니.. 식탁과 주방, 여러 기구도 구비되어 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짐처럼 들고 다니던 비상용 컵라면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Home away home이란 투숙객 리뷰가 어색하지 않은 편안함 속에서 느긋한 식사로 여독을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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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09 13:58

    비밀댓글입니다

벨렝에서 하루 자도 좋다 싶을 정도로 감흥이 많았던 하루입니다. 그래도 숙소로 복귀는 해야하기에 나타 사서 리스본으로 복귀합니다. 트램은 줄이 길어 멋스러운 이동은 포기하고 줄이 짧은 버스를 탔습니다.

 

대신, 재미한번 느끼고자 소드레 역에서 내려 바이후 알투로 올라가는 케이블 트램, 아센소르(ascensor) 탑니다. 이건 바이후 알투를 걸어 다니던 , 우연히 올라오는 트램을 봐두었던건데, 벨렝의 산뜻한 전원적 풍경에서 다시 복닥한 시내로 오는 모드 전환에 좋은 아이템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알파마보다는 덜해도 길이 네모반듯하지는 않은 시아두 거리를 구글 맵따라 찾아서 아센소르 정거장에 들어섰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올라가는 트램과 유사합니다만, 규모와 풍경은 나이아가라 폭포 앞의 목동 인공폭포지요.

 

그래도 비카 아센소르(ascensor da bica)는 색다른 풍미가 있습니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처럼 낮은 지역에서 바이후 알투로 올라가는 실질적 대중교통이라서 관광객과 현지 풍경이 자연스레 뒤섞입니다. 15분에 정도 다니니 한적한 트램 길입니다. 기차길을 가로질러 차들도 간간히 지나가고, 어린 아이는 선로에서 아빠와 즐겁게 놉니다. 트램 길이 하도 짧아 어린 아이도 1/3 오르락 내리락 하며 노는게 함정이지만요.

 


숙소 근처라 매일 한두번 지나는 바이후 알투의 까몽이스 광장은 어느덧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광장을 지나 점찍어 두었던 곳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렇듯 포르투갈 전통메뉴고, 해물위주입니다. 오늘은 삐리삐리(piri-piri) 소스를 달라고 했습니다. 삐리삐리 소스는 아주 매운 고추를 올리브 기름과 갖은 양념에 절인 소스입니다. 매운맛이 좋은 올리브유와 어울어지는 풍미가 일품입니다. 삐리삐리 소스는 테이블에 내어 놓지 않지만, 현지인들이 늘상 먹는거라서 달라고 하면 99% 확률로 줍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고추장 주실래요 하는 격이니


실제로 삐리삐리 소스의 매운맛에 익숙해진 포르투갈 사람들이 한국 매운 음식에 가장 적응을 잘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당연하지만, 포르투갈은 향신료의 천국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향신료를 배로 실어 날랐던 대항해시대를 거쳤으니까요. 유럽의 입맛을 바꾸었지만, 단위 무게당 금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수입품으로 경제적인 효과도 대단했습니다

 

삐리삐리 소스를 달라는 말에 아저씨, '과연 동양사람 맞군'하는 흐뭇한 미소로 가져다 주십니다. 음식에 살짝 뿌려보니 매콤한게 음식이 입에 맞습니다. 한참을 맛나게 먹고 있는데, 아저씨 오셔서 괜찮냐 묻습니다. '당연 괜찮지요. 우린 한국사람이에요.' 했더니, 그럼 매운 맛에 도전해보겠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 아저씨는 새로운 삐리삐리 컬렉션 세병을 가져옵니다. 한병은 우리로 치면 핵불맛입니다. 겉에 perigroso, 위험하다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까 걱정된 아저씨, 특별히 댄저러스 댄저러스 강조를 하십니다.

 

방울 뿌려봤더니.. 진짜 맵습니다. 불닭면 정도로 맵네요. 매운걸 먹지만 고통스럽게 매워 원래 레귤라 소스로 바꿔서 먹었습니다. 재미났던 식사였고, 삐리삐리 소스 크기도 작아 사서 여행 내내 들고 다녔네요. 에그타르트 빼곤 뿌려먹어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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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강쪽으로 조금 가면 '발견의 (padrão dos descobrimentos) 나옵니다. 제가 기대를 많이 곳이지요.

 

무슬림이 중동을 장악하고 기독교도의 동방 출입을 통제한건 종교보단 경제적 이해다툼이었습니다. 길이 끊겨 동방무역이 된서리를 맞게 되자 바다의 나라 포르투갈엔 기회가 열렸습니다.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루트를 개척하고, 이어서 바스쿠 가마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횡단해 고아에 도착한 , 황금의 인도와의 해상 루트를 확보합니다. 계속 동진한 포르투갈은 말라위, 인도네시아 동남아 국가와, 중국의 마카오를 거쳐 유라시아의 극동인 일본까지 갑니다.

 

일본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고스란히 알지요. 빵은 포르투갈 그대로고, 뎀뿌라도 tempora라는 포르투갈 말입니다. 카스텔라도 포르투갈 선원이 전해준 스페인 지방 이름이지요, 까스띠야.

 

해양왕국 포르투갈의 기초를 놓은 사람이 엔히크 왕자입니다. 서열상 왕이 되지 못하니 아예 바다로 에너지를 돌렸지요. 포르투갈이 대외 공세를 취한 사례인 세우타 정복은 좁은 바다 건너 북아프리카 구역을 점령한 것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세계적이었습니다. 외침에서 벗어나 포르투갈 제국주의의 시초를 사례이기도 하지만, 바다를 등지고 살던 유럽 열강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항해왕자 엔히케는 포르투갈 남단 사그레스 지역에 항해학교를 설립하고 천문, 해양 선박 기술을 육성합니다. 토대 위에서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가 열린 거지요. 물론 엔히크는 시대와 지리로 읽어야 합니다. 왕권과 포르투갈의 이익에 복무했을 , 대중과 이성 또는 합리에는 관심이 없었지요. 저는 그의 업적으로 그를 기억합니다.

 


나온 김에 알고 보면 좋은 포르투갈의 상징 하나를 소개하면, 장식 달린 십자가를 로고로 사용한 그리스도 기사단입니다. 그리스도 기사단은 템플러인 성전 기사단의 일파였다가 포르투갈 왕실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황청의 허락을 받고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급속히 포르투갈화 되어, 왕이나 왕가의 일원이 기사단장이 되어 바다 개척의 중심 조직이 되었습니다. 말이 기사단이지 해적단 항해단이지요. 따라서 그리스도 기사단의 십자가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비롯한 모든 마누엘 양식의 필수요소이기도 합니다. 재미난건 현대에도 그리스도 기사단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포르투갈 대통령이 명예직으로 단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발견의 탑에 올라가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바다같이 트인 테주강과 멀리 리스본 시내, 고요하고 아름다운 벨렝 주택지, 멀리 가물거리는 대서양이 파노라마로 보입니다.. 그리고 영예와 욕망이 뒤얽힌 잠시의 찬란한 역사. 아래로 보이는 해양 진출의 역사 지도가 아련합니다.

 


대서양 근처라 비가 수시로 오락가락 하긴 했지만, 해가 제대로 나니 만물에 부서지는 햇살이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레고리우스가 덜컥 리스본에 왔다가 이내 후회하고 베른으로 돌아가려던 , 리스본의 따사로운 햇살에 마음이 녹아 주저앉는 에피소드는 리스본을 사람만이 절절히 공감할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발견의 탑과 인근에서 물과 하늘 그리고 공을 주고 받듯 랠리를 하는 햇살과 바람 속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바르셀로나 여행 우리 가족 최고의 모멘트는 maremagnum 나무 데크였던것 처럼, 리스본 최고의 순간은 벨렝의 강변이 되었습니다. 역사와 의미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교감이 그리도 중요하네요.

 


발견의 탑에서 테주 강을 따라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벨렝 탑이 나옵니다. 런던탑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수도 방어의 요새였습니다. 대서양에서 리스본으로 들어오면 테주 강이 좁아지는 목을 반드시 지나게 되어 있는데 바로 위치에 대함 포격이 가능한 벨렝 탑이 있습니다. 이건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의 히사리도 마찬가지 입지입니다.

 


외부관계에 있어 대부분 평화로운 탑은 대내적으로는 내내 바빴던 탑이기도 합니다. 또한 런던탑과 마찬가지로 감옥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상징적으로 가장 극악한 형이 벨렝 지하 감옥인데, 가보면 극형인지 압니다. 강이 바다와 가까워 조수 간만의 차가 큰데, 지하 감옥은 만조 물이 차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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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셋째 날은 벨렝 가는 날입니다.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외곽에 있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때 왕가가 화를 면하게 된 곳이기도 합니다. 공주들이 벨렝의 수목원이가를 가고 싶다해서 왕은 벨렝으로 이동했습니다. 벨렝의 성당에서 미사를 하던 중 발생한 지진에서 벨렝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왕실도 안전했습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은 벨렝이 암반 위에 있어 지진에 강하다고 합니다


이런 우연으로 왕이 건재했고, 멘탈은 무너진채 카르발류에게 리스본 재건과 개혁을 일임해서 포르투갈은 몰락을 면했습니다. 왕이 죽고 도시와 경제가 파탄에 빠진채 왕위계승 전쟁이 나고 민심을 수습한다고 혹독한 종교적 구심점이 되는 왕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오늘날 포르투갈은 매우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전날 미리 사둔 리스보아 카드를 사용합니다. 관광용 카드라서 모든 교통수단 아니라 주요 관광지에 무료 또는 할인으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리스본 시내 여행을 몰아서 때는 매우 효율적입니다.

 

덜컹거리는 트램을 타고 풍경을 정신없이 보다보니 금방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나옵니다. 여기는 신트라의 페나성처럼 리스본 관광객이이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라 줄이 항상 깁니다. 시간 아끼려면 10 개장에 맞춰 가야 시간을 줄인다는 딸램의 성화로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가보니 효과가 있습니다. 10 정도 전에 도착했는데 줄이 짧아 개장하자마자 바로 입장했습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부속된 성당도 볼만합니다. 여기에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묻혀 있는데, 가장 유명한건 바스쿠 가마지요. 포르투갈의 위대한 문학가로, 바이후 알투에 자기 이름이 붙은 광장이 있는 까몽이스도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융성 시대에 재임한 왕이 마누엘 1세입니다. 이때 지어진 건축물들이 당대의 화려함을 자랑하는데, 포르투갈 특유의 양식이 있습니다. 바다를 상징하는 패턴이 양각된다는 점이죠. 기둥을 보면 돌을 깎아 만든 밧줄과 , 산호초를 비롯해 대작은 바다생물 또는 괴물까지 나옵니다. 이는 바다에 기대어 살고 바다와 싸우며 나라를 발전시켜온 포르투갈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문맹이 많아 성서를 성당 벽에, 역사를 공공건물 벽에 새겨야 하는 중세의 특성도 반영이 된거지만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마누엘 양식의 전범으로 불리웁니다. 피렌체 두오모나 로마 성당 때처럼 한참을 들여다봐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오브제가 눈에 들어오고, 빛이 바뀜에 따라 자아내는 감성이 달라집니다.

 


아침에 일찍 움직여 배도 출출하고. 바로 나타 집으로 갑니다. 벨렝 빵집(Pasteis de Belem) 리스본 여행객의 필수 요소로 알려져 있지요. 나타(pastel de nata) 흔히 에그타르트라고 불리우는 빵의 포르투갈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에그타르트라는 명성을 먹어본 사람들마다 간증하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은 마카오에서 맛난 에그타르트를 먹고 정도 에그타르트를 찾아 많이 시도했었습니다. 주로 홍콩, 일본과 파리 같이 빵을 만들고 문화적으로 포트투갈과 그나마 연관성이 있는 곳인데요. 그래도 마카오만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에그타르트는 정말 다릅니다. 겉의 페스트리는 졸깃하게 바삭하고 안의 크림은 달지 않으면서도 식감 좋은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맛이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수녀님들 옷에 풀을 먹이는데 계란 흰자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남는 노른자로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는데 맛이 좋았고, 수도원 빵집에 레시피를 알려줬다고 합니다. 1837년부터 지금까지 빵집에는 항상 세명만 레시피를 알고, 셋은 함께 차를 타지도, 회식을 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 역공학하면 못할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여행의 재미를 위해 브랜드 스토리를 믿기로 합니다. 그게 행복하니까요.

 

밥때가 아니라 맛이나 보려고 들어간터라 넷이서 여섯개를 시켰습니다. 먹다가 다들 입 딱 벌어지고, 먹고 싶어서 6개를 추가로 주문했지요. 주문 받는 핸섬한 서버 아저씨가 '쯧쯔 그럴줄 알았지' 느낌으로 눈을 찡긋합니다.

 

결국 인당 세개나 먹었음에도, 오후에 벨렝 지구에서 한참 놀다 숙소 가기 전에 다시 와서 6개들이 박스를 하나 사갔습니다. 놀라운건, 새로 에그타르트 그 밤엔 배불러 못먹고 다음날 되어서야 먹었는데, 그래도 맛이 훌륭했습니다. 가게에서 방금 만들어 따끈하게 내온 것만 못해도, 다음날까지 파삭함과 크림의 부드러운 질감이 유지되는걸 보고, 뭔가 레시피가 있긴 있나보다 생각했지요.

 

포르투갈 식으로 나타를 먹는 방법은, 고운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는겁니다. 설탕은 단거 싫어해 생략하고 시나몬만 뿌렸는데, 과연 맛이 훨씬 깔끔해지고 많이 먹게 됩니다. ;; 아무튼 이후로도 나타 좋아하는 딸램 덕에 포르투갈 뜨는 날까지 매일 두개는 계속 먹었는데 다 맛이 좋았지만, 벨렝의 이집만한 곳은 봤습니다. 포르투에서 한집이 그나마 비슷.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벨렝의 나타를 먹는 순간, 다른 에그타르트가 맛없어 보이는 저주에 걸릴거다.

 

그래도 어느 레벨되어야 이상적인지 알려면 저주에 걸릴걸 알면서도 먹을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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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박물관을 나와 아름다운 알파마의 골목을 통해 리스본 대성당에 갔습니다. 여기 뿐 아니라 포르투도 그런데 그 도시 본당을 포르투갈에선 그냥 ()라고 하더군요. 저는 라틴 감성이라 그런지 성당 가면 마리아가 제일 좋습니다. 모성과 가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라틴 계 나라 어디나 마리아 성당이 가장 성대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브라질과 스페인이 그랬듯 포르투갈도 그렇네요. 특히 대성당의 마리아는 미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파란 배경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는 입체적 레이아웃은 넋놓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상한 이유는 단지 진도가 높아서만은 아닙니다. 하필이면 대지진 날은 리스본에서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으면 바로 큰일이 생긴다고 미신처럼 맹신하고, 국가의 자리를 대신해서 종교재판소가 만인을 압제하는 상황에서 리스본 시민은 빠짐없이 동네 성당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미사가 한창인 아홉시 반부터 땅이 뒤집히고 물이 일어서기 시작했지요. 리스본 대성당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상했습니다.

 

대성당을 나와 트램을 타려 몇발자국 걷는데, 알 것 같은 동상이 있습니다. 안토니우입니다. 리스본의 공식 수호성인은 비센트지만, 리스본 사람들이 가장 애호하는 성인은 안토니우입니다. 흔히 파도바의 안토니오라는 맞습니다. 성 안토니오는 뛰어난 설교로 많은 사람을 감명시켰고, 특히 잃어버린 사람과 물건을 찾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Saudade와도 통하는 정서네요. 아무튼 이곳 태생이라 리스본 사람들의 최애 성인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리스본 사람에게 파도바의 안토니오라고 하면 싫어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리스본의 안토니우지 왠 파도바의 안토니오냐며.

 

안토니우 성인도 비센테처럼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깨달음을 얻을 아기예수가 현신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토니우 성인을 표현할 아기 예수가 항상 따라옵니다. 딱 봐서 애기 안고 있는 성인은 안토니우지요.

 


그러고 보니 뒤에 아담한 성당이 바로 안토니우 성당입니다. 스페인어 이름이 안토니오, 포르투갈 오면 안토니우인지라 한번 들러보려던 곳이 눈앞에 떡 나타나니,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 봤습니다.

 

작지만 정감이 넘치는 성당이었습니다. 인상 깊은건, 지하 석실까지 아주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힘든 몸을 끌고 숨을 헉헉 몰아쉬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계단을 가고 있던 장면입니다. 진짜 사랑 받는 성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늘은 어둑해졌지만 해지려면 아직 시간이 멉니다. 숙소로 가긴 아직 이르니 바이후 알투에 목적지 없이 구경이나 가기로 했습니다. 트램에는 사람이 많아 숨쉬기도 불편할 정도로 끼어서 갔습니다. 28번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나마 한번에 탈 수 있으면 다행인거죠.

 

앞서 말했듯, 서울의 강남 나는 바이후 알투는 꽤나 .. 있겠지만 이땐 모두 지쳐 풍경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체력상 후퇴를 선언하고 숙소로 귀환 작전을 펼쳤습니다. 숙소는 바이샤지구에 있습니다. 지도로 보면 우리 위치에서 바로 직선 거리 수백미터도 안되는데 구글 맵을 돌려보면 아주 크게 돌아서 한참을 가게 되어 있습니다. 언덕과 저지대간 고도 차이의 탓이지요.

 

뛰어 내릴 수도 없으니 돌아서 걷자, 구글 맵 따라 터벅터벅 걷는데, 중간 쯤에서 아무리 봐도 저기에 길이 있을듯 했습니다. 길이 될 성 싶은 좁은 골목이 보이고, 사람이 지속적으로 들고 나는게 멀리 보입니다. 지친 식구들에게 있는지도 모르는 길로 한번 가보자고 하긴 어려워서, 식구들 잠시 쉬고 있으라하고 저만 먼저 가봤습니다.

 

세상에.

 


길은 없지만 엘리베이터는 있습니다. 원래 저희 투어 리스트에도 있는 산타 주스타 승강기입니다. 원래 바이샤와 바이후 알투 사이 고도차가 심해 만든 엘리베이터로 당시엔 대중교통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기계장치가 1902년에 완공되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요. 당시엔 눈이 휘둥그레해질만한 장관이었을겁니다. 지금은 고전미가 대단합니다.

 


바이샤로 바로 내려가는 길은 없지만 승강기를 타면 바로 가니 재미도 있고 몸도 편합니다. 승강기는 버스회사 소속입니다. 리스본 교통카드가 있으면 그냥 있지요. 줄을 잠시 대중교통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이샤로 귀환했습니다


염두했던 곳을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가 컸고, 여행이란게 아는만큼 모르는만큼 각각의 재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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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시간이 길어 생각보다 매우 점심식사를 하고, 파두(Fado) 박물관에 갔습니다.

 

제가 처음 파두를 들은건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였을겁니다. 심야에 라디오에 신경을 내어주던 시절, 갑자기 심장 고동 같은 북소리(이번에 가서 보니 기타 두드리는것이었음) 함께 영혼을 끓여 내어 부르는 노래. 이 별세계에서 온듯한 곡이 무언가 귀기울여봤더니,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검은 돛배(barco negro)'라고 합니다. 노래를 들으며 이름도 낯선 포르투갈은 어떤 나라인지 꿈꾸며 잠들곤 했습니다


이종환 씨가 세계음악 치곤 꽤 자주, 몇달에 한번 정도, 검은 돛배를 틀어줬던것 같습니다. 당시 느낌에, 분명 외국 곡인데도 우리나라 정서와 매우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십여년 , 베빈다라는 프랑스에서 발표한 신세대 파두를 들으며 또다른 파두의 매력에 빠졌었고요. 베빈다 테이프를 닳도록 들었던것 같습니다.

 

파두는 fatum, 운명이란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나라가 좁고 삶이 질박해 바다로 나가야 있었던 사람들. 처음엔 고기를 잡으러 대서양으로, 나중엔 기회를 잡으러 세상의 끝으로 사람들입니다. 갖가지 사연으로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생겨난게 파두입니다. 우리 민요와도 통하는 정서죠.

 

한발 더 나가면, 파두의 요체는 saudade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한(恨)처럼  단어로 번역 안되는, 포르투갈 정서가 응축된 단어지요. 영어사전 찾아보면 missing으로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그리워 하는 마음입니다. 현지인의 정서를 반영해 의미를 더 채우면,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몇년 전 파두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영상을 있습니다. 객이 듣기에 기교는 훌륭한 학생이지만 사우다드가 없다고 선생님에게 단단히 혼나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성조와 호흡, 심지어 표정까지 일체적으로 표현해야 훌륭한 파두가수라고 합니다

 

처음엔, 파두냐 하며 파두 박물관에 따라왔던 식구들이지만 다들 즐겼습니다. 아버지가 사우다드를 갖고 좋아한 탓도 있겠지만, 이리저리 듣다보면 매력이 있어요. 파두 박물관은 파두 문화 전파를 위한 답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수많은 파두 가수들이 벽화로 모여 있고, 원하는 사람 번호를 누르면 파디스타의 노래를 그 자리에서 지급된 개인기기로 들을 있습니다. 또한 음악 감상실에는 방대한 라이브러리가 있어 헤드폰을 끼고 좋은 음질로 원하는 만큼 음악을 들을 있습니다. 비디오 감상실에서는 파두 뮤지션들의 공연, 아말리아를 포함한 흑백시절 전설적 공연들 실컷 감상할 있습니다. 그외에는 파두 관련한 미술품과 설명들이 있어 찬찬히 보면 빠른 시간에 많은 걸 알고 느낄 수 있지요.

 


저에겐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날도 쌀쌀해서 오후 내내 파두에 빠져 지낼까 생각하던 차, 지나치게 쾌활한 미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와 파두 박물관의 평화는 깨지고, 우리 가족은 아쉽게 박물관을 나섰습니다.

 

기기를 반납하며 이리저리 이야기 나누다,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파두가 좋아서 리스본까지 왔어요. 박물관도 참 좋았고요. 밤에 파두 보려면 어떤 방법이 좋아요?"

친숙한 눈매의 직원은 사무적인 속도로 소상히 알려줬습니다

'파두 공연은 알파마 지구와 바이후 알투 지역에 있어요. 바이후 알투는 급이 되니까 값이 높지 관광객이 가기 편하죠. 알파마는 선술집 분위기에 즐기는 곳인데 알아서 걷다가 그냥 들어가면 돼요. 아무래도 여기 모르면 호텔에 말하는게 제일 나아요.

 

오후에 몇군데 더 둘러 보고 호텔 오자마자 프론트 분과 대화하면서 파두 예약을 부탁했습니다. 바이후 알투에 한군데 알파마에 한군데 있는데 어디로 할까 물었습니다. 숙소에서 걸어  있는 바이후 알투로 부탁했지요. 8 시작인데, 시차도 아직 남아 있고 오랜 걸음으로 지친지라 잠시 눈을 붙이고 파두를 보러 갔습니다.

 


직접 파두는.. 정말 단번에 매료될 정도입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봤던 현지인 정서 물씬 나는 선술집의 파두에 비하면 여긴 정제된 공연 느낌이 더 강했지만, 눈앞에서 피끓는 파두를 들으며 공명하여 끓어오르는 감정은 현장에서만 느낄 있는 부분입니다.

 

1 가수가 20 정도 부르고 잠시 휴식, 이어서 2, 3 이런 순서로 파디스타를 바꿔 진행하는데, 마지막 4 멋진 할배 가수의 공연 때는 1, 2, 3 가수들이  나와서 제창을 합니다. 공간적으로는 방의 모퉁이에 나눠 서서 돌아가며 서라운드 입체음향을 보입니다. 와중에 아는 노래는 손님도 따라 부르고, 식당 전체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사이클 공연이 끝나면 다시 가수가 돌아가며 2부 공연을 합니다. 전에 스페인에서 플라멩꼬 들을 때는 둘째 사이클이 오히려  좋았었습니다. 관광객은 공연에 보고 가고 현지인은 자정 넘어의 둘째 공연에서 어울어져 즐기는거죠. 아무튼 둘째 파두 공연을 보는데 슬픈 노래가 아니라 밝은 분위기의 노래를 듣다가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나서 스스로 의아했습니다. 파두의 힘인지 여객의 지나친 감상인지.

 


 새서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같이 딸램이 노래가 좋지만 졸립다하여 자정 넘어 쯤 몇곡을 두고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바이후 알투 언덕에서 내리막을 걸으며 보는 도시 풍경이, 언덕에 깔린 같았어요. 드디어 리스본 땅에 발이 닿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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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전통음식의 특징은 해산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아주 맞습니다.

 

포르투갈 여행 식당에서의 주의점은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자리 앉으면 빵과 버터, 올리브를 내오는데 이게 유료입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관광객 대상으로 사기치는 식당 말고, 처음 세팅된 거에 돈받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포르투갈은 이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있다고 해요. 해산물 요리가 주문 후에 요리를 시작해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실제 주문해보니 최소 30 어떤데는 거의 한시간 가까이 소요됩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입맛 다시며 빵과 올리브를 먹는게 현지인의 습성인데, 타국의 관광객과는 문화코드의 충돌이지요. 맛나게 먹고 계산해보니 별도 계산이 거의 10유로 추가되면 기분이 나빠지니까요저희가 집중적으로 애용하는 trip advisor에서 훌륭한 식당인데도 계산서보니 사기당했다고 별점 테러한 미국인들 봤어요.

 

자리 앉고나서 바로 빵을 내오면, 돈받냐 물어보거나 안먹겠다면 알겠다고 가져갑니다. 눈도 안흘겨요. ^^ 포르투갈 음식이 양이 많은 편이라, 먹고 인당 요리 하나씩 정도 시키면 먹기 힘들기도 합니다그런데 나오는것도 케바케 같아요. 관광객이 흔히 오는 곳은 국제화되어 미리 물어보거나 달라기 전에는 아예 줍니다. 그러나 저희처럼 현지인 많은 식당만 찾아다니면 알아두는게 도움 됩니다. 어떤 식당에선 우린 안주고 포르투갈 손님은 갖다 주던데 올리브가 너무 먹고 싶어서 따로 주문을 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먹어야 하는가.

 

일단은 대구와 정어리입니다. 대구는 국민음식으로 천가지 넘는 레시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김치처럼 집안마다 독특한 조리법이 있을 정도지요. 재미난건, 포르투갈에선 대구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대구는 영국 인근 북해나 원해에서 잡아 옵니다. 해양국가 포르투갈에서 국민 식재료인 대구를 전량 수입한다는게 믿어져서 여러 문헌을 봤는데 정말 그래요.

 


역사적으로는 포르투갈의 얼치기 황금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은 금과 향신료가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유럽 왕실 한때 가장 많은 금을 보유했다고도 하고요. 브라질과 동남아 식민지 덕입니다. 문제는 눈부신 성장의 시기에 넘쳐나는 국부를 국가 개발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귀족 문화가 매우 강한 포르투갈에서 대중을 위한 정치는 뒷전이고 귀족의 삶만 살핀게 문제입니다. 최소한 왕실이 자신들의 안위라도 장기적으로 근심이라도 해야하는데 그러지도 않았지요. 공짜로 재물이 마구 들어오다보니 오늘 온건 오늘 쓰고 내일은 내일의 배가 들어와 해결해줄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점을 카르발류, 폼발 후작은 우려했던거고요.

 

덕에 유럽에서 가장 문맹율이 높고 독실한 (이라고 쓰고 미신같이 믿는) 가톨릭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신으로 윽박지르면 통치하기도 쉽고, 실은 왕가도 맹신을 했어요. '미친왕' 아폰수 5세는 여섯살인가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사제인 친척들 손에 키워졌다고 해요. 결국 자신과 포르투갈이 가톨릭을 구할수 있다고 믿고 계란으로 바위치는 전쟁에 나가 전략은 물론 교리와 전술도 없는 전쟁을 일으켰지요. 결국 젊은 왕이 후사도 없이 적진으로 무모하게 돌진하다 허무하게 죽고, 이후 포르투갈은 왕위계승전의 복마전으로 빠져들기도 했었지요.

 

이런 정황으로 당시 맛난 대구를 수입해 먹는게 산업적으로 경제적으로 대수가 아니었고 포르투갈 국민은 수입대구에 입맛이 길들여져 버린겁니다. 그래서 포르투갈 대구의 특징은 먼바다에서 가져오느라 아주 강한 염장이 상태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대구 조리법의 핵심은 염장된 간을 빼내어 대구의 맛을 다시 부드럽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심지어 냉장기술이 발전해 이상 강한 염장이 필요없는 현대에도, 냉장대구를 가져와 굳이 다시 염장해서 판다고 해요. 사람의 입맛은 합리로만은 설명이 안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 정어리는 포르투갈 바다 전역에서 잡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어리는 포르투갈 음식에서 대구처럼 왕의 지위는 아닐지라도, 동네 친구처럼 계절 메뉴를 메우는 친숙한 존재입니다. 실제로 이날도 알파마 골목을 지나는데 현지인들이 밖에서 정어리를 굽는데 냄새에 급속한 허기를 느껴 식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외에 포르투갈 음식의 특징은 쌀을 매우 많이 먹는다는 점입니다. 자기들 말이지만 유럽에서 인당 소비량 1등이 포르투갈이라고 하네요. 쌀이 많이 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유명한 빠에야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해물밥, 아호스 마히스쿠(arroz de marisco) 있습니다. 빠에야가 사프란을 넣어 좀더 고급스럽고 고슬고슬한 맛이라면, 포르투갈 해물밥은 해물탕 마지막에 퐁당 넣고 졸여준 맛과 비슷합니다. 이탈리아의 리조또와도 다른 풍미에요. 매우 맛있고 서민적입니다. 저는 탄수화물 안먹겠다고 버티다가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맛에 쉴새없이 숟가락질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다소 곁다리지만 포르투갈 감자는 정말 맛납니다. 종자가 다른지 토양이 달라서인지 다른 감자와 사뭇 다릅니다. 먹으면 포슬포슬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삶은 감자는 쳐다도 안보는 제가, 앉은 자리에서 먹고 먹어 알이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배가 불러 디저트는 생략하더라도 커피 한잔은 해야죠. 포르투갈 커피는 매우 진합니다. 진한 풍미의 이탈리아보다도 한등급씩 진하다고 보면 됩니다. '커피' 주문하면 매우 진한 에스프레소가 나오고, '아메리카노' 시키면 이탈리아의 카페 정도 진한 녀석이 나옵니다. 물론 커피가 연료인 저에겐 맛만 있으면 상관 없습니다. 아무튼 맛이 상당히 좋으니 현지가면 묽게라도 드셔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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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클래식맨 2018.02.03 20:05 신고

    맛있겠네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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