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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딱딱한 역사책일거라 각오하고 샀는데, 알고 보니 재미난 카툰이었다. 만일 이러면 왠지 수지 맞은 느낌일겁니다. 이 책이 딱 그랬습니다. 일에 필요해 공부하려고 읽었는데,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문장이 유려해 술술 읽히고, 한눈 팔기 어렵게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책은 15개 챕터에 걸쳐 성장, 사랑, 식욕, 성 등 인체의 작동을 관장하는 다양한 호르몬을 설명합니다. 각 챕터는 어떤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해당 호르몬과 관련한 과학자나 의사의 분투를 적는 일관된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눈에 보면 어이없는 생각, 황당한 실패, 집요한 노력, 과감한 가설과 끈기 있는 실험 등의 이야기가 천일야화처럼 흘러나옵니다. 그러면서 해당 호르몬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깊어집니다. 의외로, 책의 일관된 형식이 주는..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이 개념이 연애를 만나면, 수많은 공식이 생겨납니다. '남자는 사냥꾼이니 일단 거리를 두며 밀당을 해라.'에서 시작해 문자 씹는 법, 튕기며 시간 끄는 법, 남자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여우가 되라는 등 여러 '초식'이 전승되어 오지요. 스낵 같은 '연애 지침서'도 많이 나왔고요. 이런 조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하버드에서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해서 유명해졌던 내용을 책으로 냈나봅니다. 책의 지향점은 충분히 수긍가고, 좋은 논점도 많습니다. 다만 진화생물학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아예 남녀의 차이 자체를 부정하여 논지를 달성하려는데서는 다소 의아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남녀가 다르게 태워났다고 믿을 경우, 변화를 위해 우..
행위자 연결망 이론(ANT, actor-Network Theory)이라고 있습니다. 인간이든 아니든 세상 모든 존재는 상호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말이 어렵지요. "사무라이는 검객과 칼의 제휴로 이뤄진다"는 게 제가 예전에 읽었던 ANT 사례입니다. 당시, 꽤 기이하지만 흥미로운 발상이구나 정도로 넘어 갔었습니다. 누군가의 호평과 아방가르드한 제목에 끌려 읽은 이 책, 실로 경이롭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고의 전복을 시도합니다. 책은 지식의 최전방에 서 있는 25인 학자의 주요 견해를, 우리나라에서 동일 주제를 연구하는 25인 학자가 한명씩 맡아 소개하는 형식으로 적었습니다. 관점이 다양하되 들쭉날쭉하고, 극단을 향하되 보폭도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점묘로 큰 그림이 완성되듯, 각각의 점을 보다..
연초에 뜻한 바 있어, 습관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저답지 않은 일, 가장 미친 생각(craziest idea)을 하나 실행하자 해서 스윙 댄스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댄스 교습을 오가며 귀찮음을 이기고 힘을 내기 위해 읽던 책입니다. 춤추는 신경과학자 둘이 함께 쓴, 이 책은 여러 모로 독특합니다. 고대 인류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을 춤을, 현대과학의 정수인 뇌과학으로 해부합니다. 춤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서, 건강, 노화, 사회생활 면에서 꼼꼼히 훑습니다. 춤추며 몸 움직이면 좋으리라 대략 짐작 가지만, 과학적으로 왜 그런지 알게 되고 이런 작용도 있구나 새로 깨닫기도 합니다. 예컨대 춤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건 자명합니다. 그러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