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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친구가 이 책을 선물해준건 꽤 오래되었고, 대기열에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당장 읽어야할 책이 많았던게 직접적 이유입니다만, 중간에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 집었다 놓은 적도 있습니다. 당시 숨가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들이 있어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핏 표지와 도입부를 읽어 보니 개인의 성장과 아픔, 공감, 힐링 이런 책 같았습니다. 그리고 연말 되고 코로나 거리두기로 기어 한단 내리고 줌아웃해서 세상을 보는 시점에서 이 책을 다시 집어 읽었습니다. 배울 준비가 되었을때 스승은 나타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책을 최악으로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극복하며 대의에 헌신한 이야기. 이런 글은 전형적이..

라면 먹을 때 어떤 취향이신가요? 면을 그대로 넣는다 vs 반 접어 넣는다 스프 넣고 물 끓으면 면투입 vs 면이 익으면 스프 투입 꼬슬한채로 먹는다 vs 부들부들 푹 익힌다 계란을 추가한다 vs 계란 절대 반대 햄이나 참치를 넣어도 좋다 vs 햄참치 결사 반대 대파를 넣어도 좋다 vs 파 절대 반대 치즈를 마지막에 올려도 좋다 vs 치즈 절대 반대 좀 더 갈래가 있지만 전형적인 선택지고, 이 조합에 따라 라면의 맛은 무궁하게 달라집니다. 취향이 사람마다 다 다를테지요. 이 작지만 장대한 라면 세계관에는 호화현상, 캡사이신의 지용 프로세스, 끓는점의 화학 뿐 아니라, 어릴 적 어머니의 보살핌의 추억이나 추운날 따끈했던 기억까지 한사람의 세상이 레시피에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라면 레시피는 쌍둥이도 다를수 ..

저는 그야말로 흙수저입니다. 사교육은 없었고, 학교 공부 이후론 집안의 지원 없이 무일푼으로 시작해 가정 이루고 잘 살아왔습니다. 도를 닦듯 많은 노력을 했고, 실력을 키우려 공부와 수련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는 상황이지요. 하지만, 언젠가부터인지 이게 다 내가 잘해서만은 아니란 점을 깨닫습니다. 제 운은 뭐가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못사는 나라에 태어났지만 역대급 성장률을 기록하는 시기에 살았다는 점이 첫째 아닐까 싶습니다. 기회는 범용재고 사람이 희소자원었습니다. 그래서 노력과 결과가 선형적이고, 시간축에선 복리적인 수혜를 받았습니다. 또 큰게 있지요. 남성으로 태어나서 부지불식 해를 끼치면 끼쳤지 성별로 인한 손해를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하나 더 하면, 결..

과연,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좋아하든 아니든 매우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입니다. 책은 일종의 컬럼 모음집이며, 몰랐지만 요즘 컬럼으로 필명을 날리는 교수의 글이라 잘 읽힙니다. 중앙SUNDAY에 연재했던 컬럼들에 살을 더 붙여 만든 책 같습니다. 그래서 컬럼 특유의 팽팽한 글은 전개가 단단하고 짜임도 어김 없습니다. 책의 한계도 거기에 있습니다. 낱글마다 힘을 주었기에 전체를 관통하는 주장, 인상, 교훈은 찾기 어렵습니다. 재기 넘치는 문장은 책의 호흡에선 흩날리고, 매 편마다 힘준 주장은 가닥없이 맴도는 느낌입니다. 제목이 죄인입니다.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은, 최소한 제겐 이런 인상과 기대를 주었습니다.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하는게 나은지, 공부해서 무엇을 얻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