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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로마 황제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네로로 상징되는 독선,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강력한 힘, 그리고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교황적 지위 등이 퍼뜩 떠오르겠지요. 많은 로마 황제 중 가장 독특한 이가 있었는데, 바로 철학자 황제, 아우렐리우스입니다. 로마의 16대 황제이자 로마 5현제의 막둥이입니다. 진리에 대한 탐구심이 강해서 4번 현제 하드리아누스는 그를 진리를 좋아하는 자, 안니우스 베리시무스 (Annius Verissimus)라 불렀을 정도지요. 심지어 명상록 자체도 로마어가 아니라 외국어인 그리스어로 썼습니다. 책은 '너'에게 귀감이 될말을 조근조근 훈계하고 타이르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그 대상은 황제 자신입니다. 즉,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경문(自警文) 성격이 강하지요. 권력의 정점..
정유정 작가의 신작에 해당하는 '7년의 밤'을 먼저 읽고 나니, 그의 다른 책은 읽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글솜씨는 인정하겠지만, 불편할 정도의 몰입감과, 있음직하게 뒤틀린 세계관이 휴식을 위한 독서와 잘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권 다 읽은 아내가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는 보다 가볍고 유쾌하다고 줄곧 말한지라, 작가의 다른 세상을 만나보려 휴가 때 읽었습니다. 확실히 낫더군요. 인생에 갑자기 변화구가 던져진 '7년의 밤'처럼, '내 심장'도 갑자기 정신병원에 갇힌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돌이킬 수 있다는 점, 실낱 같은 탈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한껏 희망적입니다. 무엇보다 스테레오 타입의 악역은 있을지언정, 뼛속까지 철저한 악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증오의 농도..
정유정 작가의 글맛이 좋다는 단 한가지 정보만으로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집어 들었다가 꽤 고생한 책입니다. 고요히 머리를 식히며 릴랙싱하려고 일요일 아침에 집어 들었다가 무려 열시간은 들여서 책장을 덮고 잤기 때문입니다. 책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그런걸까요. 아닙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보는 책은 분명 아닙니다. 오히려 빨리 좀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강해서 더 읽게 됩니다. '내 인생에 던져진 변화구'로 인해 평범한 일상은 급류에 휘말리고 납니다. 각자 사연이 있고, 구조적 갈등의 인화물은 빽빽히 들어선 상황이지만, 그 발화점은 사실 운명의 장난같이 다가오고 말지요. 수십년 일생 중 단 몇 분의 찰나로 인해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 인생은 매우 씁쓸하고 가슴 답답한 ..
(부제)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이탈리아 여행 전 폭풍공부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일정 상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딱 원했던 깊이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로서 피렌체의 황금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인물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항상, 인물 중심의 서술은 전체 스토리를 생략해 간다는 점,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잡는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바로 이 책을 읽으면 좀 낯설 수 있었겠지만, 이미 피렌체의 지리, 역사, 풍경을 다 숙지한 상태에서 읽으니 참 즐겁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건물들, 인물들이 어떤 관계망속에서 얽혀 있는지 알게 되니 말입니다. 르네상스의 출현 거칠게 생략해서 르네상스적 깨달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