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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천신만고 끝에, 피게레스 버스 터미널에서 까다께스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가까워 보이는 길인데도 한시간 반은 소요됩니다. 구비구비 산을 넘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싶은 정도의 조바심이 날 무렵 버스는 무심히 멈춰섭니다. 마지막 산 모퉁이 돌 때부터 생긴 비현실적 느낌이 현실과 마주합니다. 사실, 정말 별 정보도 없이 그냥 아름답다, 그리고 달리가 살았던 집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찾아간 곳입니다. 그런데 시공간 속에서 길을 읽은듯 기묘한 비현실감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바닷가 마을이라는데 바다는 보이지 않고, 하지만 그리스 해변 어디쯤 되는듯한 하얀 집이 빼곡히 언덕위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스페인스러운 붉은 지붕이 없었으면 현기증이 더욱 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처 표지판의 관광지도에 ..
피게레스 역에 내려 가장 먼저 한 일은 피게레스 버스 정류장을 찾는 일입니다. 까다께스 가는 버스의 일정을 확인하는게 급선무입니다. 역 앞 택시 기사분에게 물어보니, 무척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기대를 안고 시간표를 확인했는데 애매합니다. 정말, 평일은 하루 세편의 버스가 전부입니다. 지금 시간이 11시 조금 넘었는데 1:45분 버스가 다음입니다. 게다가 까다께스에서 다시 피게레스로 나오는 버스는 6시 15분 한대 밖에 없습니다. 머물 시간도 짧지만 하루 단 한편 남은 교통편은 참 마음이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막차타고 피게레스 다시오면 8시는 될텐데, 바르셀로나로 가는 시간이 애매합니다. 동행의 비행기는 밤 비행기인데 공항갈 시간이 빡빡합니다. 중간에 조금의 문제만 생겨도 비행기 놓칠 지경입니다. 할 수 ..
몇주간 글이 뜸했습니다. 출장 다녀오고, 와서 밀린 일 처리하느라 많이 바빴네요. 출장은 바르셀로나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잘 알려진 MWC 2012가 있었지요. 바르셀로나는 이번이 세번 째입니다. 첫번째는 마찬가지로 MWC였고, 그 때 인상이 좋아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바르셀로나의 기억은 당연히 가족여행 때입니다. 이번에는 전시장의 동향을 보는 일과 예정된 비즈니스 미팅이 많아서 바르셀로나 자체를 둘러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기편 때문에 전시회 끝나고 하루 여유가 있습니다. 단 하루의 여행을 어디로 갈까요? 바르셀로나는 왠만한 곳을 다 봤는데 말이죠. Un día viaje 가기 전에 바르셀로나 출신의 회화선생에게 물었습니다. 교외에 어디 가볼만한지. ..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때문에 꼭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대리석에 붓질을 했다는 평을 듣는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세를 조각해 놓고, '왜 말을 안하는가?'라고 물었다니 할 말 다 했죠. 안 볼 수 없습니다. 쇠사슬 성당이 관광객 주요 루트에 있지 않은 탓인지, 파업 탓인지, 꽤나 한산한 교회에서 모세 상을 한참 바라 봤습니다. 머리에 뿔이 독특하다 했더니 아들이 설명을 해줍니다. "유대 말로 후광이란 말이 뿔과 유사한데 와전이 되었대요. 그래서 미술품에 종종 뿔을 넣은 경우가 많대요." "그렇군." 성당의 가운데에는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있습니다. 그래서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으로 불리웁니다. 이런 유니크 아이템을 보면 신화적 종교에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