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Travel (134)
Inuit Blogged
이번 스페인 여행은 컨셉을 미리 정했습니다. "욕심 버리고 즐기자." 처음 스페인으로 여행지를 정했을 때, 의욕이 앞서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당연, 수도 마드리드와 톨레도는 필수입니다. 그 뿐인가요. 그 도시에서 가장 불행한 자는 맹인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라나다, 유럽과 신세계를 잇는 가교인 세비야 정도는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정이 모자랍니다. 9일이지만 오고 가는데만 이틀 이상이 소요됩니다. 7일간 다섯 도시를 보겠다는건 거의 매일 이동을 의미합니다. 물론 강행군하면 소화 못 할 일정은 아닙니다. 한가지 간과하면 안되는 건, 낯선 곳에서의 이동은 의외로 변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저 거리와 시간 계산해서 딱 맞춰 움직여지지 않고 생각 ..
이번 출장에서는 식사 미팅이 많았습니다. 대단히 특색있는 장소에서 독특하게 맛난 음식을 맛볼 기회였지만, 비즈니스 디너 미팅의 특성 상 사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보다도 두시간 넘는 저녁 자리에서의 이야기가 더 의미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밥자리의 특성 상 가볍게, 하지만 치열하게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상당한 시간 동안은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신뢰를 쌓아가는 자리니까요.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는 독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배웠다는데서 무척 놀라더군요. 지금은 독일에서 한국 기업을 벤치마킹 하고 있거든요. 한 독일 친구, 신음하듯 말합니다. "한국.. 배워도 너무 ..
베를린 호텔에서 모퉁이를 돌면 Kadewe라는 큰 건물이 있더군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며칠 지나니 여기저기 Kadewe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광고는 물론이고 거리 이름에도 Kadewe가 자주 나옵니다. 아이폰의 Lonely Planet Guide를 찾아보니 바로 설명이 나옵니다. 해로즈(Harrod's)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 큰 백화점이라고 합니다. 일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러봤습니다. 5층까지는 일반 백화점과 다르지 않아 그냥 무덤덤했습니다. 그러나 6층에 가본 순간, 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커피, 차, 향신료, 초콜릿, 햄, 소시지, 와인, 조미료 등등 각 카테고리 별로 기기묘묘한 세상 제품들이 다 진열되어 있습니다. 수입품이 많아 다소 럭셔리풍이지만 가격이 황당하지도..
세번째 방문이라, 베를린에 딱히 더 가볼 욕심나는 곳은 없고, 이번 출장은 일정상 여유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잠시 짬이 났을 때도 어딜 가볼까 고민만 하다가 느닷없이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고궁을 향했습니다. 샬로테의 성이란 뜻 그대로, 빌헬름 3세의 왕비인 샬로테를 위해 지었다는 궁전입니다. 정궁은 아니고 여름궁(sommerpalast)이라 정교하고 화려한 맛은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그 규모와 궁 곳곳에 스며있는 왕가의 위엄은 대단했습니다. 베를린 최대의 고궁이라할만 합니다. 샤를로텐부르크에서 내내 느낀건 딱 한가지입니다. "역시 베르사이유야." ㄷ자 모양의 건물이나, 궁앞 철창, 철창의 금장식이며 보자마자 베르사이유가 떠오를 정도로 구조가 닮았습니다. 베르사이유는 실상 유럽 궁전의 전범이지요..
베를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vivid입니다. 통일된 독일의 수도로서 정치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유럽의 관광객 유치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IFA를 필두로 수많은 전시회와 베를린 영화제, 베를린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가 손님 몰이에 한 몫을 합니다. 그러나, 큰 행사를 유치할 만한 베를린의 매력과 힘, 도시 전체를 떠받치는 하부구조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IFA만 해도 그렇습니다. 약 23만명이 참관한 대규모 전시회입니다만, 제가 가본 전시회 중 가장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동선이며 곳곳의 식사시설은 대규모 인원이 효과적으로 전시회를 활용하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친 다리와 눈에 쉴 기회를 주는 중앙광장(Sommergarten)은 베를린 메세만의 장점입니..
비행기 타기전 약간의 여유. 절친은 오후 시간을 빼내어 프랑크프루트 인근을 보여줍니다. 오늘이 목적지는 뤼더스하임(Rüdesheim)입니다. 뤼더스하임의 특징이라면 두 가지, 라인강과 와인입니다. 그리고 그 둘이 만나 만든 유복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소복히 내려앉아 있지요. 독일의 젖줄인 라인강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물살도 거셉니다. 라인강의 기적이라 칭해지는 이유로, 한강과 비견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은 완전 오산입니다. 거대한 화물선 여러대가 동시에 다닐 정도로 강의 폭과 깊이가 넉넉합니다. 취리히의 호수, 루체른의 호수가 흘러흘러, 프랑크푸르트를 지나는 마인강을 포함해 각지의 강물이 만나 라인 강을 이룹니다. 고대에는 라인강이 그 물이라는 생명 요소로 인구를 흥하게 했고, 현대에는 그 유량으로 물동..
독일 최대의 국제 도시 프랑크푸르트입니다. 실제 크기보다, 외국인 거주인구의 부피면에서 그렇습니다. 한인 교민의 수요만 해도 꽤 많지만, 그보다는 국적기 직항지이므로 유럽에 들어가는 진입로이기도 합니다. 저만해도, 수십번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transit)했지만, 도시에 들어가본 적은 없었던듯 합니다. 이번에, 돌아오는 길에 프랑크프루트에서 한 밤을 자고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프랑크프루트에는 제 25년지기 친구가 있지요. 당일 오후에 전화받고 부랴부랴 공항에 픽업 나온 친구에게 제일 먼저 부탁한 곳은 브로이하우스입니다. 함부르크에서의 한을 풀어줘야 합니다.독일와서 맥주를 찔끔찔끔 음료수처럼 얻어 마신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그러나. 이건.. 내 친구 저희를 너무도 좋은 곳에 데려 갔습니다. 사..
마지막 공식 일정은 함부르크입니다. 세상에 내가 함부르크를 가볼 줄이야. 햄버거(hamburger)의 어원이 된 함부르크는 인구 백사십만명의 독일 2대 도시입니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독일이라는 키워드로 읽으면 어렵습니다. 도시의 모토인 세계로의 관문(Tor zur welt; gateway to the world) 또는 시대를 풍미한 한사 동맹(Hanseatic league)의 맹주로서, 북유럽을 포괄하는 정서로 읽어야 하지요. 실제로 궁궐을 능가하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시청사입니다. 하지만, 북해에서 내륙으로 근 100km를 들어온 내륙의 항도 함부르크는,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길드라는 개념의 진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기능하지만 지배하지 않는 함부르크만의 독특한 시청사의 자태를 뽑..
런던은 처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여정의 다른 도시보다는 그 신선함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게다가 날씨마저 런던 특유의 변덕스러움으로 나다니기도 불편한 상황이라, 정해진 미팅 위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마지막날 비행기 타기 전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런던에 큰 애착이 없는 저로서는 어디 가볼 곳도 마땅치 않은터라, 숙소 인근의 자연사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같은 자연사 박물관도 어찌 그리 차이가 큰지. 워싱턴 DC에 갔을 때도 유일하게 들른 박물관이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하지만, 저는 런던에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전시공간 자체는 런던이 조금 모자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찰스 다윈의 나라답게 관록이 있습니다. 모든 전시물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고, 그 설명이 간결하지만..
아무리 고급 음식점을 가더라도, 영국 음식은 맛 좋다고 평하기 어렵습니다. 일단사 일표음이 몸에 배어 있고, 세상 주유를 일상처럼 하는 저조차, 대체 런던에서는 식도락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런던에 머무는 지친 객들에게는 단연 에일입니다.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 런던의 위안이자 큰 자랑거리는 펍이고, 펍의 고갱이는 에일입니다. 술을 안 좋아할지라도 에일 모르면 런던을 이해할 수 없고, 술 마실 줄 알면 에일로 견디며 지낼 수도 있습니다. 날씨가 죽 끓듯 변덕스러운 런던. 이번에도 멀쩡한 하늘이 비로 바뀌어 쫄딱 젖어 난감할 때, 펍은 따스한 음식과 훈훈한 온기로 객을 맞아 주었습니다. 혹자는 런던 사람의 삶이 펍을 통해 돌아간다고 까지 합니다. 일 끝나고 펍에 들르면 어린 시절 친구부터, 여자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