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뭄바이 섬들

재미나게도 뭄바이는 17세기까지 7개의 섬이었다고 합니다. 이 섬간에 다리를 놓고 섬사이를 점점 메워 뭄바이라는 도시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섬사이의 다리를 계속 건설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정치수도가 델리라면, 뭄바이는 미국의 뉴욕에 흔히 비유될 정도로 인도의 경제중심입니다. 인도 GDP의 1/3이 뭄바이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인도의 금융, 제조 산업의 요람이기도 하고 영화산업이 매우 유명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드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뭄바이라는 지명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텐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명은 봄베이입니다. 봄베이는 처음 이곳을 점령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아름다운 만이라는 뜻으로 (bom bay)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를 배우지 못한 시골사람들이 봄베이를 현지 발음으로 뭄바이라고 부르는 통에, 이 도시의 고대 수호신인 '뭄바-아이'를 빌미로 삼아 1995년에 뭄바이로 개칭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개칭의 근저에는 과거 식민시대의 잔재를 털어내려는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시 이름뿐 아니라 시내 명소도 영국이나 포르투갈에서 지은 이름을 과거 마하라쉬트라 왕국의 왕 이름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저는 이 부분의 이해가 쉬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 운전기사 알타프는 굳이 익숙한 이름을 놔두고 개칭하는 것에 불만이 많아 보였습니다. 순전히 정치적인 쇼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지금 같은 정서라면 다음에 새로 집권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 이름이나 마누라 이름을 여기저기 붙일지 누가 알겠냐고 투덜댑니다. 어찌보면 무슬림 입장에서 영국여왕의 이름을 붙이나 힌두왕의 이름을 붙이나 그게 그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도인과 대화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고집스럽게 봄베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긴 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긴 힘들겠지만, 정치적 목적만 앞세우기 보다는 국민과의 합의가 중요하겠지요.

Bandra와 Worli를 잇는 새로운 교량


뭄바이 시내 원경

  1. BlogIcon Psyk 2006.05.31 09:57 신고

    봄베이, 어디선가 들어봤던 지명인데...[생각중]
    폼페이와는 다른곳이겠지요?

    • BlogIcon Inuit 2006.05.31 10:38 신고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가 다 묻혀버린 로마 유적지 일겁니다. '폼페이 최후의 날'로 유명하지요. ^^

    • BlogIcon Psyk 2006.06.01 12:33 신고

      흠 괜히 무식이 탄로났군요...
      X 팔립니다요
      [지식검색]으로 확인하고 댓글을 달걸...ㅠ.ㅠ

    • BlogIcon Inuit 2006.06.01 18:05 신고

      그런 말씀 마세요. 저도 똑같이 헛갈렸던 부분입니다. ^^

제가 하는 일로 미뤄보면 매우 진귀한 인도 출장이고, 다시 또 오기는 힘든 곳이 뭄바이 같습니다. 마침 비행기 일정도 잘 안맞고 하여, 뭄바이에서 토요일 하루를 더 머물렀습니다. 간 김에 이것저것 많이 보고 오라는 사장님 신신당부도 계셨고, 저역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무척 왕성한지라 호텔에 뭄바이 투어를 부탁했습니다.

반나절 정도 차를 빌리고, 영어 가이드를 붙여주기로 했었지요.
아침에 concierge로 가보니 왠걸, 가이드가 없습니다. 담당자 말로는 외부의 가이드가 약속해놓고도  그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이랍니다.

호텔에서 가이드 대타를 구하는 동안 셀프샷


호텔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영어를 잘하고 뭄바이를 잘 아는 기사를 섭외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우리의 알타프씨,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하는 차에 분노하여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중


단정하고 심지가 굳어 보이는 운전기사의 이름은 알타프(Altaf)입니다. 이름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broad heart라고 합니다. brave heart면 더 좋았을 것을..
알타프는 뭄바이 투어를 많이 운전하고 다녔는지, 왠만한 가이드 못지 않게 코스도 훤히 잘잡고 각 건물의 역사나 기타 정보에 매우 밝습니다. 게다가 제주도 택시 기사처럼 사진 잘나오는 포인트도 잘 알고 있더군요. 

아라비아해를 감시하는 요새에서 알타프 선생 Aura를 마음껏 발산하다


알타프는 뭄바이 출신의 무슬림입니다. 그래서 모스크를 집중 설명해주더군요. 덕분에 아름다운 모스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Haji Ali's Tomb Mosque


한가지 일화.
바닷속 무덤인 Haji Ali's Mosque를 너무도 가보고 싶었는데, 날씨관계로 진입을 통제하여 좌절되었지요. 알타프가 멀리서나마 사진 잘나오는 곳을 데려다 주어 사진을 잘 찍었습니다.
제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 하는데, 무슬림인 알타프도 제게 보여주려고 단단히 별렀다가 무산되어 아쉬워 하더군요.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바닷속에 있고 해발고도 밖에 안되는 저 모스크가 싸이클론 등으로 육지에 물이 차도 절대로 물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도 희한해서 어떻게 그렇냐고 물었습니다. 알타프씨는 무덤덤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Because God blesses it."
OTL

영어가 꽤나 익숙해서 이것저것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는 제게 상세히 대답도 해주고,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 짜증스러운 기색없이 다 데리고 다녀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정말로 알타프 덕분에 뭄바이, 그리고 인도가 한층 친근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투어가 끝나고 꽤 많은 팁을 주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1. BlogIcon 전설의핑크팬더 2006.05.30 23:20 신고

    글 내용과 태그내용 모두 멋진데요 ^^ 잘보았습니다.

    • BlogIcon Inuit 2006.05.31 10:26 신고

      반갑습니다 전설의핑크팬더님.
      인도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 종종 들러주세요. ^^

  2. BlogIcon 이승환 2006.05.30 23:56 신고

    잠시 자리 비울 때마다 큰 건이 있을 때라는 것을 알고나니 뭔가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 같지가 않아요 -_-; 뜻을 가지고 따르면 이루어진다고 늘상 생각은 하는데 -_- 몸이... 도서관만 가면 마비증세가 -_-;;

    • BlogIcon Inuit 2006.05.31 10:30 신고

      말은 그렇게 해도, 공부와 삶 모두 치열하게 추구하는 것이 늘 감동스럽습니다. 목표만 잃지 않고 꾸준하면 좋겠어요.

      (갑자기 왠 닉 체인지입니까? 메일 쓸때 버릇처럼 승환군 이라고 할뻔했다는..)

  3. BlogIcon danew 2006.05.31 09:39 신고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여행에서 좋은 가이드를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6.05.31 10:33 신고

      네 그렇지요. 원래 약속한 가이드가 안나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리고, 어찌보면 좋은 가이드는 여행자와의 인터랙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4. BlogIcon Psyk 2006.05.31 09:52 신고

    셀프샷에 찍힌 분이 inuit님이신가요?
    다리가 기~~~일어 보이는....^^

    • BlogIcon Inuit 2006.05.31 10:35 신고

      ^^;; 저 맞습니다.

      키는 큰 편인데, 삐딱하게 앉아서 다리가 왜곡되어 보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5. BlogIcon Ego君 2006.05.31 23:31 신고

    저기 꼭 가보고 싶군요 +_+

  6. BlogIcon 분더바 2012.01.23 15:04 신고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이란 책을 읽으며 인도여행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입니당. 책읽다가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관계에 대해 궁금하여 검색중에 여기 블로그까지 오게되었어요. 좋은 정보 좋은 사진 좋은 코멘트 잘보고간다고 댓글남깁니다. 인도 꼭 가보고싶은 곳이라는 생각에 불을 더 지피셨어요

    • BlogIcon Inuit 2012.01.29 14:22 신고

      네. 나름대로 공부한걸 정리했으니 도움되면 좋겠습니다.

인도를 흔히 코끼리에 비유합니다. 거대한 덩지나 인도인의 느긋하고 온순한 성정이 코끼리와 닮은 점이 많기는 합니다.

서구에서 인도를 코끼리, 중국을 잠자는 사자, 한국, 대만 등을 호랑이(서구인에게 호랑이는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지요), 일본을 원숭이 등으로 비유하는 것을 보고 어떤 인도인은 아시아가 완전히 동물원인가 보다고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호텔 안의 분수


인도는 현재 산업적으로 급성장 중입니다. 인도 신산업의 큰 축은 소프트웨어와 무선통신입니다. 현재 휴대전화가 1억 가입자 정도 보급되었는데 연말에 1억 3천만을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달에 5백만 가입자가 신규로 생성되는 것이지요.

첫날 아침먹고 호텔 주변을 산책하다가 깜짝 놀란 것이, 호텔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로 슬럼이 펼쳐지더군요.

호텔 뒤, 슬럼의 초입 부분


최고급 호텔 뒷길에 소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멍한 눈길로 서로 머리의 이를 잡아주는 여인들, 쓰레기 더미속에서 새와 경쟁하며 먹을 것을 뒤지는 모자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호텔 앞 공터의 노숙자 (AM 6:50)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절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영국 지배의 잔재로 영어가 공용어라는 멍에를 졌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영어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핵심 경쟁력이 되어 버린 나라.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사업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는 나라. 그 소수만 따져도 우리나라의 몇배가 되는 나라.

다양성이 혼재되어 있는 인도의 대로


하지만, 중국이 그렇듯이 인도에 관한 어떤 일반화도 틀린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앞서 말한 것과 이제부터 이어지는 포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인도에 대해 떠드는 것은 장님이 만진 코끼리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도 인도는 코끼리가 맞는 성 싶습니다.

  1. BlogIcon 엘윙 2006.05.30 09:58 신고

    호텔 바로 옆에 빈민가라니 ㅜ_ㅜ
    예전에 연구실에 인도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정말 똑똑했습니다. 영어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속으로 흠칫하고 놀랐지요.

    • BlogIcon Inuit 2006.05.30 22:28 신고

      게다가 집까지 부자였나봐요. 비싼 한국으로 유학까지 왔으니 말입니다.

  2. BlogIcon 엘윙 2006.05.30 10:07 신고

    여쭤볼게 있는데요. 지난 번에 그 스팸 댓글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이제 저같은 마이너한 블로거한테도 스팸댓글이 들이닥쳤습니다. 실시간으로 달리네요 아주..ㅜ_ㅠ

    • BlogIcon Inuit 2006.05.30 22:29 신고

      스팸댓글하고 트랙백 아주 무시무시하지요.
      태터 버전 1.0.5로 업그레이드 하고 대부분 해결되었습니다.
      버전 올리고 나면, 스팸 방지 플러그인이 새로 보일 거예요. 그것을 활성화 시키면 됩니다.

  3. ㅇㅇ 2009.01.30 14:25 신고

    도끼로 찍어가면서 길들여진다는 불쌍한 코끼리들..

지금까지의 해외출장이 모두 유럽 아니면 미국인지라, 비행시간도 지겹도록 길고 시차적응에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출장지는 인도 뭄바이라서 좀 쉽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출장은 없는 법.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떠나지 못하고 시간을 한참 끌더니 모두 짐을 가지고 내리랍니다.
알고보니, 한 승객이 혈압이 높아서 비행기에서 다시 내렸다네요. 보안 문제로 기내 검사를 다시 해야 하므로 비행기에서 내려 30분 정도를 대기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이상 늦게 도착해서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네시.
씻고 짐풀고 다섯시쯤 잠이 들었다가 한시간 반만에 깨고 말았습니다.
저번 출장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다행히 첫날 이후에는 여섯시간 정도씩 매일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출장이 비즈니스 컨퍼런스인 관계로 일주일 내내 미팅과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정신적인 압박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명사들과 만남을 가지며 회사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이 심했었지요. 다행히 며칠뒤 적응이 되긴 했지만 배불리 먹지 못한 날이 며칠 있었습니다. 객지에서 맥주로 배 채우고 자는 기분은 그리 좋을리 없지요.

그외에는 일정도 빡빡했지만 호텔이 다운타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내 수감자처럼 살았던 점도 고생이라면 고생이었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음식 말고는 인도에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일주일간의 출장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짧은 일정동안 가졌던 긴 느낌을 연재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1. BlogIcon Psyk 2006.05.30 09:22 신고

    출장지가 인도였군요. 건강히 다녀오신듯 하니 다행입니다.
    인도의 치안은 괜찮은가요?
    여기는 무서우리만치 개판(!)입니다. ^^

    • BlogIcon Inuit 2006.05.30 22:23 신고

      동네 따라 다르지만 뭄바이는 그나마 낫다고 합니다.
      경찰이 범인을 잡다가 잘 안되면 바로 쏴 버린다고 하네요.
      그 결과로 뭄바이 범죄율 20%로 매우 양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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