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세트가 아니라고?

페나성(Palacio de Pana)은 여행 사진으로 볼때부터 아기자기한 미감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허나 실제로 가보니, 초현실적이었습니다.

 


무어인의 성에서 버스로 정거장, 걸어도 15분거리지만 오르막입니다. 체력을 아껴야 하는 여행객은 신트라 패스로 버스를 타고, 여정이 넉넉하면 산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좁은 산길에 거의 꽉차는 버스는 구불구불 길을 잘도 가는데, 마지막 모퉁이를 돌면 눈앞에 튀어나오는 노란 성은 소리가 나옵니다.

 

페나성은 유명한 관광지라 무어성보다 줄이 몇배 깁니다. 하지만, 딸램의 사전조사로 무어성에서 통합 입장권을 샀기 때문에 우리는 안서고 바로 입장했습니다. 피같은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최소 반시간 이상 아꼈고, 괜히 기분으로 흡족히 입장했습니다. 페나성은 정문에서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하면 3유로 정도하는 카트를 타도 됩니다. 우리는 내면 마음이 불편하니 신나게 걸어 갔습니다. 사실 포르투갈 정도 언덕은 한국사람에겐 귀엽습니다. 연일 다니는게 힘든거지.

 

신트라 마을에는 리스본 왕가가 더위를 피하던 여름궁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트라 여행의 주요 목적이라 정도로 페나성이 유명하지요. 기암절벽위에 강렬한 원색의 성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성은 페르디난트 왕이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는데, 부자의 왕놀이보다는 자체의 생김새가 눈을 잡고 놔주지 않습니다.

 


건물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슬람 양식과 고딕, 심지어 포르투갈 고유의 마누엘 양식까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오욕의 세월을 견뎠다는 이야기고, 한발 물러서 보면 사실 건물이 욕볼일이 뭘까 싶기도 합니다. 거주하는 사람이 서로 이기고 바뀌었을 뿐이지.

 

아무튼 인생사진 건진다는 페나성에서 아이폰X 초상화 모드로 사진을 잔뜩 찍고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멋진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레스토랑 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카페(Tasca보다 캐주얼해서 음료와 가벼운 빵을 파는 식당의 통칭)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산위에서 바람을 많이 맞아 뜨끈한 빠니니가 매우 반갑습니다.

 


다음은 헤갈레이라 별장(Quinta da Regaleira). 장소를 점지한 딸램은 어떤 곳인지 알고 갔지만 저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갔다가 가장 즐거웠던 곳입니다. 왕궁도 아니고 백만장자의 별장이 대수라고.. 생각했던 저는 짧았던 소견을 뉘우쳐야 했습니다.

 

정원의 여러가지 탑과 인공호수, 건물들도 아름답지만 이런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수도 없이 봤으니 넘어가고.. 별장에는 매우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3차원적이고 매립형이라 사진으로는 제대로 보여주기도 힘들어요.

 

일단 설명하면 언덕의 위에 작은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돌무더기 사이에 돌판으로 문이 있는데 문을 열면 동굴입구가 나옵니다. 그리로 바로 들어가도 되고 돌무더기에서 약간 내려오면 작고 평평한 운동장이 있는데 여기에도 비밀의 돌문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듯, 돌판인데 밀면 회전하면서 한명이 빠져나가도 다시 닫히는.

 


입구로 들어서면 밑으로 깊이 파인 원형 계단이 있습니다. 결국, 언덕속에 묻혀있는 탑인겁니다


탑을 따라 내려가다가 길이 아닌듯 어둠속으로 분기해서 수도 있습니다. 깜깜한 동굴을 믿음 하나로 걸어 밖으로 나가면 전체 언덕의 중턱으로 빠져 나옵니다. 광장과 분수도 있고요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고 중간이므로 다시 원형계단을 따라 탑의 끝까지  내려갑니다. 탑의 바닥에서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멀리 보입니다


다시 원형 바닥에 어두컴컴 뚫린 구멍으로 몸을 낮추고 걸으면 미로 동굴이 나옵니다. 미로 동굴의 끝에는 폭포가 보입니다


폭포 넘어에 언덕 아랫자락인거죠. 언덕 속에 거대한 탑과 미로 동굴이 폭포와 숨은 돌문 속에 숨어 있는 구조입니다.

 

철학적으로는 탑의 최상층에서 아래로 가서 폭포로 나오는 과정이 죽음 이후의 환생 과정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매순간이 매우 기이하지만 가슴 설레이는 경험입니다. 어른을 위한 놀이터라고나 할까요. 헤갈레이라 별장은 브라질과의 커피무역으로 돈을 많이 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돈만 있다고 이런걸 쉽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인장의 세계관이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페나성과 헤갈레이라 별장, 정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여행 이야기 full story 여기를 클릭하세요

  1. minibest 2018.02.02 08:57 신고

    열혈독자가 다음 포스팅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페나성 딱 내 스똬일~

  2. BlogIcon Inuit 2018.02.03 10:51 신고

    응 페나성 가서 너가 이거 보면 꽤 좋아하겠다 생각했었네. 근데 사실 헤갈리이라 가면 더 좋아할걸. 완전 인디아나 존스같은 느낌..

여행에 있어 계획은, 사전 정보의 정리본일 뿐이다

 

자유여행으로 수년간 가족여행을 하며 배운 점입니다. 장소와 시간까지 철저히 계획해봤자, 현지에 가면 모든게 달라집니다. 가족의 체력, 입맛, 날씨, 현지의 갖가지 돌발상황으로 계획이 어긋나기 일쑤지요. 특히 동선 짜서 식당 봐두는건 2~3년차에 관뒀습니다. 장소에서 배고파 식사할 확률은 희박하니까요.

 

아무튼 포르투갈의 첫날, 신트라에 가리라고는 생각을 안했습니다. 포르투갈 겨울 날씨는 한국보다 온화합니다. 여행 2주부터 모니터링 해보니 7도에서 17 사이에서 움직이네요. 늦가을 날씨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리스본이 유럽 부자들 겨울 휴양지로도 자주 활용되는 곳이란 점도 참고했고요.

 

그런데, 리스본 관련 글들을 읽어 가다 보니 느낌이 합니다. 대서양에 인접한 리스본과 포르투의 겨울은 그리 상냥하지 않은듯 합니다. 바다에 면한 탓인지 습해서 체감은 춥고, 기후상으로도 연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가 겨울이라합니다.


 

해가 변수다

 

그래서 가급적 좋은 예쁜 곳을 가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첫날이 햇살 매우 좋은 날이란 점을 감안해 여행 순서를 완전히 바꿔, 교외의 신트라(Sintra)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 도착해서 바로 기차타고 경주 놀러간 셈입니다. 왜냐면 신트라는 딸램이 매우 기대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가장 좋은 가고 싶었습니다.


 

우리 숙소가 시내 한복판이라 잠깐 걸어 호시우역에 갔습니다. 신트라 패스가 있어 당일 여행에 최적입니다. 리스본에서 신트라까지 가는 교외 기차와 신트라 지역 모든 버스가 당일 무제한입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 아니다 

신트라 가는 기차에서 메모한 내용입니다. 제가 오해했듯, 흔히 포르투갈은 스페인 문화의 부분집합으로 생각하지요. 말이 매우 유사하고, 떼어내면 지도에서 이가 빠져 보일 정도로 나라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역학관계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부분집합이라고 보는 정도로 심각한 오독이란 점을 포르투갈 역사를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부르고뉴에서 젊은 기사가 이베리아 왕국을 도와주고나서 공주와 결혼해 한명은 스페인, 한명은 포르투갈의 왕조를 것조차 출발선의 유사성이지 혈연적 연관성은 아닌거죠. 물론 60 정도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시기도 있지만, 바로 독립했습니다. 역사에 걸쳐 포르투갈은 대국 스페인이 병합하는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었을 정도로 독립 상태를 내내 유지했고, 스페인 여러 왕국중 그냥 이탈한 나라는 아니란 점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까딸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안함을 전제하고) 까딸루냐는 스페인의 부분집합으로서 마드리드 정권이 철저히 억압하고 통제를 해온거고요. 심지어 포르투갈 독립도 까딸루냐 반란을 막는 혼란의 와중을 틈탔을 정도입니다. 까스띠야 정권은 포르투갈은 욕심 내지 말고 까딸루냐만 확실히 때려잡자고 결정했었지요.

 

아무튼, 신트라 가는 와중에 메모를 한건, 이런 역사를 상기해서 쓴게 아니고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적은겁니다. 풍경과 정서가 사뭇 달랐습니다. 지중해의 살랑이는 바람. 쨍하고 따끈한 햇살, 와글와글 웃음과 수다가 폭발하는 사람들 같은 스페인의 보들보들함과 차이가 컸습니다. 뭔가 풀먹인 옷감 같은 서늘한 느낌. 그러나 살에 닿으면 이내 따스해지는 느낌이 첫째 차이면, 펼쳐지는 풍광은 그냥 달랐습니다. 물론 까스띠야와 까딸루냐 지방만, 그것도 잠깐 정도로 온전한 비교는 아니지만, 단박에 말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르투갈 자체로 읽어야 그나마 맛을 조금 느낄 있습니다. 여행 마친 지금은 대서양 정서와 지중해 정서의 차이로 이해합니다.


 


신트라역에서 버스를 타고 무어인의 (Castelo dos Mouros) 갔습니다. 무어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지요. 지중해의 입을 다무는 지르롤터 해협 같은 경우 대륙간 거리가 10km 조금 넘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베리아가 지척이지요. 로마와 맞짱 카르타고의 사례처럼, 중세 이전의 북아프리카는 문화적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강했습니다. 심지어 사막화도 진행되기 전이라고 하니말입니다.

 

따라서 로마가 떠난 이베리아 반도는 쉽사리 아프리카 세력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그들을 바로 무어인이라 부르죠. 스페인이란 나라는 무어인을 쫓은 대찬 기독교 커플, 이사벨과 페르난도 이후에 역사가 비로소 시작되었지요. 포르투갈은 스페인보다 이백여년 일찍 무어인을 몰아냈습니다. 스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변방이라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무어인이라고 오랑캐처럼 부르는 사람들은 실은 학문이나 문화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었고 오랜 지배를 받은 탓에 이베리아 전역은 영향이 물씬 배어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풍성하고 미학적으로도 탁월하고요. 스페인 쪽은 예전에 이야기 많이 했는데,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두 같은 음악이나 알가르베, 알파마 지명에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리스본의 모우라 언덕을 비롯해 지금 가는 무어인의 성도 그런 역사의 편린이지요.

 




신트라 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무어인의 성은 신비롭습니다. 기상예보에도 날이 좋다고 나왔고 아래는 해가 쨍쨍한데, 성에 접어 들자마자 안개에 감싸이고 빗방울도 수시로 후두둑거립니다. (과학적으로보면 산에 구름이 걸려 비로 변하는 국지적 현상입니다만 낭만적이지 않으니 패스)

 

여기도 우리나라 성곽처럼 성벽을 따라 걸을 있습니다. 실제로 걷다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골조가 남아있을 정도로 단단하단 , 가파른 경사의 정상에 있어 공략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을거란 생각, 공성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까, 생각하는 와중에 펼쳐지는 아래마을의 안온한 미감이란. 잠시 들르 객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고. 전쟁에 장수의 목을 효수하듯 관광객을 위해 달아놓은 아랍어 국기의 처연함이 이슬비 아래서 그리 도드라지게 이쁜건지.

 


한참을 성에서 놀고 싶지만 신트라를 하루에 떼어야 하는 급한 마음에 다음 목적지로 갔습니다.


여행 이야기 full story 여기를 클릭하세요

  1. minibest 2018.02.01 12:47 신고

    빨리빨리!!
    담글!! 담글!! ^^

  2. BlogIcon Inuit 2018.02.03 10:50 신고

    엉.. 분발하고 있다 ^^

모든게 급작스러웠습니다.

 

둘째의 입시 일정이 안풀리는데서 모든게 시작됐습니다. 매년 가족여행을 가는데 수험집안으로 2년간 가족여행을 못했습니다. 딸은 방학되자 여행 가고싶다 노래를 부르는데, 엄마는 마음 편해지기 전엔 아무데도 안간다 못을 박았습니다. 중간에 끼인 저는 이래저래 멋적게 치어 있었고요.

 

안되겠다싶어, 연말 즈음 저랑 , 둘이만이라도 일단 가자 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휴가가 없었기에 쉼표가 필요했지만, 딸아이 성화를 마냥 눌러두기도 힘들었지요.

 

"둘만이라도 갈래?"

 

아내와 딸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흔쾌히 답을 했습니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니 막상 갈데가 없습니다. 왠만한데는 거의 가본지라 번거롭고 지루한 여행 계획 과정의 필수요소인 "피끓는" 정열이 타오르는 여행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호주와 미주를 왔다갔다하다가 제가 던진말.

 

"포르투갈 갈까?"

 

실은 포르투갈은 꼭꼭 숨겨둔 인생의 목적지입니다. 어릴 파두(fado) 들으며 자라난 환상은 대항해시대의 글과 게임을 접하며 무르익었지요. 아이들 크면 아내와 둘이 호젓하게 가려던 곳인데, 궁해지니 어렵사리 내어놓았습니다.

 

"그래!"

 

이런건 말이 길어지면 수포가 된다는걸 아는 딸은, 1 생각안해본 여행지지만 덜컥 받습니다. 아내는 남의 일처럼,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막상 저는 말해놓고도 황당합니다. 소중한 여행지는 그에 맞춰 소중히 다루고 싶었습니다. 다른 유럽은 제가 출장으로 먼저 접해보고 가족을 데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저도 처음입니다. 처음 가는 곳은 여행지건 출장지건 미리 현지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현지 가서 최대한 많이 느끼고 오는 '저렴한' 습관을 가진터라 포르투갈로 결정해 놓고도 짧은 여유에 눈앞이 아득합니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진 . 이스탄불 파묵의 자전적 글이, 이탈리아 때는 오페라 책이 급속히 현지화를 도와줬듯, 이번 여행에 도움될 책들을 최대한 찾았습니다. 포르투갈 관련한 책은 거의 없더군요. 그래도 최대한 검색하여 책을 다섯권 골라 구매했습니다. 문화 역사서 세권과 페소아의 그리고 소설 하나.

 

많은 미팅과 강의, 심사 요청을 여행 기간 앞뒤로 정리하다보니 여행 전주가 특히 바빴는데, 와중에도 책까지 급히 읽느라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포르투갈은 신용카드 받는 곳이 유럽보다 많다고 하니 집에 남은 유로로는 택도 없어 은행가서 환전까지.

 

그리 금방 시간이 가고 어느덧 여행 전날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짧은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와인 한잔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를 하다가,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계획은 되어 있고, 비행기만 끊으면 되는데.."

 

갑자기 집안 여론이 엄마도 가자고 급물살을 타고, 아내는 아들도 간다면 가는걸로. 아들은 고심끝에(?) 예스. 갑자기 부녀만의 여행은 가족 여행이 되었습니다. 비행기타기 15시간 전인데 말이죠.

 

그때부터 집안이 난리통이 되었습니다. 워룸(war room) 열렸고요.

  • 최고 이슈인 부녀조와 같은 모자의 비행편 확보. 다행히 자리가 있었음.

  • 같은 일정, 같은 숙소 추가 확보. 이건 상대적으로 쉬움. 다만 요금 혜택따윈 없음

  • 포르투갈 기차 이동편 같은 객실로 확보. 딸램이 순식간에 잡아옴.

  • 그와 병행하여 아내는 부랴부랴 자기 짐싸기 시작

  • 아들은 제가 읽은 책들 던져주고 읽기 시작.

  • 다음날 아침에도 아들은 머리깎고

  • 저는 은행 열자마자 추가로 환전하고..

  • 군사작전하듯 긴밀히 각자 움직인 공항행 리무진에 모두 무사히 탑승완료.

 이렇게 급작스레 가족은 포르투갈로 떠나게 됩니다. 얼떨떨했지만, 당시 읽던 책의 포프 말이 힘이 되었습니다.


  1. minibest 2018.02.01 12:46 신고

    당분간 점심먹고 난 후 상상의 여행이 되겠군요.

  2. BlogIcon Inuit 2018.02.03 10:51 신고

    응. 그렇게 되면 좋겠어 ^^

이번 제주도 일주 여행은 직전에 급히 계획을 잡게 되었습니다.

7년을 기다린 꿈이지만 7 전에 결심을 하니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습니다.


비행기예약
자전거예약루트 설계그에 맞춘 숙박그리고 계속 이동중에 그래도 맛난 음식 먹을 계획까지 세우려니까 머리가 하얗더군요.


 

지난번 벨기에 여행 때부터 원노트를 사용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톡톡히 덕을 봤습니다.



STEP 0 체크리스트

여행 준비 중 은근히 정신 산란하게 (distracting) 만드는게 물품입니다. 계획 세우다 보면, 이거 챙겨야

하는데 저것도 가져가면 어떨까, 참 이거 빼먹을 뻔했는데.. 생각이 자꾸 나지요.

이럴때 체크리스트는 매우 유용합니다. 

원노트 체크박스를 사용해 물품을 정리해두면, 떠나기 직전에 가방에 넣고 체크체크하면 끝.
 

STEP 1 항공권

항공권 예약이야 인터파크 같은 예약 사이트에서 하면 됩니다. 중요한건 메일로 오는 예약증이나 전자 항공권을 'onenote 인쇄하기'하면 항공권을 별도 페이지에 담을 있습니다. 이제 종이한장 없이 공항가서 스마트폰을 꺼내면 예약번호를 바로 원노트에서 있습니다.

 

STEP 2 숙소

숙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약증을 원노트에 넣어두면, 이후로는 잊어버려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예약자 성명으로 기록을 금 찾지만, 해외는 예약번호가 필수입니다.

 


STEP 3 동선 계획

전체 지도에서 대략 3분할을 하여 거리를 계산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첫날 중문, 둘째날 성산 쯤이 적당한 거리라고 결정했습니다.

 

STEP 4 바이크 렌털

마찬가지로 바이크 렌털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는대로 클리핑을 하고, 몇가지 대안 하나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예약한 샵에서 주는 혜택들을 긁어 붙여 놓으면 당일 체크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자전거 빌리러 가보니 사람마다 조건이 달라 자전거 내주시는 분이 헛갈려 하던데, 제가 정리해 놓은 보여드렸더니 무척 편해 하셨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팁은, 원노트에 계산 기능이 있습니다. 예컨대 38*4  다음에 = 넣는 순간 자동으로 계산값을 표시해 줍니다. 예산 세울 때도 편히 사용 가능합니다.

 


STEP 5 매일 일정

원노트가 에버노트보다 파워풀한 점은 노트 공간을 자유롭게 있다는 점입니다. 멀티 컬럼도 쉽게 사용 가능하지요. 원노트 내장의 표기능을 이용해 대략적인 일정과 소요 시간을 적습니다.


이를 놓고 라이딩 시간을 매핑해보면 대략 어디쯤에서 점심을 먹고 숙박을 할지 모양이 보입니다. 사실 부분 추측이 힘들어 계획 세우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 단번에 답이 보였습니다.

 

STEP 6 세부 일정 튜닝

이제 대략의 계획은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제 식사 장소나 plan B 생각할 때입니다.

구글맵이 동원됩니다. 네이버 맵은 즐겨찾기를 놓아도 지도에 보이지 않아 젬병입니다.

구글맵을 놓고 주요 포인트를 보면서 계획에 무리가 없는지, 일정에 무리가 갔을 때, 생각만치 갔을 점심이나 숙소가 어디쯤으로 바뀔지 예측해 봅니다.

그리고 맛집 정보를 찾을 때마다 지도에 위치를 대략 찍어 라이딩 동선에서 많이 벗어나는지 등등을 체크합니다.

 

이렇게 정보를 찾는대로 시각화하면서 정리하고 정리한 결과는 항상 스마트 폰에서 바로 사용가능하게 되니 여행의 준비가 매우 편했습니다. 효율적이기도 했고요.

 

에버노트의 충성고객이었지만 이제는 원노트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전체화면으로 전환해 보시면 더 편합니다. ^^



'전체화면'으로 보시면 더욱 편합니다.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간 일본은 처음이다.
그 덕에 우리랑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교통비

일본의 교통비는 가히 살인적이다.
택시가 비싼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내내 주로 지하철,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간 네 식구가 쓴 대중교통비가 약 $400이다.
물론, 공항에서 시내 이동이 네 번, 근교 도시인 고베나 교토를 다녀온 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확실히 비싸다.

한구간만 이동해도 170엔에서 220엔 가량하는 물가도 한 몫하고, 같은 도쿄 내 지하철도 JR, 사철 등으로 운영주체가 다른 점도 한 몫했다.

이동이 많지 않아 하루권을 끊건, 매번 끊건 별 차이가 없었다.

현금
신용카드를 잘 받지 않는 일본이다.
출장 때 한번 뜨거운 경험을 해서 미리 현금을 많이 준비했다.
그런데, 교통비를 죄다 현금으로 내고, 가끔 식당에서 현찰 크리 맞으니 나름 넉넉히 준비한 현금이 4일차 쯤 바닥이 나더라.
다른 선진국은 물론, 왠만한 나라 가도 신용카드는 잘 받는데 일본은 그 정도가 심했다.
지갑에 몇천원 안 갖고 다녀도 몇주씩 잘 지내는 한국과 다른 점이 느껴졌다.
또한, 현금 신나게 쓰다보니 카드 안 쓰던 20년전 생각도 났다.

ATM
해외에서 현금이 부족하면 ATM기로 급히 융통이 가능하다.
급할 때 제법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은 ATM기로 현금 인출도 쉽지 않다.
몇군데 시도를 했는데, 일본 신용카드만 된다는 안내로 황당했다.
급히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일본 내 ATM 인출은 대략 세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1. 우체국
2. 시티은행
3. 세븐일레븐 (세븐뱅크라는 로고가 있어야 가능)
검색 결과를 갖고 호텔 프론트에 물었더니, 근처에 시티은행이 있어 다행히 급한 현금을 해결했다.

여성 전용칸

오사카에서 일이다.
한번은 지하철 탑승 플랫폼에 내려서자마자 문이 열려 있어 급히 탄 적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 쳐다 본다. 
지금껏 그랬듯 외국인 여행자라서 신기하게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기차가 떠나서 달리기 시작하는도 멈추지 않는 고요한 눈총이 느껴져서 왜 그런가 봤다.
어라..
기차에 남자가 없다.
아내가 이야기해서 보니, 여성 전용칸이다.
여성 전용칸엔 진짜 여성만 타고 있었다.
나와 아들은 다음 역에서 내려 옆칸으로 옮겨 탔다.
그 곳엔 우리랑 마찬가지로 남성 여성이 다 있었다.
그러면 남성 전용칸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


아이돌 한류

이 부분은 출장 중에도 느꼈던 부분이다.
생각보다도 일본에서 한류는 그 존재감이 있다.
하라주쿠 같이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는 한류 아이돌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이번엔 못 봤지만, 예전 도쿄 왔을 때는 지하철에도 빅뱅이나 소녀시대의 공연 광고가 종종 붙어있곤 했다.


맥주

이 부분도 출장 때 많이 느낀 부분인데 이번에 여실히 체감을 했다.
일본 맥주는 참 맛있다.
우리나라 맥주가 맛없는게 첫째 이유지만, 그 자체로 유럽 맥주와 다른 경쾌한 맛이 일품이다.
크리미한 거품과 입맛 살려주는 쌉쌀함이 장점이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일본 역시 라거 계열이 대종을 이루지만, 지역별로 크래프트 맥주나 에일, 심지어 다크 비어도 풍성하고, 다 맛이 좋다.
반대로 보면,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맥주마저 밋밋하면 무슨재미로 살겠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여행 중 지칠 때 한잔의 맥주는 꽤 큰 활력소였다.
덕분에 낮에도 반주로 맥주한잔 하는 일본의 습성이 익숙해져 버렸다.

입장권

한가지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하는 점은 입장권이다.
보통 입장권은 영수증의 의미로 머물기 십상이다.
하지만, 교토의 금각사나 청수사의 입장권은 버리지 않고 기념으로 갖고 싶도록 만들어졌다.
금각사의 입장권은 무슨 부적 같고, 청수사 입장권은 책갈피로 훌륭하다.
유럽에서 간단한 랜드마크 그림이 있는 북마크가 2유로에서 5유로 하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기념품이다.
현대에서 나눠주는 것은 쉽다.
버리지 않고, 더 나아가 지니게 하면 지속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게다가 이렇게 입소문까지 내게 하면 금상첨화다.


  1. IDDQD 2013.08.14 08:20 신고

    교토지역이 유난히 카드 받는곳이 없어서 도쿄에서 같이간 일본인 친구도 난감해 하던 기억이 나네요.

    현금 필요할땐 역시 시티은행이 제일 좋았습니다.다른 ATM은 만엔이 기본인출인데 천엔단위도 인출이되었구요.

    여름엔 홋카이도도 추천해 볼만 합니다. 8월의 삿포로 맥주축제는 각 맥주회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정말 신선한 맥주를 맛볼수 있습니다.

    여행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3.08.15 14:02 신고

      삿포로 맥주 축제라니 눈에 확 들어오네요. 마쓰리보다 더 즐거울듯 합니다. ^^

오사카 일정을 도쿄보다도 하루 많게 3일 잡았지만, 고베, 교토 다녀오느라 정작 오사카는 제대로 못봤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오사카를 위해 온전히 남겨두었다.

특히 오늘의 주요 일정은 지역 축제, 마쓰리다.
일본 3대 마쓰리를 도쿄 칸다 마쓰리(5/14~15), 교토의 기온 마쓰리(7/17), 오사카의 텐진 마쓰리(7/24~25)라고 한다.
마침, 우리의 마지막 날인 24일이 텐진 마쓰리 첫날이라 모든 일정에 우선하여 마쓰리를 보기로 했다.

Osaka 성

오사카 출장 왔을 때, 오사카 성을 멀리서 보고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바쁜 동선 상, 가보지는 못했는데 마쓰리 전에 한군데 들른다면 단연 오사카 성이 가볼만 했다.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근거지로, 그가 오다 노부나가를 이어 천하를 통일한 곳이다.

성 자체는 외부 해자, 내부 해자 속에 오사카 성의 상징인 천수각이 올라 있다.
대단히 견고하며 난공 불락의 요새처럼 생겼다.
하지만, 천수각은 백년전 쯤 콘크리트로 재건축 된 건물이고, 아름답고 단단한 이중 해자도 근년에 조성된 것이다.

오사카성의 진미는 천하의 패권 교체다.

도요토미의 사후, 그의 매부이자 부하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대권을 가지려 오사카 성으로 짓쳐왔다.
오사카 세력과 도쿄 세력의 대충돌이었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동군이 몰려들고, 당시 15만의 병력을 맞게 된 도요토미의 5만 병력.
항전하다 처절히 깨지고 천하는 도쿄의 도쿠가와 세력에게 넘어간다.

역사가 어떻든, 무심하게 빛나는 천수각.


오사카 성을 보고, 텐진 마쓰리의 원점인 텐만구로 향했다.
날만 덥지 않으면 가까운 거리인데, 무더위로 중간 휴식.


텐만구(천만궁)는 스사와라미치자네(菅原道眞)라는 신을 모신 곳이다.

학문의 신이라니 우리 집 학생들도 신궁에 잠시 들러 구경.

마을 문화를 보여주는 행렬도 대단하지만, 근처에 좍 늘어선 장터도 장관이었다.

우리나라랑도 비슷했다.
저녁은 생략하고 주전부리 모드로 돌입, 먹고 싶은걸 이것 저것 맛보았다.





딱 상상하던 그대로, 다양한 전통의상을 입은 행렬들이 흥미로왔다.

우리나라 지역 축제는 아직 더 성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전야제 성격이고, 본 축제인 25일은 하나비, 불꽃놀이가 장관이라던데 일정이 안맞으니 아쉽게 이쯤에서 퇴장.

마쓰리 보며 느낀 가장 큰 점은, 그 과묵하고 조용한 일본 사람들도 이런 날은 환히 웃고 시끌벅적 떠들고 발산을 하는 구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오사카에서의 둘째날은 교토행.
140년 전에 도쿄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일본의 수도 역할을 했던 교토다.
미국의 원폭 투하 목표지이기도 했다가, 유산이 많아 나가사키가 대신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을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이지만, 경주에 비하면 임기를 갓 마친지라 아직도 유적이 많고 생동감이 넘친다. 현실과의 조화도 좋고.

오사카에서 교토가는 방법은 많은데, 간사이 스루패스를 이용하지 않은 나는 JR 오사카 역에서 교토역까지 JR 급행을 탔다.

교토역 앞은 버스가 총 집합하기 때문에 첫 출발지로 적절하다.

첫 목표는 금각사.
제일 멀기 때문에 금각사 먼저 보고, 기온 쪽으로 돌아와 오사카 갈때까지 시간을 보낼 요량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교토라면 종일권 끊고 버스로 이동하는 편이 훨씬 낫다.
우선 교토의 지하철은 유적지를 제대로 커버하지도 못하지만, 버스에서 내다보는 거리 풍경이 제법 수려하다.
들러보지 못할 수많은 유적을 수박 겉핥듯이라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금각사에 도착했는데, 덥고 허기가 몰려왔다.

오코노미야키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금각사는, 교과서에 나온 탓인지 우리 나라사람들에게 특히 더 인기다. 

둘러본 소감으로는, 사진은 예술로 나오는데 그 멀리까지 가서 볼만한 가치는 적다.
교토역에서 가든, 한큐선 종점인 가와라마치 역에서 가든, 금각사는 먼 편이라 길에 최소 두시간 이상은 허비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사진은 예쁘다.
그리고 강박적으로 하루만에 교토의 대부분을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금각사는 시내 구경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코스다.
시내 버스가 주는 묘한 여유가 즐겁다.

금각사에서 버스를 타고 청수사(기요미즈데라)로 갔다.

서서히 언덕을 오르다보면 길 끝에 갑자기 나타나는 웅장한 절이다.
고대의 목조 건축이며 산자락에 올라탄 맵시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청수사보다 더 좋았던 곳은 청수사에서 야사카 신사와 기온으로 가는 골목길이다.

기요미즈자카, 니넨자카, 산넨자카인데, 이곳은 시간이 백년전 쯤에서 멈춘 느낌이다.



아니면 골목과 마을 자체카 커다란 세트장 같기도 하다.

짧지 않은 길인데, 고즈넉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 되었다.



야사카 신사를 거처 기온까지 오니 어둑어둑해졌다.

비도 방울방울 오고, 다리도 아파 저녁을 먹었다.

교토를 하루에 둘러본다는건 무리란걸 알았다. 

다만 어떤 도시인지 맛은 본 듯 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