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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아무래도 스타트업의 메카와 같은 곳이니, 저는 실리콘 밸리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됩니다. 유행중인 OKR 관련 책이나, 그 원류인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같은 류지요. 이런 책들을 읽어보면 슬몃 나오는 이름이 있습니다. 빌 캠벨(Bill Campbell)입니다. 전부터 궁금하던 차에, 어떤 책을 읽던 중 또 언급이 되어 캠벨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 뒤져봤습니다. 2019년 초 에릭 슈미츠가 쓴 책이 있는데, 아직 국내에는 번역이 안되어 있네요. 왠지 저와 지향점이 같은듯 해서 읽어 봤습니다. 풋볼 코치에서 기업의 코치가 된 사람. 그의 코칭을 받은 회사가 $1T, 1000조원이 넘는다는 전설 같은 분입니다. 코칭했던 회사 중 가장 잘 알려진데가 애플과 구글입니다. 이 둘만해도 $2T정도 되니 먼가 거..
저를 만난 분들은 알지만, 공학을 전공했고 첫 직업은 항공기 엔지니어였습니다. 헬기와 전투기의 구조와 동역학(dynamics) 설계를 했었습니다. 항공쪽은 미국이 맹주인지라, 인치와 파운드로 대표되는 임페리얼 단위계를 씁니다. 중력가속도는 32.2 ft/sec^2이고, 같은 파운드라도 질량의 파운드와 힘의 파운드를 잘 구분해서 쓰지 않으면 계산이 틀립니다. 학교 때는 단위 변환을 계산기로 하다가, 직장에서 일 할 때는 단위 변환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주변 모든 실물을 인치와 파운드로 이해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탁 보면 소수 첫째자리까지 인치로 맞출 수 있도록 연습했었습니다. 그런 감이 없으면 혹시 계산이 틀렸는데 감도 못 잡을까 걱정해서죠. 아마 저 뿐 아니라, 많은 비 미국계 엔지니어들..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고, 경영을 업으로 해 왔지만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과학하는 태도가 정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반과학은 눈살이 찌푸려지고, 비과학은 재미로 봅니다. 비과학 중 존재 의미를 인정하는건 종교이고, 그 쓰임새와 효과를 수긍하는 측면입니다. 좀더 엄밀히 들어가면 현대 지식인의 점성술인 MBTI도 비과학입니다. 혈액형 점을 재미로 보는건 그럴 수 있는데 진짜로 믿는 사람을 보면 당황스럽듯, ENFJ같은 MBTI를 남에게 알려주면 자기 DNA 코드를 공개하는 듯한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주역에 관한 내용입니다. 수천년 유구하게 이어지는 인습이라면 무언가 이유는 있겠지하고 궁금했던게 한가지라면, 제목이 뭔가 합리적으로 느껴..
연말 연초면 집중적으로 나오는 책들이 있습니다. 전망과 트렌드 류지요. 자극이 부족하다 싶으면 대전망과 핫 트렌드처럼 장식이 붙기도 하고요. 저도 의례처럼 연말마다 몇권씩은 보다가 요즘엔 이코노미스트 정도 보고 트렌드 책은 건너 뛰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 밀레니얼이니 Z세대니 말은 많은데 구분도 가물가물하고 두 집단이 뭐가 다를까 싶던 차에 이 부분에 대해 잘 짚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어떤 인류인지 좀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큰 틀에서는 유사합니다만, 세대가 구분되는 기점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겪는 집단심리적 이벤트가 영향을 미쳐 몇 년 정도는 어긋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게 나뉜다고 합니다. 한국의 세대 ..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바쁘고 힘들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지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문제는 없는걸까? 우리나라는 비교적 치안이 좋고, 흡족하진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미래, 아니 당장 반년 후가 불확실하고 슬몃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홍콩과 칠레, 볼리비아 등에선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있고, 중동은 아직도 총성이 멈추지 않았고, 아프리카는 전쟁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럽은 저성장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영국은 유럽과 이혼하네 마네 어지러이 왔다갔다하고, 미국은 MAGA 대통령 이후 파퓰리즘과 양극화의 첨예한 대립으로 혼란스럽습니다. 과연 지구는 잘 있는건가요. 흔히 '석학'이라는 8인의 지식인..
제 첫 직장은 대전의 연구소였습니다.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그룹'의 방침에 따라, 전 연구원은 의무적으로 6개월 공장에서 근무해야 했습니다. 창원의 방산 공장에 배치됐고, 라인에 들어가 일을 하며 작업자 형들과도 친해졌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간간히 듣던 이야기 중 당시 느낌으로는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창원에서조차 '아프리카 정도의 오지'로 치는 거제에는 '돈이 넘치는데 쓸 곳은 없어 술집이 발달했고, 러시아 아가씨들도 와 있는데 그리 이쁘다카더라.'는 이야기지요. 당시 저는,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반대로 굳이 화자가 거짓말을 할리도 없고, 실제 (북방정책을 펼치기 전이라 우리나라에 별로 없던) 러시아 미녀가 있건 없건 그저 바그다드 쯤 이야기처럼 느껴졌었지요. 그 별세계 거..
뚜렷한 개성을 가진 지도자가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어떤 국가가 변화하려면, 위기가 필수인가? 꽤 재미난 질문이지요. 그러나 답은 쉽지 않습니다. 꽤 좋아하는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국가를 보기 전에, 우선 개인의 위기 극복에 관한 12가지 요소에서 출발합니다. 1. 위기 상태의 인정 2. 무언가 하겠다는 개인적 책임 수용 3. Building a fence 4. 주변의 물질적, 정서적 지원 5. 해결의 role model 6. Ego strength 7. 정직한 자기 평가 8. 과거에 경험한 위기 9. 인내 10. 유연한 성격 11. 개인의 핵심가치 (core value) 12. 개인적 제약에서 해방 이 중 특별히 눈여겨 볼 개념은 3번 울타리 치..
전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을 읽다가 전 깜짝 놀랐었더랬지요. 묵직한 주제의식을 어찌 저리 날렵하고 우아한 문체로 담아낼 수 있는지. 소설보다 흡인력이 있는 에세이는, 제겐 거의 처음이었지요. 그래서, 작가의 두번째 책을 소망 했었습니다. 글 자체가 중독성이 있어, 익숙해지면 갈급하게 되거든요. 그의 두번째 책이 나왔을때, 바로 샀고 읽었습니다. 느낌은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우아하지만 호쾌한 분이 글로 술을 만나니, 그냥 날개를 달았구나. 이번에도 주옥같은 글줄들이 영롱합니다. 제 마음에 쏙 든 문장들을 주제 따라 모아봤습니다. 술꾼의 자세에 관한, 보편적이어서 공감 뚝뚝하고, 가끔은 분발해야겠다는 느낌이 드는 글들 언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추운 날에 마시는 독한 보드카 한 모금과 매..
글쓰기는 항상 어렵습니다. 전문 작가조차 글쓰기 어렵다는 말은 항상 합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매력도 있고 쓸모도 많습니다. 실은 글쓰기는 우리가 먹고, 말하고, 걷는 것처럼 역사시대 이후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노력이 들고 겁이 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EBS PD인 김민태 저자가 글쓰기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아이의 자존감',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를 비롯해서 '일생의 일', '부모라면 그들처럼'에 이어 나온 신작입니다. 나랑은 개인적인 친분도 두터운 저자인데, 처음 '글쓰기에 관련한 책'을 쓴다고 해서, 이미 많이 나왔는데 또 필요할까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치열한 글쓰기와 기획력을 익히 알고 있고, 이미 베스트셀러를 양산했던 작가..
호불호가 갈리는 하라리입니다. 저는 긴 시간축에 인간을 올려 놓고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의 글을 좋아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생물학적 종 중 유일하게 진화적 성과를 거둔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그 기반하에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미래를 상상한 '호모 데우스'는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지만 꽤 기발한 상상이었지요.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 호모 사피엔스는 후작을 대비한 101 교재였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title) 21 lessons for the 21th century 21가지 '교훈'이라는 원제를 왜 전혀 다른 뉘앙스로 멋대로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과거와 미래를 다룬 이전 두 편의 사이 지점인, 인류의 현재를 다룹니다. 왜 트럼프는 당선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