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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저는 공학을 전공했고, 항공우주 관련한 기업에서 헬기와 전투기 설계를 담당했었습니다. 이후에, 다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그뒤론 경영을 했습니다. 전략,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이 주된 분야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제일 막막한 상황은 첫번째 회사, 잘나가는 공학기술 기업을 관두고, 제 전공분야도 떠나서 경영쪽으로 새로이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년배 기준으로 문과나 경영학과를 나와 이 바닥에 뛰어든 경우와 비교하자면 거의 10년 차이가 나니 걱정이 없을 수 없지요. "이제 다시 시작한다고?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부제)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 매우 영롱한 내용의 책입니다. 성공의 비결은 레인지(range)에 있다..
얼마전 '그들에게 린디합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론에 기대야하는 문학의 용도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표한 적 있었습니다. 적당한 모호함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일방적일 수 있는 독자와의 관계를 적극적 해석을 통한 개입이란 쌍방향으로 바꾸는 매력이 예술로서 문학의 큰 특징일겁니다. 반면 지나친 개방성은 어설픔이란 취지였지요. 이 책에 '더 유닛'의 감독 데이비드 매멋(David Mamet)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명 불가침 원칙이란 메모를 발송했는데요. 플롯을 진척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독립적이지도 않은 장면은 불필요함 장면은 극적이어야 한다 장면이 시작할 때 주인공에겐 문제가 있어야 하고 절정에 이를 때는 주인공이 좌절하거나,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이른바 인과관계 없는 느슨한 ..
"아, 마음이 힘들어 못 읽겠다." 책을 마치는데 자그마치 석달 반이 걸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 게다가 K리그의 이야기일 뿐더러, 나의 팀 성남FC의 찐팬이 쓴 책인데도 말이지요. 비유를 하자면, 파산 위기에 놓인 중년이 우연히 발견한 중학생 때의 일기를 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성남FC는 초반에 잘했고 중반에 아슬아슬했다가 종반에 아깝게 되었고 결국 팀이 고장나 버렸습니다. 강등이 거의 확정이다라고 생각하다가 시즌 종료 25분전 쯤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졸깃했지만, 성남팬은 이와 똑같은 시즌을 2016년에 이미 한번 치렀던 바 있습니다. 당시도 시즌 중반까지 우승을 다투다 한끝 차로 하위스플릿에 가더니 2부리그로 강등되었거든요. 책은 성남FC의 팬이자 작가인 저자가 직..
최근 일입니다. 매우 큰 세계관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첫 착점이 어그러졌습니다. 잘못될 확률이 5%도 안될 일이어서 다들 놀랐습니다. 막상 제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어차피 포석 중이고 앞으로 수십 수를 더 둘거니 한 수의 문제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이기고 싶다면, 그 수를 놓은 과정을 복기하며 다음 수를 더 잘두는 게 저한텐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잘못을 보는 관점이, 우리 쪽의 느린 의사결정, 관례적 절차, 딱딱한 문화 등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은데, 이를 쉽게 상대방의 옹졸함과 욕심, 모자람으로 쉽게 귀인하고 결과를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형 조직에서 재무적으론 사소한 일이지만, 원인에 대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데는 실망감이 깊었습니다.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