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길어도 임팩트가 강한 제목만큼이나 깔끔한 책입니다. 몇달전 햄양님의 추천으로 눈여겨 보았다가 이제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햄양님의 글은 못찾겠네요.)

이 책의 주장처럼 경제를 읽는 세가지 지표가 주가, 금리, 환율이라고 하면, 이중 일반인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환율일 것이지요. (사실 주가와 금리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쉬운일은 아닙니다만.)

이 책은, 외환 전문기자가 한국 외환시장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적은 글입니다. 그래서 짧막짧막한 글들이 지루하지 않고 명확하고 힘있게 서술된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찌보면 환율에 관한 블로그 하나를 통째로 처음부터 읽는 느낌마저 듭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외환 관련해 선물과 선도, 금리 스왑까지 학문적인 수준에서는 두루 섭렵했음에도, 막상 실무레벨에서 NDF의 존재 의미와 작동 메커니즘조차 전혀 모를 정도로 무지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책은 real world에 대한 넉넉한 설명으로 텍스트 내에 박제된 외환 현상 전반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점이 좋습니다.

환을 직접 이용해 돈을 버는 가장 적극적 의미에서의 환테크나, 환율의 이해를 통해 자산 전반의 관리를 잘할 수 있는 것은 돈 없는 일반인에게는 어차피 남의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에 대한 이해 자체는 세계를 읽는 창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달러의 위기'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미국은 지속적으로 쌍둥이 적자를 내고 있고, 이 폭탄은 미국 채권을 가지고도 불안해하며 더 돈을 빌려줘야 하는 한국이나 일본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에는 미국의 의중에 따라 감기가 걸릴지 몸살이 걸릴지 늘 좌불안석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뿐인가요. 강한 미국이라는 위상에 바탕한 달러의 안정성이 무너지는 순간 미국과 세계 경제는 동반 몰락을 하기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중동과 북한을 돌아가며 때리고 다녀야 생존이 가능한 경지이기도 합니다. 책에도 소개된 것처럼, 속된말로 '한국, 일본이 뼈빠지게 고생해서 수출로 번 달러를 원유 매입으로 중동에 돌려주면, 미국은 전쟁질로 십년에 한번씩 이를 거둬가는' 경제 시스템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서 그런가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언급되고 있는 외환 딜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1초에 몇십억이 왔다갔다하는 직업, 도박에 능통하여 환딜러로 나선 사람도 있다는 세계, 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요구되는 순발력과 집중력이 과다하여 서른 중반이면 정년이라고 알려진 job.

막상 화려하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빼면 환딜러의 본질은 결국 시장의 완성자입니다.
환거래의 기본인 매입과 매도는 환시장 참여자의 대리인으로서 bid-offer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요청하여 최종 가격이 정해지도록 만드는 finish move를 하는 것입니다. 외환 딜의 꽃인 파생상품만 해도 그렇습니다. 파생상품의 기본적인 기능은 투기(speculation), 헷지(hedge), 차익거래(arbitrage)인데 전체 거래의 70~80%를 차지하는 spec은 개인적인 전망에 기댄 탐욕의 베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speculator가 없으면 헷징은 매우 어렵게 되지요. 또한, arbitrage도 그렇습니다. '미 대선과 arbitrage'라는 글에서도 밝힌 바처럼, 수급상의 불일치로 생기는 시장가격의 불완전성을 해소하는 것이 차익거래의 결과적 기능입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환율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더우기 전혀 모르고도 두발 뻗고 편히 자는 이유가, 방 한구석에서 자신과 자기 조직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때론 탐욕스럽게 수고한 결과로 시장이 완성되어 조화롭게 돌아가는 것이니까 감사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존재를 인식해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책은 환율에 대해 공부를 해보겠다 하는 사람에겐 별로 적합한 책이 아닙니다. 선홍색 피가 뚝뚝 흐르며 질깃질깃한 맛은 교과서에서 찾는 것이 낫습니다. 그보다는 온갖 종류의 야채와 허브, 드레싱이 풍부한 Salad Bar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채롭고 어디부터 골라 먹을지 갈등도 생기면서 아삭아삭 말랑말랑하여 소화도 잘되기 때문입니다.
뭐 영양가야 개인마다 기존 식단에 의존적이겠지요. 고기많이 먹던 사람은 좋은 보완이 되고, 굶주렸던 사람에게는 good and soft start일테고, 늘 풀만 찾아 먹던 사람에게는 영양 실조의 식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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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윙 2006.08.14 11:51

    네. 맞아요. 주가, 금리, 환율..이해하기 어렵군요. 역시 저는 일반인이에요.(다행이다.) inuit님은 책을 음식에 자주 비유하시는데 아주 적절합니다. 어떤 책일지 상상이 되요.

    • BlogIcon Inuit 2006.08.15 10:59

      엘윙님 말을 듣고 보니, '일반인'이란 말이 참 어색하군요.
      대부분 민간인인 우리들인데. -_-

      리뷰가 조심스러운 것이 책의 특징을 잡아 이야기하다보면 제가 생각하는 실제가치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음식 비유는 총체적인 느낌을 전해보고 싶어서 쓰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도 종종 있었나요?

    • BlogIcon 엘윙 2006.08.16 09:02

      음..경제랑 관련된 포스팅이었는데요. "공짜점심, 점심시간에 읽는 경제학" 이것이 기억나네요. ㅇ-ㅇ; 책 제목 자체가 점심..-_ㅜ 배고파요. 흑흑.

    • BlogIcon Inuit 2006.08.16 22:17

      역시 영특한 엘윙님이군요. 저도 기억 못하는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니.. 감탄~

  2. BlogIcon astraea 2006.08.15 12:55

    추천해주셔서 읽어야할 책이 쌓여가는군요a

    • BlogIcon Inuit 2006.08.15 13:48

      당분간 추천을 내지 말도록 할까요.
      실은 요즘 연이은 책선정의 실패를 끊어준 고마운 책이라서.. ㅠ.ㅜ

  3. BlogIcon astraea 2006.08.15 20:06

    아뇨아뇨
    전 책 추천해주시는거 매우 좋아요~!!!^_^

  4. BlogIcon 햄양 2006.08.16 12:19

    -_-;;제가 원래 자주 블로그를 옮기면서 포스팅들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편이라 혹이라도 찾을려고 노력하셨다면 완전 낭패셨겠습니다. 죄송*_* 이 책 교과서본뒤에 보면 은근히 재미더라구요. 작가가 좀 파워풀 하지요?

    • BlogIcon Inuit 2006.08.16 22:22

      뭔지 몰라도 햄양님의 분신술과 변신합체 신공에 당한듯하네요. >,.<
      그래도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었으니 이와 유사한 책 세권을 더 소개시켜주는 조건으로 용서해 드리죠. 쿠쿠쿠쿠

    • BlogIcon 햄양 2006.08.17 13:25

      에엑 역시 인자하시군요. 나같으면 3권대신에 666권이나 4444권의 책이나 13131313131313131313131313권의 책을;;;내놓으라고 호통쳤을텐데;;;;-_- 배워갑니다. 헐헐

    • BlogIcon Inuit 2006.08.17 22:00

      숫자가 심상치 않아요. 18181818권 안나온것이 다행이랄까.

  5. 문경락 2010.04.22 15:43

    잘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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