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411)
Inuit Blogged

독서할 때, 유독 달팽이 속도로 읽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재미난 책인데 지명이 나오는 경우지요. 주로 지정학을 다루는 책이나, 역사서, 건축 관련한 책이 그렇습니다. 이땐 아예 구글 지도를 태블릿에 띄워두고 글속 장소를 더듬어 가며 읽습니다. 더 몰두하는 책은 스트리트 뷰까지 켜고 거리의 기운까지 잠시 감상을 하기도 하지요. 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기억나는 책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여행 전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다가, 주인공이 베른에서 다닌 동선을 지도에 찍어가며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단어의 나열과 연결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소설을 보면 더 생생합니다. 단지 현실성의 증강을 넘어, 주인공이 이동한 물리적 거리감과 느껴질 심상이 더 잘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

한줄 평: 테드 창이다. 내가 무슨 말을 더 보태리. 한줄 더 평: 테드 형, 글 써줘서 고마워! 책이 끝나는게 아까워 한줄 한줄을 곱씹었습니다. 과학책을 읽듯 안간힘으로 이해하고 철학책을 읽듯 상념에 빠지곤 했습니다. 평균 2년에 한번, 그것도 감질나는 콩트(conte, 엽편소설) 분량의 글만 내 놓으니, 과작으로 유명한 테드창입니다. 몇년 전 히트 영화 컨택트(Arrival)의 원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ty of your life)'가 포함된 작품집 이후 무려 17년만에 나온 창의 두번째 작품집입니다. 간단히 소개를 해 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The merchant and the alchemist's gate)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입니다. 문은, 통상적인 시간여행 디바이스..

와, 책을 한권 다 읽고도 이렇게 할말이 없던 책이 언제였을까요. 내용이 틀리거나 조악하면, 차라리 까는 맛이라도 있는데 이 책은 무념무상입니다.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너어무 예전 책입니다. 어떤 경영서적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 조직, 혁신의 마음가짐 등을 다루는 책은 특히 시간 지나도 좋습니다. 드러커가 대표적이죠. 또는 경쟁과 전략에 대한 내용도 중기적 베스트셀링이 됩니다. 아직도 포터의 5 force 모델이 보이고, 이 책 날개에 소개된 '더 골'도 그렇지요. 실제로 생각의 갈래를 돕습니다. 반면, 시류를 타는 내용도 있습니다.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이지요. 시간 갔다고 틀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양상이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기 쉬운, 경쟁적 혁신환경이자 소..

저는 공대에서 구조역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학문은 물리학, 그중에서도 뉴턴의 고전적 세상입니다. 힘과 변형을 다루는 정역학, 시간을 감안해 미분과 적분을 왔다갔다하며 진동문제를 푸는 동역학 등이 범주입니다. 그러니 학교 때도, 아인슈타인의 세상은 멀게 느껴졌습니다. 슈레딩거는 딴나라 이야기 같았고요. 한번은, 물리학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상대성 원리를 설명해 달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외계어같은 소리와 공식을 읊조리는데, '야야 됐어 당구나 치자'하고 말을 막았었지요. 당시 저도 인내심이 없었지만, 그 친구도 실상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는 점을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됩니다.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면 청자의 눈높에에 맞춰 환언(paraphrasing)이 가능하기 마련이니까요. 어쨌든, 잘 이해는 안가도 몇 년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