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나 특유한 인상이 있게 마련이지만, 특히 유럽의 도시들은 각각 다른 부분, 그리고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도시 미관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건물은 시대적 양식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고풍스러운 양각의 부조가 풍부하게 사용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동양의 객에게는 가장 큰 특징인 도로의 포장이 독특하지요. 쐐기돌이나 자갈 등을 이용한 포장도로는 고대 로마에서 비롯되어 중세를 넘어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큰 길은 아스팔트를 사용하지만, 구시가의 길들은 예전 방식의 보도블록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차가 다니는 길에도 돌들을 박아 넣은 포장도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유럽의 도로를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프기도 하고, 차를 타면 승차감이 나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의 오래된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전 그 특유한 패턴과 세월의 흔적이 의미 깊어서 유럽식 포장길을 좋아합니다. 특히 유적이 많은 도시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는 진동이 고건물에 고스란히 전해져서 고전적인 블록이 필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미친 폭우를 보니, 유럽의 블록식 포장도로가 새삼스레 보였습니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있고, 또 한번에 흐르지 않아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으니 1석2조겠지요. 사실 땅이 숨을 쉴 수 있고, 도시가 물을 머금을 수 있는 구조니 우리 나라 도시도 독특한 패턴을 사용하여 블록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1. BlogIcon 띠용 2011.07.31 22:23

    우리나라는 예산이 남으면 만만한 도로에 다 쏟아붓는터라 이런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 BlogIcon Inuit 2011.08.01 23:06 신고

      쏟아붇는 건 좋은데 엄한데 쓰니 문제겠지요.. ;;

  2. BlogIcon 궁시렁 2011.07.31 22:32

    같은 돌로 도로를 깔아도 어느 곳은 물이 안 빠지는 화강암으로 도배를 해서 물이 넘치는데...
    하지만 저 돌 틈 사이로 말똥이 박히면 골치 아픕니다. ㅎㅎ

    • BlogIcon Inuit 2011.08.01 23:06 신고

      재질도 중요하지만, 실링이 문제지요.
      꽁꽁 막아놓으면 아스팔트만도 못하니..

  3. BlogIcon 아크몬드 2011.08.01 00:34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군요.

    • BlogIcon Inuit 2011.08.01 23:07 신고

      이번에 여행때문에 여러가지로 공부를 하면서, 도시의 미학에 대해 수백년 넘는 배려가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4. 아거 2011.08.01 02:41

    "땅이 숨을 쉴 수 있고, 도시가 물을 머금을 수 있는 구조" 아주 좋은 관찰과 생각입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길..

    • BlogIcon Inuit 2011.08.01 23:07 신고

      감사합니다.
      여행은 끝났구요, 지난 이야기를 조금씩 올리려 합니다. ^^

  5. 뵨신쇠주 2011.08.01 04:25

    우리나라에서 저런 도로포장을 하겠다고 하면, 여자들이 블럭사이에 구두굽이 끼인다고 난리를 치고 반대해서 안 될 걸요?? 도대체가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를 모르는 나라가 슬프게도 바로 우리나라..

  6. 2011.08.01 06:15

    실용이냐 멋이냐의 차이아닐까요? 실용을 위해선 타이탄트랙을 깔아놓는게 젤로 좋겠는걸요???

    • BlogIcon Inuit 2011.08.01 23:08 신고

      우레탄 트랙이 걷기에는 여러모로 좋은데, 관리가 쉽지 않은가 보더군요.

  7. junius 2011.08.01 09:57

    안 그래도 오세훈이 유럽 흉내낸답시고 광화문 길을 판석으로 깔았죠.
    근데 윗분들 말씀대로 유럽포장길은 돌을 깊이 박아넣은 건데, 오세훈식 도로는 겉만 그럴싸한 얄팍한 '판석'을 깔았는지라... 이번에 비오면서 확 주저앉았더랩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07/h2011072202393921950.htm

  8. BlogIcon 프로채터 2011.08.01 10:04

    이건 완전한 친환경 디자인이라고 해야할거 같네요...
    저런도로가 있으므로 해서 차량의 승차감을 더욱 발달할거 같네요...

    • BlogIcon Inuit 2011.08.01 23:09 신고

      차량 승차감은 안좋은데, 충격흡수장치는 발달하겠죠. ;;;

  9. ㅊㄴㅍㅇㄴㅍ 2011.08.01 10:50

    도로블럭만드는 회사랑 공무원들사이에 뭔가 있는건 아닐까....

  10. 공뭔나리 2011.08.01 14:13

    연말되믄 또 전국 보도블럭 교체쑈를 볼수가 있습니다.

    • BlogIcon Inuit 2011.08.01 23:10 신고

      네. 가장 돈 아까운 장면이고, 눈물나는 혈세의 낭비현장이지요..

  11. 보긴 좋으나 2011.08.01 14:42

    우리나라에선 시위대들이 다 뽑아서 던질듯.

    • BlogIcon Inuit 2011.08.01 23:10 신고

      쉽게 뽑히지는 않는데,.. 재주가 좋으면 가능하겠죠.

  12. BlogIcon 엘윙 2011.08.02 11:12

    흠..그렇군요. 스위스랑 오스트리아 갔을때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캐리어 끌고 다닐때 고생했는데..이유가 있었군요.
    도로의 사진만 이렇게 모아놔도 멋집니다.
    지난 주 물난리 났을때는 이미 여행지로 출발하셨을 때인가요?
    저는 출근 셔틀이 다시 돌아와서 출근도 못했다능..도로가 물로 꽉 차서 차가 갈 수가 없더군요. -_ㅜ

    • BlogIcon Inuit 2011.08.02 23:13 신고

      와. 출근 셔틀이 진입 못했다는건 정말 직장다니며 발생하기 힘든 일인데요.. 좀 무섭긴 해도 나름 짜릿했겠네요. ;;;

  13. 샘깊은물 2012.12.26 12:25

    우리나라에도 그런도로가 있었죠,,
    서울역앞 넓은광장과 염천교방향으로해서 염천교다리에서 서부역쪽길이
    화강암 정사각쇄기모양의 돌로 쫙 깔려 있었엇죠.
    그런데 어느날 가보니 전부 없어졌더라고요, 그때가 1970년 전후라고
    기억됩니다. 전그때 초등학생이었지만 굉장히 아쉽고 허전한마음이 들었답니다. 그길을 걸으면 재미었지요,, 돌하나 하나가 모양새가 전부 달라서 징검다리 밟듯이하며 놀았거든요,,,세월이지난 지금은 그생각 하면 화가 납니다.
    세월의 흔적 만큼, 교감을주는 건축물과 자재들이 공무원에의해 이땅에서
    얼마나 많이 사라졌나요? 침, 않타까운 현실입니다.

    • BlogIcon Inuit 2012.12.29 16:37 신고

      네. 예전에 간간히 그런 길이 있었습니다. 부석사 앞길도 유명했는데 지금 아스콘 길로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편리함은 덜해도 심미적 측면에서는 많이 아쉽지요.

  14. BlogIcon 박민 2015.08.19 22:41

    사진 좋네요 퍼가도 될까요?

요즘 스마트폰이 워낙 막강해져서 왠만한 PC에 맞먹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휴대성이란 장점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 시 스마트폰은 그 용도가 가장 많지요. 하지만, 해외 여행의 경우 데이터 로밍 요금이라는 폭탄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우, 해외 출장이 많은데, 해외만 가면 스마트폰이 PDA 수준이 되어 버리니 무척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마음 먹고 다양한 로밍 옵션을 체험해 봤습니다.

1. 국내에서 현지 선불 sim 장착하기 
가장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국내에서 sim 카드를 미리 받아 세팅 확인하고 컨트리락 해제 후 출발할 수 있어 가장 안정적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컨트리락 해제는 KT에 전화로 신청했다고 끝나는게 아니더군요. 해외 sim을 넣고 아이튠즈 동기화를 한번 시켜줘야 완전히 해제가 됩니다.

전 1년전에 컨트리락 해제 신청하고 이번에 드디어 해제가 되었습니다.
 
실제 사용은 비교적 쉽습니다. 현지에서 구매한 선불 sim 끼우고 카드 구매한 업체에서 안내한 번호로 전화하여 충전용 바우처 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인터넷이 됩니다.

예를 들어 보다폰 데이터 전용칩의 경우 하루 25메가를 2파운드에 사용 가능한데, 유럽 전역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므로 매우 강력합니다. 저의 경우 경유지인 독일과 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 다 잘 되었습니다. 구글 지도와 인터넷 검색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까지 온갖 데이터의 사치를 누렸습니다. 

선결조건: 컨트리락 해제하기
장점
-미리 국내에서 세팅 가능
-현지 통화가 꽤 저렴함
단점
-하루 25MB 제한 (동영상 안보면 별 제약 아님)
-현지에서 충전하기가 어려움 (PC 필요)
-10파운드 (5일분) 충전하는데 4만원 정도 소요로 약간 비쌈
-국내 전화를 못 받음 (전화번호 변경)
-미리 준비해야 함 (선불 sim 받기까지 며칠 소요)
-세팅이 다소 복잡함
-현지에서 전화를 걸어 충전해줘야 함



2. 현지에서 선불 sim 장착하기
사실 첫째 옵션 하나로 충분했지만, 이번에는 실험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충전을 10파운드만 해서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보려는 시도였습니다. 
첫째로, 선불 sim은 데이터 접속이 되면 바로 하루 2파운드분을 차감합니다. 그래서 현지 통화 몇번하고 나니 4일차부터 충전이 바닥났습니다.
그래서, 일정상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TIM의 sim카드를 사려던 계획을 앞당겨,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WIND사의 sim 카드를 구매했습니다. 점원은 25유로에 한달 전화/데이터 무제한 플랜을 무척 팔고 싶어 했지만, 미리 정보를 알고 간 제게는 통하지 않았지요. "데이터용 카드 주세요."
대부분 이탈리아 통신 업체가 10유로 넣어주고 주당 2.5유로짜리 카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첫날 피렌체에서는 인터넷이 되다가 로마 도착해서 인터넷이 안되는 황당한 사태가 생겼습니다. 로마의 WIND 대리점에 찾아 갔는데, 이탈리아 상인의 특성 상, 모른다 잡아떼기 신공만 펼칩니다. 웃으며, 데이타 액티베이션이 안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합니다. 막 155 번호 눌러서 먹통되는거 확인까지 시켜주면서. 
 
회사 메일도 보고,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지라 WIND 카드의 옵션 문제를 해결한다고 시간만 보낼 수 없었습니다. 1번의 보다폰 카드에 충전을 하면 되는데 PC가 없으면 어렵기에 다음 소개할 3번 옵션을 발동했습니다. (피렌체 직원이 뭔가 실수를 한 듯 한데 제가 로마로 바로 이동한지라 원인을 못찾았습니다. 이동 직전에 이런거 구입하지 마시길.)

선결조건: 컨트리락 해제하기
장점:
-매우 쌈 (itlay 기준 1주일 무제한=2.5유로)
-현지 통화도 대단히 저렴함 (몇십 센트 수준)
단점:
-서비스 불가 시 대응이 어려움
-국내 전화를 못 받음 (전화번호 변경)
-컨트리락 미해제 상태로 출국 시 현지에서 PC가 필요



3. 국내 통신사 무제한 로밍 이용하기
마지막 비상옵션은 KT무제한 로밍입니다. SKT는 원래 유럽 무제한 요금이 있었는데, KT는 7월1일부터 유럽 요금제가 신설되었습니다.

하루 만원이 작은 돈은 아닌데, 여행지에서의 불편과 인터넷 되는 편의성을 생각하면 그리 아깝지는 않습니다. 특히 국내 선불 sim의 경우 4~5일에 4만원 내외로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 특히 KT의 경우 KT 가입자가 글로벌 로밍센터로 전화하면 무료로 통화가 가능하고 현지에서 데이터 플랜 가입이 가능하므로 이번의 저 같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훌륭히 대처가 가능합니다.

선결조건: 없음
장점:
-통신사 지정 이외에 별다른 세팅이 필요 없이 간편
-컨트리락 따위는 뭔지 몰라도 됨
-기존 전화 그대로 받을 수 있음 
단점:
-하루 1만원에 인터넷 무제한으로 비교적 비쌈 (단기 여행에 추천)



기타 tip
1, 2번 옵션의 경우 국내 전화 및 SMS 체크를 위해 국내통신사 sim을 종종 갈아 끼워야 합니다. 이때 sim 카드 홀더가 있으면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이런게 있는지도 모르는 분이 많아서 실물을 보여드립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적어보겠습니다.

  1. BlogIcon 띠용 2011.07.30 23:41

    역시 제일 편한건 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네요;;ㅋㅋㅋ

  2. BlogIcon TendoZinZzA 2011.07.31 14:04

    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상근

(부제)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이탈리아 여행폭풍공부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일정 상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딱 원했던 깊이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로서 피렌체의 황금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인물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항상, 인물 중심의 서술은 전체 스토리를 생략해 간다는 점,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잡는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바로 이 책을 읽으면 좀 낯설 수 있었겠지만, 이미 피렌체의 지리, 역사, 풍경을 다 숙지한 상태에서 읽으니 참 즐겁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건물들, 인물들이 어떤 관계망속에서 얽혀 있는지 알게 되니 말입니다. 

르네상스의 출현
거칠게 생략해서 르네상스적 깨달음은 단테가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났을 잉태되었습니다. 미의 찬미, 아름다움에의 추구라는 인간적 주제를 예술의 중심으로 당겨온 공로지요. 이는 계관시인 페트라르카에 의해 확산됩니다. 회화라면 조토의 고뇌하는 천사에서 맹아를 보이게 되지요.

르네상스의 발현
선 원근법을 개발한 알베르티와 구현한 브루넬레스코의 공을 꼽아야 합니다. 초기 르네상스를 이끈 피렌체의 트로이카를 특기할 만합니다. 건축의 브루넬레스코, 조각의 도나텔로, 회화의 마사초이지요. 

르네상스의 절정
메디치가에 의해 육성된 르네상스는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에 의해 만개합니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10세 때 위대한 로렌초의 양자가 되어 일찍부터 재능을 꽃피우지요.

이야기들
이렇게 줄거리 위주로 적으니 무척 건조해 보이지만, 책은 훨씬 재미있습니다. 르네상스 인간들의 좌절과 반목, 고뇌의 스토리가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두번 물먹은 브루넬레스코부터 볼까요. 그는 성 요한 세례당의 문짝 컨테스트에서 기베르티에게 진 후 청동 조각을 접습니다.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가서 건축의 거장이 되어 다시 돌아옵니다. 반면, 승자인 기베르티는 그 후로 평생 두개의 문짝을 만들고 생을 마감합니다. 첫째 문은 20년, 둘째 문은 27년. 과연 누가 승자일까요.

브루넬레스코의 좌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메디치 가문 저택 설계의 수주 경쟁에서는 미켈로초에게 지지요. '눈에 띄지 말고 살자'는 메디치의 가풍에 따라 검소한 미켈로초가 화려한 브루넬레스코를 이깁니다. 하지만, 브루넬레스코의 흔적은 두오모 돔부터해서 피렌체 전역에 퍼져 있으니 큰 일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마이너로 분류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라파엘로는 어떤가요. 재능상, 둘 다 마이너는 절대 아니지만, 피렌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던 천재들입니다. 특히 레오나르도는 재능에 비해 인정을 못 받습니다. 아직도 수수께끼이지만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자인 레오나르도가 플라톤주의의 메디치 가문과 안 맞았을 것을 추정합니다. 메디치 가문에 발탁되기 위해 무던 애를 쓰던 레오나르도는 결국 메디치의 추천으로 밀라노 스포르차 가문에 취직합니다. 그것도 '한 재능있는 음악가가 있습니다'라는 추천장을 들고 말이지요.

그외에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간의 경쟁, 친구인 도나텔로와 브루넬레스코간 조각 대결 등 재미난 이야기가 많지만 일화 소개는 이쯤 그치겠습니다.

이책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메디치가 주최한 피렌체 공의회의 의미를 알게되었다는 점입니다. 동방의 문물이 피렌체로 밀려들어와 융합하며 르네상스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둘째, 르네상스는 단순히 신학과 인문학의 대결이 아니란 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와 신 플라톤 주의의 충돌에서 생겨난 사조란 주장이 수긍가며 인상 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시대정신(zeitgeist)을 떠올렸습니다. 한 시대 첨단을 걷는 도시에 산다는 것이 갖는 축복같은 의미를 새삼 새겼구요. 무한히 천재를 빨아들여 다시 천재를 키워내는 지식의 용광로 피렌체. 그 찬란하고 치열했던 시대정신이 아릿하게 부럽습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심장을 쏴라  (0) 2011.08.19
7년의 밤  (2) 2011.08.03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4) 2011.07.25
일곱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  (0) 2011.07.24
황홀한 여행  (2) 2011.07.23
피렌체, 욕망의 성벽에 기대서서  (0) 2011.07.22
  1. 2011.07.27 09:51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11.07.30 23:16 신고

      여행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이탈리아 가셨었지요. 기억이 납니다. ^^
      메일 보내 드릴게요.

  2. BlogIcon TendoZinZzA 2011.07.29 11:59

    오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로마에 언덕이 몇개 있는지 알고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파리에는 몇개의 언덕이 있나요? 런던은? 하다못해 서울은 어떤가요?

김혜경

그러나 고백컨대, 제가 바로 로마의 언덕에 관심있는 사람입니다. 특별히 언덕에 매력을 느낄 까닭도 동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름도 외워지지 않는 언덕 개념으로 지역을 범주화하는 것을 보면서, 로마의 언덕은 제게 막연히 생경하고 한편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더랬습니다. 일곱 언덕의 쓰임새, 지위, 각 언덕에 자리잡은 유적과 역사 등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 지식에 대한 탐심을 흡족히 채워준 책입니다. 먼저 궁금증부터 해결해 볼까요.

1. 팔라티노(Palatino)
세상 모든 궁전들(팰리스)의 어원이 된 팔라티노입니다. 로마가 창건한 가장 유서 깊은 곳이지요. 따라서 초기 로마의 정치, 경제 중심지였습니다. 원로원과 공회당(foro), 갖은 신전들과 개선문이 즐비한 언덕입니다. 언덕 밑에 콜로세움까지 놓고 보면 로마의 태생지라 봐도 무방합니다.

2. 카피톨리노(Capitolino)
영어 수도(capitol)의 어원이 되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실제 중심지 기능은 팔라티노가 했지만, 로물루스가 로마를 창건한 곳은 바로 이 언덕이었습니다. 초기 로마 시절에는 작고 외부를 면한지라 주요 유적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의 로마시청, 통일로마의 상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등이 모여 있어 근대 로마가 형상화된 곳입니다.

3. 아벤티노 (Aventino)
팔라티노가 귀족과 정치인의 중심무대라면 단연 아벤티노는 평민의 언덕입니다.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추락사형을 받은 평민의 수호자 그라쿠스 역시 아벤티노에 거주하며 활동을 했지요. 그러나 로마가 제국으로 커지면서 이 언덕도 황제들과 귀족의 거점이 되었고 서민들은 테베레강 건너를 뜻하는 트라스테베레로 중심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그 역사와 궤를 같이하여 대전차 경기장, 카라칼라 황제가 세운 목욕장, 순례자의 안식처 코스메딘의 성모 마리아 성당 등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4. 첼리오 (Celio)
아마 일곱언덕 중 가장 듣보잡에 속하는 언덕일 것입니다. 아피아 가도가 여기서 출발하듯 로마의 관문 역할을 하는 언덕입니다. 제국 로마 시대에 큰 건물들이 빈터를 찾아 자리잡았습니다. 로마 7대 성당에 해당하는 라테란의 성 요한 대성당과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대성당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대성당은 진짜 예수가 못박힌 십자가를 가져와 기린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유명세는 덜해도 예수가 직접 오른 계단을 가져다 만든 성 계단 성당도 있습니다. 이곳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흔적이 강합니다.

5. 에스퀼리노 (Esquilino)
일곱 중 가장 높고 넓은 언덕입니다. 여행자들의 이정표 테르미니 역이 기대고 있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로마 4대 성당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입니다. 여름에 눈 내린 자리에 지었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갖고 있지요. 또한 쇠사슬의 성 베드로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이 있습니다.

6. 비미날레 (Viminale)
비미날레는 단연 직공들과 상인의 언덕입니다. 카이사르도 이곳에서 태어났듯, 완전한 평민의 언덕은 아니고 중산층의 기반입니다. 평민들의 언덕 아벤티노는 일찌감치 귀족들에게 내어줬지만 이 언덕은 서민적 분위기를 유지하며 지속해 왔습니다. 로마 오페라 극장과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지은 욕장과 로마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7. 퀴리날레 (Quirinale)
북미대륙에 인디언이 있었다면, 로마 지역에는 사비니 족이 있습니다. 퀴리날레 언덕에 자리잡고 살던 사비니 족은 어느날 카피톨리노에 터잡은 한 무리의 청년들에게 여자들을 강탈당합니다. 엄청난 충돌이 있었고 사비니의 딸, 여동생이자 로물루스 무리의 아내들이 여인네들이 중재하여 사비니는 퀴리날레 언덕을 영토로 화평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사비니와 로마는 다시 전쟁을 하고 역사에서 사라졌지요. 어찌보면 로마의 어머니들을 공급하고 역사에 한 줄 남은 사비니 족입니다. 퀴리날레 언덕에는 대통령 궁인 퀴리날레 궁, 로마 패키지의 아이콘 트레비 분수, 스페인광장 등이 있습니다.
사실, 로마의 일곱언덕은 키케로나 베르길리우스 등의 문필가가 이미 규정했던 개념입니다. '일곱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랄지, '영원한 일곱언덕의 도시'라는 명칭으로 유명해서 로마의 일곱언덕이 인구에 회자되게 된 것이지요.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유적과 마주친다는 로마. 그 무수한 유적도 이렇게 일곱 언덕으로 묶어보니 이해가 쉽습니다.

마무리하기 전에,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미묘하게 아쉽습니다. 매우 공들인 책이라 함량 미달은 아닙니다. 곳곳에 있는 사진과 그림은 이해가 쉽게 잘 선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는 책은 아닙니다. 

이유는, 두가지로 추정이 됩니다. 하나는 너무 정보 전달에 치중해 수많은 정보를 담으려 과한 노력을 했다는 점, 둘째는 로마에 오래 산 저자 자신이 글쓰기에 능하지 않아 매우 보수적이고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수많은 장소를 위치도 표시하지 않아 읽는 내내 시간 소모가 큰 '지식의 저주'도 문제 있구요.

더 큰 문제는 일곱언덕 잘 설명하고 강건너 트라스테베레 설명까지는 그렇다해도 후반부를 꽉 메우는 온통 기독교적인 내용은 사람 숨막히게 합니다. 스스로 종교적 열정에 들뜬 느낌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느낌은 정보가 많아 알차지만, 여행지 설명문 모음집이란 인상이 강합니다. 참고서처럼 펼쳐보고는 싶지만 그냥 궁금증 있는 사람 읽어보라고 추천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매력적인 도시 로마의 일곱언덕의 형상이 머리에 잡힌 것으로 흡족하고, 빈공간이 있다면 가방에 넣고 가고 싶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7년의 밤  (2) 2011.08.03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4) 2011.07.25
일곱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  (0) 2011.07.24
황홀한 여행  (2) 2011.07.23
피렌체, 욕망의 성벽에 기대서서  (0) 2011.07.22
메디치 스토리  (0) 2011.07.21

박종호

(부제) 박종호의 이탈리아 여행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파리라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라는 이탈리아라고 합니다. 저자의 의견처럼, 파리에 가면 프랑스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지만, 이탈리아는 다양한 도시국가의 집합체이지 그 어느 곳에도 '이탈리아'라는 단일한 개념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 그랜드 투어의 네 도시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가 각기 개성이 다른 만큼 그 외의 모든 도시가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게 이탈리아의 특징이겠지요. 어찌보면 이탈리아는 카테고리이며 스펙트럼일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 등으로 유명한 풍월당 주인 박종호 씨는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져 매년 이탈리아를 찾습니다. 그가 경험한 이탈리아 곳곳의 이야기는 찬란한 경외와 예술에 대한 이해와 발로 뛴 열정이 녹아 있어 생동감있고 풍성한 재미를 줍니다.

많은 이탈리아 관련 책들이 건축가들에 의한 도시 미학을 테마로 했다면, '황홀한 여행'의 백미는 음악 중심의 이해란 점이지요. 실상, 책을 쓰려 이탈리아를 밟은게 아니라 음악을 좇아 이탈리아를 주유한 내용을 글로 적은지라 도시 곳곳에 배어있는 음악의 향취를 간접적으로 느끼는 재미가 좋습니다. 유명한 음악가가 태어난 곳, 명성을 떨친곳, 말년에 죽은 곳 등 저자의 심로를 따라다니며 삶의 쉼표 같은 만족을 느낍니다. 확실히, 지리와 역사를 다루는 책에 비해 보다 개인적이지만 생생한 스토리가 알찬게 특징입니다.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뒷받침된 탓도 크지만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에 심취해 결국 레코드 가게 주인이 된 정신과 의사인 박종호 씨. 그가 소년시절부터 보아 오던 앨범 자켓의 생경한 이탈리아 지명과 사진 속에 결국 서 보게 되는 장면은, 내 꿈이 무엇이었나 새삼 생각해보게도 합니다.

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이탈리아와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이 될 독서입니다. 휴가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4) 2011.07.25
일곱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  (0) 2011.07.24
황홀한 여행  (2) 2011.07.23
피렌체, 욕망의 성벽에 기대서서  (0) 2011.07.22
메디치 스토리  (0) 2011.07.21
아주 미묘한 유혹  (0) 2011.07.20
  1. hami 2011.12.25 20:24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를 올 여름에 읽으며, 겨울엔 빈 여행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곳에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있으시더라구요. 요즘 여행작가들도 많고 비슷비슷한 책들도 많이 나오는데, 깊이는 좀 덜해진것 같아요. 그 정도의 느낌에서 봐도 '빈~'은 훌륭했고 이 책도 꽤 기대가 되네요.

    • BlogIcon Inuit 2011.12.29 18:32 신고

      네. 스토리가 있는 책은 확 잡아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

앞에서도 여러번 다뤘지만, 피렌체는 단언하기 어렵게 깊은 의미들이 있습니다. 


교황과 대립할 정도의 시민의식이 높았던 중세 도시국가의 저력, 메디치가의 대출 없이는 전쟁도 못할 정도의 경제적 파워, 중앙집권 국가와 달리 도시국가 끼리 이합집산 하는 고도의 정치성, 이에 기반한 인문주의적 전통과 예술. 이게 아마 피렌체의 매력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피렌체의 문인들, 메디치의 역사적 역할 등 의미중심으로 피렌체를 이해하는 것은 피렌체의 속사정을 읽는 첩경입니다. 그러나 막상 도시에 가보면 스토리가 아니라 외관 중심으로 마주치게 됩니다. 스토리에 대한 실마리를 식별하기 어렵지요. 낯선 도시의 백면 서생 꼴 나기 십상입니다.

이해욱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의미와 형태간의 간극을 메우기에 좋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건축가가 도시 곳곳을 누비며 미적 형태와 공간적 의미를 잡아내며 최소한의 역사와 엮어 놓습니다.

맥락 없이 이책을 읽는다면 단순한 그림집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피렌체에 대해 역사와 지리관점에서 사전 지식이 있다면 꽤 좋은 길잡이입니다.

가기 전에 미리 도시를 선연히 상상할 수 있고, 다녀와서 그 느낌을 되새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곱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  (0) 2011.07.24
황홀한 여행  (2) 2011.07.23
피렌체, 욕망의 성벽에 기대서서  (0) 2011.07.22
메디치 스토리  (0) 2011.07.21
아주 미묘한 유혹  (0) 2011.07.20
Viva, 베네치아  (4) 2011.07.19

Christopher Hibbert

(Title) The House of medici its rise and fall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피렌체입니다. 그 피렌체를 이야기하면서 메디치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마찬가지 이유로, 이번 여행의 사전 준비로 메디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medicine과도 어원이 같으니 약종상의 집안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메디치(Medici) 집안은, 피렌체는 물론이고 중세 이탈리아 역사를 설명함에 있어 빼놓기 어려운 명문 중 명문입니다.

은행업과 무역업으로 거부를 형성했고, 피렌체 공화국의 사실상 독재가문으로서 이탈리아 반도의 정세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더러, 강력한 예술과 인문에 대한 후원으로 이름 그대로 꽃의 도시 피렌체에 문화를 꽃피운 가문이기 때문입니다.

산업-정치-종교-예술이 모두 복합된 독특한 메디치의 특성은, 가문의 기틀을 잡은 지오반니에서 비롯됩니다. 늘 검소하고 사회에 기부하는 전통을 확립한 지오반니의 덕에 피렌체 소시민(popolo minuto)과의 정신적 연대를 유지한 메디치 가문은, 위기 때마다 시민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지오반니의 정치적 식견이 대단합니다.

또한 지오반니때부터 교황과 결탁하여 독점적 이익을 향유해온 메디치는 결국 가문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위대한 로렌조의 둘째 아들과 사촌형제를 통해 레오 10세, 클레멘스 7세라는 두 자리의 교황까지 배출하게 됩니다. 정말 큰 장사꾼이지요.

또한 국부라는 칭호를 받은 코시모는, 종전의 베네치아 동맹을 깨고 스포르차에 대한 지원을 통한 밀라노와의 화평으로 이탈리아 반도의 정세를 바꾸고 평화를 통한 피렌체의 근본적 성장 기반을 마련합니다. 

예술에 대한 후원은 어떤가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이 메디치 가의 발굴과 육성을 거친 천재들입니다. 그 외에도 도나텔로, 라파엘로 등등 수도 없습니다.

결국 유럽의 풍성한 문화도 프랑스, 독일의 피렌체 침략 이후에 르네상스 바람이 전파된 까닭이니 메디치와 피렌체는 유럽 전체의 발달에도 크나큰 일조를 했지요.

경영하는 제 입장에선, 그냥 대단했던 가문이라는 측면보다 사업을 일궈가고 문화를 숭앙하는 메디치의 독특한 가풍이 흥미롭습니다. 모든게 경제적 동기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중간 단계를 고르는 안목과 솜씨는 확실히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위풍당당 메디치는 결국 지오반니의 가풍에서 멀어진 피에로 때부터 서서히 몰락을 합니다. 교만하고 시민의 정서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결국에는 탐욕스럽고 용기없는 그냥 졸부 모습의 후손과 함께 대가 끊기지요.

차라리 당당한 마지막 후손녀 안나 마리아가 마지막으로 돋보입니다. 유언으로 못박아, 수많은 예술품을 다 내어놓는 대신 피렌체 시 밖으로 한발자욱도 못나가게 해 놓은 그 이유로 아직도 피렌체는 세계 미술품의 20%가 있다는 문화의 고도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피렌체를 가지 않더라도, 찬란했던 한 때의 찬란했던 사람들, 그 역동적인 모습을 감상하기에 딱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홀한 여행  (2) 2011.07.23
피렌체, 욕망의 성벽에 기대서서  (0) 2011.07.22
메디치 스토리  (0) 2011.07.21
아주 미묘한 유혹  (0) 2011.07.20
Viva, 베네치아  (4) 2011.07.19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0) 2011.07.18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자 총아입니다. 인간이 중심되고, 지식이 넘쳐나는 찬란한 도시 그 자체이지요.


따라서, 피렌체를 거쳐간 수많은 지식인과 명사를 다 헤아리기도 힘듭니다. 

한편, 도시가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이 다시 도시에 유수한 스토리를 남기는 상호작용의 특성 상, 피렌체를 건물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보는건 꽤 흥미진진한 접근일겁니다.

David Leavitt

이런 기대감을 갖고, 수많은 작가들의 사연 중심으로 피렌체를 설명한 이 책 '아주 미묘한 유혹'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패였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오로지 문인, 그것도 영국인 문인이 중심인 까닭입니다. 저같이 문학과 소설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에겐 내용이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아니 왠만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시시콜콜히 나열되는 영국 작가들이 쉽게 머리에 들어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항상 그렇듯 이런 일화 위주의 책은 읽다가 얼결에 줍는 화제들이 제법 있습니다. 우선, 제 어렸을 때 유명했던 영화 '전망 좋은 방'의 무대가 피렌체였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호방한 자유와 발랄한 사상이 꽃을 피운 피렌체는 백년 전에 게이의 선구도시였다는 점은 이 책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게이가 아니라 문인, 예술가 등 거물급 동성애자들이지요.

지식이 만발해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기고, 또 그 자체로 아름다워 수많은 자살자들을 불러 모으는 피렌체. 불후의 명작을 보고 다리에 맥이 풀리고 기절하는듯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스탕달 신드롬'이 생겨난 치명적 미학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전세계 미술품의 1/5이 모여 있다는데 가보기 전에 그 규모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영국 문인의 자취만 좇는 이 책보다는, 피렌체의 지식인들 이야기가 만발한 '천재들의 도시'가 더 기대됩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렌체, 욕망의 성벽에 기대서서  (0) 2011.07.22
메디치 스토리  (0) 2011.07.21
아주 미묘한 유혹  (0) 2011.07.20
Viva, 베네치아  (4) 2011.07.19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0) 2011.07.18
이탈리아: Curious Series  (0) 2011.07.17

Dirk Schumer

(Title) Leben in Venedig

베네치아는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세계의 모든 관광객이 모여드는 꿈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곳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관광객을 관광하는 정주민일까요, 일상과 특별함이 뒤섞인 혼돈의 공간일까요, 아니면 그냥 사람 사는 경치좋은 동네일까요.

여행자는 항상, 매우 잘 잡힌 구도와 고화질의 여행 사진, 그리고 다녀온 사람들의 찬미에 에둘려 떠나기 전에 과도한 환상을 갖습니다. 현지에 도착하면 기대와 다른 다른 평범함, 예상에 없던 불편함에 다소간의 실망을 합니다. 하지만, 또 상상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잊지 못할 추억, 감정, 이야기거리를 한껏 싸들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내 다시 그곳을 그리워하게 마련이지요.

그런면에서 미리 여행지의 내밀한 치부를 들여다 보는 재미는 미묘한 설레임이 있지요. 이 책은 베네치아가 좋아서, 베네치아에 주재했던 독일 기자가 쓴 현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입니다. 컨셉 면에서는 제가 늘 이야기하는 큐리어스 시리즈와도 일견 유사합니다.

하지만, 저널리스트 특유의 냉정한 시각과 늘어지지 않는 이야기 솜씨는 그 어느 큐리어스 시리즈보다 더 낫습니다. 게다가 어정쩡한 함량 미달의 큐리어스 이탈리아와는 천양지차입니다. 차라리 베네치아처럼 한 지역만 집중적으로 조명해도 충분히 매혹적이며 정보가 넘칩니다.

그럼, 모두가 예찬하는 베네치아의 뒷면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제가 가장 놀란 첫째는 음식의 질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입니다. 이탈리아 어느 곳보다도 맛없고 비싸다는 저자의 말에 흠칫 놀라버렸습니다.
게다가, 중금속에 오염된 조개와 사람 신경 돋구는 모기는 어떤가요. 한 여름에 숨막히는 더위와 습기도 왠지 베네치아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은 여행 전에 물의 도시 베네치아만 꿈꾸던 단계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자동차가 못다니고 쓰레기통이 없다는 소리는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그냥 낭만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베네치아를 '까지도, 빨지도' 않고 담담히 다양한 도시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을 엮어 놓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베네치아를 더 사랑하게 되지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하여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선원을 돕는 마리오 신부, 전통을 지키는 인쇄장인과 곤돌라 장인들,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 좌파의 보루, 카사노바를 배출한 도시, 동양 무역의 중심지이자 유리의 명소, 서구 제국주의의 시발점, 비엔날레의 개최지, 비발디의 고장, 바그너가 와서 죽은 바로 그 곳 베네치아입니다. 여느 도시라면 한 두 개의 스토리만으로도 훌륭히 브랜딩할 소재이고, 수많은 관광객이 모일 재료가 중세부터 현대까지 응축된 그곳입니다. 그러니 관광객이 꾸역꾸역 밀려들 밖에요.

그래서 이 책은 살랑이는 카사노바나 약빠른 베네치아 상인을 닮기도 했습니다. 치부를 밀고하듯 조근조근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듯 베네치아를 흠모하게 되고 마니까요.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디치 스토리  (0) 2011.07.21
아주 미묘한 유혹  (0) 2011.07.20
Viva, 베네치아  (4) 2011.07.19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0) 2011.07.18
이탈리아: Curious Series  (0) 2011.07.17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0) 2011.07.14
  1. BlogIcon 궁시렁 2011.07.20 01:09

    예전에 읽었던 책이에요! ㅎㅎ
    10년 전(맙소사... 벌써 ㅠ) 사촌이랑 베네치아에 갔을 때, 저는 두 눈에 하트 뿅뿅 상태로 꿈에 그리던 이 도시를 찬양하기 바빴지만 사촌은 물과 운하가 뭐 이리 더럽냐 청소도 안 하는 거냐 냄새가 너무 지독하다 툴툴대면서 저한테 너도 막상 와서 보니까 예상이랑 다르지? 더러워서 별로지? 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는 그래도 베네치아가 좋다고 하악거렸죠. 다시 가고 싶네요ㅡ
    (오타 발견; 원제는 Leben in Venedig 입니다)

    • BlogIcon Inuit 2011.07.30 23:11 신고

      딱 맞는 이야기네요.
      그림과 실제는 분명 다른데, 또 그래도 멋진 곳이지요 베네치아..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

  2. mode 2011.07.20 19:30

    흠.. 가시는 줄 일찍 알았으면 정보좀 드릴걸 그랬어요. 좋은 정보는 책에 다 나와 있을테니 직접적으로 어떻게 삥을 뜯기는지..등등?? 개인적으로는 베네치아 음식이 가장 맛있어서 기억에 남았는데요 비수기의 베네치아는 좀 나은가 보네요. 전 우기에~ 우기에~ 폭풍치는 11월~ 바포레토는 운항정지 전 떠나야하고 ㅎㅎㅎㅎ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제가 묵었던 호텔이 있는 곳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어요.(왕따호텔? ^^;;) 전 그곳 학교도 보고 축구장도 봤는데요 ㅋㅋ 베네치아 안에도 축구장 있더라고요~ 아버지가 아들 공 차주던데요. 밤 9시에..

    • BlogIcon Inuit 2011.07.30 23:13 신고

      헉 폭풍의 계절에 가셨군요.
      뭔가 재미난 일이 많이 있으셨을듯 합니다.

      그나저나 모드님. 어찌 사시는지. 넘 궁금했습니다. ㅠㅜ

      블로그 안하시면 메일이라도 주세요. ㅋ

여행 갈 때마다, 여행지에 대해 샅샅이 훑는 것은 여행 이전의 즐거움이자, 여행 자체의 충실함이고, 다시 여행 이후의 여운을 되살리는 첩경입니다. 제겐 하나의 의식과도 같지요.

그런 면에서 가이드와 지도는 당연히 숙지하고, 그 수준을 넘어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섭렵하는게 저만의 여행 비법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로마산책'은 흔치 않게 제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건축가 출신의 작가는 로마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월과, 미학도로서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로마의 주요 명소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언제 세워져 어떤 특징이 있다는 수박 겉핧기 식의 가이드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선사합니다. 꽤나 매력적이지요.

특히, 라틴어와 현지어의 지식을 동원한 역사 찾기는 함께 세월을 더듬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컨대, 세개의 길(tre + via)이 만나는 곳에 생긴 트레비 분수라든지, 아울루스의 머리(caput oli)에서 나온 캄피돌리오 언덕이나, 팔레스 여신에서 나온 팔라티노 언덕에 대한 이야기는 그 이후 서구 각국에 퍼져 capitol, capital, palace, palast, palacio, palazzo, palais 등으로 갈라진 도도한 원류를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이 특히 재미난 부분은, 폐허만 남은 포로 로마노에 대해 과거 전성기 로마의 모습이 선연히 보일정도로 생생하게 상상을 복원해주는 점입니다. 더운 날 돌무더기만 남은 언덕은 지친 여행자에게 여간해선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가이드북에선 힘들면 생략하라고도 말하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영욕이 고스란히 새겨진 그 포로 로마노를 재구성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일반 가이드북이 모노톤의 형체를 알려준다면, 이책은 로마 여행 지도에 색채를 입히는 느낌입니다. 생동감있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로마 여행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아니 로마가 어떤 곳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미묘한 유혹  (0) 2011.07.20
Viva, 베네치아  (4) 2011.07.19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0) 2011.07.18
이탈리아: Curious Series  (0) 2011.07.17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0) 2011.07.14
회복 탄력성  (4) 2011.07.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