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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막내가 요즘 영어를 배우는 중입니다. 원래 영어를 질색했었거든요. 배우고 싶다기 전까지는 안 가르치는 교육방침이므로,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요즘에야 영어에 관심이 생겨서 학원을 다닙니다. 언어에 재능이 있는 누이는 빨리 깨우친 탓에, 집에서 영어 모른다고 놀림이 되곤 했지요. 지금 phonics 과정이라 자음모음을 음가로 읽습니다. 까막눈이었던 아이가 떠듬떠듬 읽는게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영어단어가 보이면 식구마다 막내에게 읽어보라 재촉합니다. 이런 식이지요. 책 하나를 보여주며, 읽어보라고 하면, 이렇게 읽습니다. Bo by for li fe 보 디 훠-ㄹ 리풰 우리말로 적다보니 좀 이상합니다만, f-sound r-sound 모두 확실히 잘 합니다. 맥락없이 음가로만 읽어서 탈이..
멧토끼라고 들어보셨나요. 뜻으로 보아 산토끼임을 알겠는데, 예전 교육이 그런 탓인지 동요 탓인지 저는 산토끼보다 멧토끼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책을 보다 막내가 뜻을 묻길래,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하고 알려줬습니다. 녀석은 산토끼면 산토끼지 뭐 그리 복잡하냐고 볼멘 소리를 합니다. 곁에 있던 누나가 나서서 아는 척합니다. 山을 메 산이라고 읽지? 그리고 산에 사는 돼지는 멧돼지지? 그러니까 산에 사는 토끼는 멧토끼인거야~누나에 대해 존경심이라곤 털끝마저 없는 막내가 받아칩니다. 그럼 山짜 들어가는 말은 다 멧이냐? 산에 불나면 멧불이라고 해??음.. 아빠는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_-
TV를 안보니 아이들은 일요일에 일어나자마자 보통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지난 일요일엔, 아이들은 아침부터 보드게임을 한판 합니다. 추리판을 뒤로 숨기고 끙끙거리며 열심히 문제를 풉니다. 잘 노나 싶더니 지기 싫다고 아우성입니다. 다른 때는 안 그렇다가 이런 사소한 일에만 승부욕을 부립니다. 보드를 정리하도록 하고 아침을 먹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이 어떤 건지 물었지요. 두 녀석 모두 가시고기를 보고 있습니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진도가 다릅니다. 토론하기가 어려워, 둘 다 읽은 최근 책을 물으니, '자전거 도둑'을 댑니다. (F, D, S는 전편 참조) F: 그래, 어땠니? D: 재미 없었어요. S: 재미 있었어요. F: 오호, 그래? 한사람은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은 재미없었다.. ..
유람선 잘 타고 내린 후 아빠는 슬슬 피곤합니다. 아이는 오랫만의, 아니 인생 처음 아빠와의 가출인지라 집에 들어가기 싫어합니다. 좀더 산책을 하자고 우깁니다. 그러마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방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 지역이 나타나버렸습니다.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날리 만무입니다. -_- 예비 옷이 없어 약간 걱정을 하는 듯 했습니다만, 반바지와 샌들이라 괜찮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바지 다 젖겠군.. 걱정하던 아빠의 우려가 무색하게 아이는 그새 훌쩍 자랐습니다. 제법 깊어보였던 물이 무릎까지만 닿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세상 가장 환히 웃었습니다. 배 타고싶다면 배 태워주고, 돈까스 먹고프다면 제꺽 대령하고, 업히고 싶다면 업어주고, 원하는건 군소리없이 다 해 준 하루입니다. 평소에 잘 안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