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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저는 공대에서 구조역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학문은 물리학, 그중에서도 뉴턴의 고전적 세상입니다. 힘과 변형을 다루는 정역학, 시간을 감안해 미분과 적분을 왔다갔다하며 진동문제를 푸는 동역학 등이 범주입니다. 그러니 학교 때도, 아인슈타인의 세상은 멀게 느껴졌습니다. 슈레딩거는 딴나라 이야기 같았고요. 한번은, 물리학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상대성 원리를 설명해 달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외계어같은 소리와 공식을 읊조리는데, '야야 됐어 당구나 치자'하고 말을 막았었지요. 당시 저도 인내심이 없었지만, 그 친구도 실상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는 점을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됩니다.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면 청자의 눈높에에 맞춰 환언(paraphrasing)이 가능하기 마련이니까요. 어쨌든, 잘 이해는 안가도 몇 년에 한..
십 수년 전, 맥주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에일도 들어오기 전 맥주의 다양한 매력에 심취한 때였지요. 당시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독일, 체코,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특성이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되면서 그 다채로움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간된 서적에 대해 조사를 해봤더니 이미 훌륭한 맥주 책이 나와 있었습니다. '이 이상 잘 쓸 순 없겠다.' 바로 접고 다른 주제를 생각했죠. 예전 제 일화가 생각나는 책입니다. 꼭 나왔어야 할까. 책은 꼼꼼하고 다양한 사례가 잘 망라되어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번역이 끔찍해서 뭔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저는 이쪽이 전공인데도 불구하고, 맨발로 돌밭 걷는 속도로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저는 공학을 전공했고, 항공우주 관련한 기업에서 헬기와 전투기 설계를 담당했었습니다. 이후에, 다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그뒤론 경영을 했습니다. 전략,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이 주된 분야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제일 막막한 상황은 첫번째 회사, 잘나가는 공학기술 기업을 관두고, 제 전공분야도 떠나서 경영쪽으로 새로이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년배 기준으로 문과나 경영학과를 나와 이 바닥에 뛰어든 경우와 비교하자면 거의 10년 차이가 나니 걱정이 없을 수 없지요. "이제 다시 시작한다고?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부제)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 매우 영롱한 내용의 책입니다. 성공의 비결은 레인지(range)에 있다..
유동인구 많은 지하철 역 주변엔 독특한 풍경이 있지요. 전단지 나눠주거나 잠깐만 이야기 하자는 사람들. 전단지는 그나마 간단합니다만, 구호단체에 서명하라는 요청이나 선물 줄테니 모델하우스 같이 가자고 하거나, 기운이 좋으니 조상님께 인사드리러 가자는건 꽤 많은 자원이 소모됩니다. 거절해도 끈질기게 요청이 거듭되는 경우가 많아 성가스럽지요. 그런데 친구나 가족 중 유난히 이런 사람들에게 잘 잡히는 사람 있지 않나요? 여럿이 함께 가도 정확히 그 사람만 찝어서 집중 공략할 때가 있습니다. 농담처럼 '너가 착하게 생겨서 그래'라고 하며 웃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 '착한 친구'가 자기도 모르게 유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어떨까요? (부제) 아무리 까칠한 사람도 내편으로 만드는 FBI 관계의 심리학 전직 FB..
요즘 은근 핫한 분야가 우주항공이지요. 복잡한 산업의 스토리 세줄요약. 소련의 스푸트니크로 미국이 우주경쟁에서 한방 먹고 충공깽 각성한 미국이 NASA 설립 후 달에 깃발 꼽아버림 소련 패퇴로 경쟁도 필요없어지고, 챌린저등 사고로 쫄아버린 NASA는 월급충으로 전락 버즈 라이트이어가 나오는 토이스토리처럼, 우주는 미국 건국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연원이 다양한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고 버티며 자리잡는 개척자 정신의 상징이니까요. 그럼에도 수년째 유인 우주비행 계획은 없고, 궤도로 올라가는 로켓조차 러시아 제품을 빌려씁니다. 책은 이 판도를 뒤집은 2+1 기업가들의 이야기입니다. 2중 하나는 스페이스X의 일런머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조스입니다. +1은 버진 갤럭틱의 리차드 브랜슨이죠...
전 가급적 많이 돕는 편에 속합니다. 특별히 시간과 돈이나 재능이 넘쳐서라기보다, 그게 마음 편하고 한편 기뻐서 그렇습니다. 기껏 도와주고도 마음 상한 적도 꽤 많지만, 도와준 이후에 제 자신과 제 주변의 삶이 함께 고양되는 경험은 상심을 능가할정도로 빼곡합니다. 어찌보면, 그 호혜의 네트워크에서 알게 모르게 저를 돕는 힘 덕에 제가 약간이라도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음도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은근하고 일반적이며 간접적인 도움 말고, 직접 '이거 해주세요, 이거 도와주세요'란 말을 잘 못하는 편인것도 맞습니다. 책 제목을 보기 전까진, 생각조차 안 미쳤던 의문이었지요. "그러게,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책의 핵심 논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도와달라고 말을 하라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꽤 오래전 일입니다. 도쿄에 출장 간 김에 현지에 있는 친구랑 저녁을 먹었습니다. 분위기가 밝은 이자카야였는데, 서빙해주는 직원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니폼 대신 유카타를 입고, 제 친구랑 대화하는게 상냥하고 쾌활했지요. 말도 못알아듣지만 저마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올 땐 귀여운 유자된장 한병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제껏 도쿄에서 갔던 식당이나 술집이 스무개도 넘을텐데 그 집은 아직까지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 책을 읽다 문득 수년전 기억이 떠올라 구글맵을 켰습니다. 역시나.. 제가 갔던 그 집이 맞더군요. 쓰카다 농장이었습니다. 그다지 친숙하진 않은 단어,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입니다. 신을 대하듯, 상대를 미리 헤아려 마음 쓰는 행위를 말합니다. 흔히 료칸이나 가이세키요리에서의 극진한 서비스가 오모..
작년에 본 두개의 전시회가 제겐 참 대비되었습니다. 마티스와 바스키야였는데요. 마티스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드로잉과 색채 간 대립과 충돌에 대해 평생 고민했던 예술가. 삶의 마지막 즈음 팔을 못 쓸 상황되어, 그 둘을 화해시키는 방법을 알아냈고 그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사연은 미술전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시계열로 그의 변천사를 보며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반면 바스키야는 좋으면서 얼떨떨했습니다. 그가 좋아하지 않는 호칭이 '검은 피카소'임에도, 그 별명만큼 그를 잘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까 싶습니다.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그의 그래피티들. 거리의 미술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만든 선구적 인물. 피카소와 다르다면 바스키야는 요절한 생애 내내 궁핍을 면하지 못했고, 사후에 소장가들의 주머니만 ..
얼마전 '그들에게 린디합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론에 기대야하는 문학의 용도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표한 적 있었습니다. 적당한 모호함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일방적일 수 있는 독자와의 관계를 적극적 해석을 통한 개입이란 쌍방향으로 바꾸는 매력이 예술로서 문학의 큰 특징일겁니다. 반면 지나친 개방성은 어설픔이란 취지였지요. 이 책에 '더 유닛'의 감독 데이비드 매멋(David Mamet)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명 불가침 원칙이란 메모를 발송했는데요. 플롯을 진척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독립적이지도 않은 장면은 불필요함 장면은 극적이어야 한다 장면이 시작할 때 주인공에겐 문제가 있어야 하고 절정에 이를 때는 주인공이 좌절하거나,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이른바 인과관계 없는 느슨한 ..
장면 #1 대학수업에서 묘지 정문을 설계하라는 과제가 나왔습니다. 한 학생이 작업을 시작합니다. 우선 묘지까지 이르는 길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영구차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을 그려 넣고, 커튼처럼 물푸레나무로 길 주변을 두른 뒤에 회색빛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그려 넣었습니다. 장면 #2 현대 건축 5원칙을 만든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설계한 롱샹 성당은 곡선의 유려한 외관은 물론, 경사면을 이용해 포용적인 느낌을 주고, 은은한 빛이 성당 내부를 감도는 성스러운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곳은 관람객만 가득하고, 롱샹의 주민은 그 밑 다운타운의 평범한 다른 롱샹 성당에 다닌다고 합니다. 장면 #3 당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는 서울 소재의 명문 대학입니다. 지방 출신의 학생도 많아 기숙시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