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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나게 먹은 고기는 무엇인가요? 더 나아가, 지금까지 먹은 고기 요리중 가장 진귀하거나 기이한 경험은 무엇인가요? 글 머리로 이 질문을 던지고 저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맛난 고기 경험은 많습니다. 어떻게 기준을 세워 갈라야할지 생각해봐야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육식 경험은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려서 종종 먹은 번데기, 어두운 레스토랑에서 칼 대자마자 피가 분출해 놀랐던 파리의 부댕, 도쿄 출장에서 먹은 말고기 육회 바사시. 우린 매일 무언가 고기를 먹지만, 막상 그 재료는 단순하고 표준적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이라는 범주 내에서 먹기 십상입니다. 평생의 육식 편력에 물음표를 던진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채식주의의 교범처럼 느껴지나봅니다. 아내에게 '이..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프로농구는 별로 재미를 못 느낍니다. 축구, 야구 심지어 배구도 재미난데 농구는 그냥 그렇습니다. 운동을 해봐도 그렇고, 미국 NBA의 엄청난 에너지와 화려함을 봐도 절대 농구 자체가 재미 없는 운동은 아닌데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인사이더인 하승진 선수 의견은 흥미롭습니다. "코트안에서 기술 부리면 선배나 감독한테 혼난다.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창의적 플레이를 하면 욕만 먹는다. 게다가 선수단 분위기가 권위주의적이라, 부상이 있어도 그냥 달고 뛰어야해서 몸이 성한 선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도 반세기 전부터 이와 정 반대의 지도철학을 구현했던 사람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송도고등학교 코치 전규삼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
"(우리 부부 중) 누군가 죽으면 파리로 이사할 거야."라는 말에 남편과 아내 둘 다 미소지었다는, 프로이트의 농담이 있지요. 같은 말을 들어도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자기 본위 편향(self-serving bias)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인지적 편향을 비롯해 수많은 오류와 불완전성을 수반하고 살아가는게 우리 인간입니다. 스스로가 불완전하다는 자체를 걸 아는 자체로 오히려 대단한 일이겠지요. '위험한 생각들'을 읽고 절실히 깨달은 바 있습니다. 한가지 질문에 여러 전문 분야의 석학과 연구자들의 답을 모아듣는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말입니다. 그 브록만의 엣지.org에서 펴낸 다른 책입니다. 당신의 생각하는 능력을 크게 개선시킬 과학적 인지 도구 하나를 꼽자면 무엇이겠는가? 이 질문으로 150명의 다양한 의..
작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게 있으신가요? 요즘엔 작가들이 깔끔하게 차려입고, 키보드를 사용하며 사무직처럼 규칙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작가 이미지는 다르죠. 재가 꼬부라져가는 담배 한대 손가락에 끼우고, 반쯤 비운 술잔 하나 저만치 두고, 만년필로 서걱서걱 쓰는 느낌이랄까요. 책은 딱 이런 감성으로 엮었습니다. 와인,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과 데킬라, 그리고 럼 여덟가지 술과 이를 탐닉했던 작가, 그리고 그들의 글과 삶의 흔적을 빼곡히 모았습니다. 와인은 병에 담은 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아무래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술은 와인일테지요. 책에선 '다른 술에 비해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가가 손수 존경을 표했다고 표현합니다. 맥주 ..
고급 요리 재료 중 코셔 소금이 있습니다. 유대인의 소금인데, 딱히 코셔 방식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요오드 같은 첨가물이 없는게 다입니다. 가격은 천일염에 비해 스무배 이상 비쌉니다. 비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몇 알갱이 입에 넣고 굴리면 뭔가 오묘한 맛이 나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소금은 소금일 뿐이지요. 현대에 이르러서도, 소금마저 유별나게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유대인의 상술과 브랜딩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눈이 살짝 흘겨지게 됩니다. 인간사를 바꾼 다섯가지 상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입니다. 예컨대 소금은 사냥과 육식에서 농경으로 넘어오며 체내 필요한 염분의 공급 때문에 인간에게 필수품이 되있습니다. 하지만 소금이 나는 곳..
우선, 피부에 와 닿는 몬티홀 문제부터 말해볼까요? 널리 알려져 있는 문제입니다. 커튼으로 가려진 문 A,B,C 세 개가 있습니다. 이 중 한 커튼 뒤에 경품으로 자동차가 있습니다. 경품이 있는 문을 맞추면 당첨, 차는 당신 것입니다. 자, 당신은 A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회자가 커튼 B를 열어서 그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보입니다. 이제 당신은 그대로 A를 유지할까요, C로 바꿔야할까요? 정답: 당신은 C로 바꿔야 유리합니다. 매우 유명한 문제이고, 확률에 대해 인간의 이성과 추론이 얼마나 오작동하기 쉬운지 알려주는 문제입니다. 좀 더 미묘한 사례를 들어볼까요? A라는 병에 걸릴 확률은 0.1%입니다. 이 병에 걸렸는지 간이검사를 할 경우, 실제 병이 있다면 95% 확률로 양성이 나옵니다. 단,..
멘토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저를 멘토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감히 '내가 아무개의 멘토다'라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만한 인격과 역할모델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개인이나 팀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보면, 코칭이 그나마 적합한 지칭입니다. 그래도 코칭이란 말도 버겁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뭘 안다고 가르칠까요. 그러던 중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빌 캠벨을 알게 된 이후지요. 뭐 잘나서가 아니라, 동행하는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코칭은 의미도 있고,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칭에 관해 꽤 고전에 속하는 책인가봅니다. 전 이번에 처음 접했지만 1992년에 초판 이후, 이 책은 25주년 기념 재개정판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읽어보니 고전의 ..
지금까지 가장 맛나게 마신 커피는 무엇이었나요? 전 매우 춥던 날 파리 몽마르트 언덕 아래, 이름 없는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습니다. 당시 폭설과 이상 한파의 겨울날씨와 어울렸고, 걷다 잠시 들러 마시기엔 작은 사이즈가 좋았으며, 살짝 단맛 감도는 풍미가 유별났고, 몽마르뜨 성혈성당의 여운을 잇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당시 지불한 커피 가격은 1유로였는데, 이 느낌을 재현하는데 얼마를 지불할까요? 어쩌면 100유로도 아깝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인생 커피였다면. 저자는 이 지점을 파고 듭니다. 그냥 커피 원두를 파는 범용품(commodities), 커피 한잔을 파는 재화(goods), 스타벅스나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분위기까지 파는 서비스(service)를 넘어 독특한 인상과 기억을..
똑같이 10년을 살아도 우선순위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집중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결과는 다르게 나옵니다. 모두가 원하는 집중력, 하지만 갈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대사회 같습니다. 재미난 책, '훅(Hooked)'을 쓴 니르 이얄이 돌아왔습니다. 훅에선 기업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디지털에 중독시키는지,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개인이 이를 방어하는 방법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후편 쯤 되는 이 책 '초집중'에선 보다 광범위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실은, 아주 예전엔 글자도 사람을 홀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테스형은 "학습자의 영혼에 망각을 심는다"고 글자를 싫어했다죠. 즉, 스마트 기기와 게임이 중독성을 유발하는건 우리가 홀리는 일부일 뿐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