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한 사람들에겐, 특허는 남의 일이지요.

하지만 상표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으로 넘어오면 조금 닿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특허나 지재권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멀리 느껴집니다. 특허 괴물에게 물리지 않은 이상, 경영자나 사업 임원도 마찬가지죠. CTO 정도에게 일임하기 십상이죠.

 

이유 하나는 특허 자체가 원래의 취지를 지나 스스로 고립된 점도 있습니다. 초기의 특허는 좋은 취지였습니다. 멋진 발명이 나와도 국가에 자동귀속되거나 바로 카피캣이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요. 발명자의 노고가 보상이 되지 않고, 창의와 혁신이 사장되는 시대였습니다. 발명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특허 자체가 실은 기막힌 발명이었지요.

하지만, 점차 특허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변질됩니다. 특허의 3요소인 참신성(novelty), 유용성(usefuleness), 진보성(non-obviousness) 따른 청구항은 권리를 피하거나 신장하기 위해 전쟁에 돌입하지요. 청구자체를 위한 청구, 특허자체를 위한 특허가 양산됩니다. 서로 동시에 목에 칼을 겨눈듯한 교착상태도 있고, 평화로운 삶에 천장이 무너지듯 일상을 덮치는 특허 소송도 있습니다.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 이러한 특허의 부작용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결국 특허는 발명자가 돈방석에 앉는 신화에서 은밀한 대결로 바뀝니다. 돈을 버는 저자거리에서 실험실로, 평생의 꿈과 창의에서 일상의 PKI, 히트 원더에서 물량과 포트폴리오로 변화하면서 일반 시민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특허에 관한 세계관도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심봉사 개명하듯 눈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Open business models: How to thrive in the new innovation landscape

경제적 부가가치를 내지 못하고 짐이 되는 특허, 시장을 개척하는 무기도 되지 못하고 외려 불편한 갑옷이 특허. 양산된 비효율적 특허 더미 속에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방법에 대해 모색하고 꽤나 참신한 답을 내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과거에 비해 달라진 수익 구조입니다. 경쟁의 심화로 제품의 수명주기는 짧아진데다가, 한계효용이 낮은 지적재산권까지 투자해야 하면 개발비는 상승합니다. 결과로 손익구조가 심각히 나빠집니다.

만일 외부의 혁신을 들여와 개발비용이 낮아진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내부에 사용하지 않는 지재권을 매각하거나 라이센싱 하면 어떨까요? 수익은 늘어나고 비용은 줄어들어 다시 손익구조가 우호적이 됩니다. 단지 지재권을 대하는 마음가짐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 말입니다.

바로 이게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 철학입니다. 인바운드로 외부 혁신을 바로 사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아웃바운드로 미활용 지식 자산을 현금화하는겁니다.


여기에 한가지 개념을 유의하면 좋습니다. 바로 제품 수명 주기 따라 지재권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지요. 도입기에서 성장기와 성숙기로 넘어감에 따라 본원적 전략이 차별화에서 비용우위로 바뀌듯, 지재권 전략도 초점이 바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도입기엔 지재권의 창출, 성장기엔 효과적인 실시를 위한 지재권 포트폴리오의 보완, 성숙기에는 수확, 쇠퇴기엔 퇴각 전술이 도움이 됩니다.

듣고 보면 자명하지만, 실제 기업에선 수확과 퇴각이란 개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빛나는 부분입니다.

 

책의 다른 중요한 꼭지는 지식재산권을 다루는 오픈 비즈니스 모델 6가지 프레임웍입니다. 부분은 구조적이고 그래서 약간 예리한 맛이 떨어집니다.

유형

BM

혁신 프로세스

IP 경영

1

차별화되지 않는

None

None

2

차별화된

임시방편적

수동적

3

세분화

계획된

방어적

4

외부지향적인

외부지원을 받는

활용형 자산

5

통합된

BM 연계된

재무적 자산

6

적응형

새로운 BM 창출

전략적 자산

물론 지재권이 없다가 축적되고, 차츰 계획성이 늘어나다가 끝내 외부화 되는 발달 단계를 포괄하기 때문에 시사점은 출분합니다만, 떨어지는 명료함이 덜하다는 뜻입니다. 실제 기업현장을 비교해보면 유형 4 이상 넘어가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바로 보입니다.

 

후반부의 내용은 개방형 혁신 모델을 실제로 활용하거나 본원적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몇몇 기업의 사례입니다. 상상 이상의 기발한 기업부터, 알지만 하기 어려운 간극을 넘은 재미난 사례들이 많습니다. 특히 IBM, Eli Lilly, Big Idea Group, P&G 사례가 저는 좋았습니다.

 

Inuit Points ★

책을 읽고나면, 설레임과 한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오래도록 기업현장에 있으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문제가 생각보다 크지만,  해결책이 명료해 설레입니다. 하지만, 가장 최고의 전략은 알아도 따라하는 것이듯, 이런 프레임을 실제 기업에 녹이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답답한 마음이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성공과 인적 자원의 재능, 최소 레벨의 재무적 자원이 중첩되는 기반 위에 매우 강력한 관철 의지까지 있어야만 실행에 옮길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우리편이 아니므로, 일정 기간 내에 성공을 보여야만 주주나 이사회 의견 주체의 지지를 담보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도 부분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말합니다.
"
이 전략을 당신 경쟁사가 쓴다면 어떻게 느끼겠는가?"

상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별다섯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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