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프로농구는 별로 재미를 못 느낍니다. 축구, 야구 심지어 배구도 재미난데 농구는 그냥 그렇습니다. 운동을 해봐도 그렇고, 미국 NBA 엄청난 에너지와 화려함을 봐도 절대 농구 자체가 재미 없는 운동은 아닌데 말입니다. 부분에 대해, 인사이더인 하승진 선수 의견 흥미롭습니다.

"코트안에서 기술 부리면 선배나 감독한테 혼난다.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창의적 플레이를 하면 욕만 먹는다.
게다가 선수단 분위기가 권위주의적이라, 부상이 있어도 그냥 달고 뛰어야해서 몸이 성한 선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도 반세기 전부터 이와 반대의 지도철학을 구현했던 사람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부제) 시대를 앞서간 농구코치 전규삼

송도고등학교 코치 전규삼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은 이름입니다.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기며 '이게 실화냐, 소설아닌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농구를 건성으로 봤다해도 이런 사람을 어찌 몰랐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가 주류세상인 프로에서 코치를 하지 않아서이겠지만요. 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우리나라 농구계를 빛낸 별들이 많습니다. 김동광, 이충희, 강동희 등이지요.

 

전규삼의 지도방식은 확실히 비범합니다우선은 모든게 학생인 선수의 입장에서 디자인 되었습니다.

선수가 정점을 찍는건 대학 이후 실업팀이다.
따라서 그때 잘하도록 기본기를 확실히 닦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학생이니 공부가 우선이다.

따라서 송도고는 경기가 오전에 끝나면 오후 수업에 들어가는게 일상입니다. 훈련은 수업 끝난 이후에 하되, 성적이 떨어지면 운동을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영화 같죠. 당시 시대상을 헤아리면 이해가 됩니다. 프로도 없던 당시였습니다. 은행팀에 들어갔다가 선수생활을 접으면 행원이 되어야하고, 그도 아니면 생판 새로 직업을 가져야 했지요. 이도 그나마 잘풀린 경우고 졸업 전 운동을 접으면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공부는 일종의 안전판입니다.

 

또한, 선수 생활을 하더라도 공부와 인성 교육이 겸비되면 잘하겠지요. 구타 한번 안 당하고 운동한 유일한 학교라는 송도고 농구선수는 외려, 성적이 많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등한시했을 때 회초리나 맞았다고 할정도입니다.

 

그래서 전규삼의 송도고는 운동도 기본기 위주였습니다. 다만 선수 별로 맞춤 기술을 익히도록 했는데, 이는 미국의 잡지나 서적을 보고 전규삼이 공부하여 직수입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 미국에서나 하던 훅슛, 탭슛, 페이드어웨이 또는 크로스 드리블 송도고 선수들은 기술을 마음껏 익히고 활용할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았어도 1년에 4강 한번 가는건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3 대학 보내는 기준을 맞추기위해서죠. 또한 요즘 축구의 유스시스템처럼 3, 3 6년간 같은 기술과 동일한 전술을 가르칩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가면 서로 눈빛만 봐도 호습이 척척 맞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 송도고는 그라운드의 조율사인 가드 왕국이 되었지요. 강동희를 필두로 수많은 가드를 배출했습니다. 기본기와 창의성, 리더십을 겸비했기 때문일겁니다.

 

심지어 웨이트도 안하던 그때, 기초 체력 운동을 빡세게 시키고, 유연성을 기르는 체조까지 시켜 부상도 줄이려했다니 진짜 선진적인 지도자였지요. 실은 기본에 충실한 지도자였던겁니다만.

 

그래서 앞머리에 언급한 하승진의 기사와 대비해서 읽으면 울림이 큽니다. 농구전문기자인 저자 손대범은 말하죠.

 

전규삼이 각 레벨별로 10명씩만 있었어도 한국 농구는 달라졌을테다. 훨씬 재미났을 거다.

 

Inuit Points ★★★★☆

글은 29화의 짧은 이야기형식이라 재미납니다. 바로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날 이야기입니다. 다만, 너무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캐릭터라 오히려 현실감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코치는 통한다는 말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캠벨 미식축구 코치였지만 나중에 천조 회사의 코치가 되었듯이요.

 

재미를 느낀 의외의 포인트도 있습니다. 개성에서 송도고보를 졸업하고 전쟁때 넘어와 인천에 자리잡은 송도고에서 평생 농구를 가르친 전규삼입니다. 기록이 불비해 모든 흔적을 더듬은 저자의 노력이 가상한데요. 일제시대 시작한 농구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골을 넣으면 센터라인에서 점프볼을 해서 경기를 재개했다든지, 듣도 보도 못한 기막힌 수비전술이 나와서 모두 경악했는데 이름이 -디헨스(zone defence)라든지, 일본 팀을 코가 납짝하게 눌러준 평양의 광성고보가 찾아보니 모교였다든지요.


책은 팩트를 스토리로 발굴하여 컨텐츠를 만드는 팩트스토리의 근작인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별 넷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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