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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윤년 기준 366일, 각 날짜 별로 하나의 주제를 말하는 두꺼운 책.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이죠. 두껍고 지루하며 답답하고 지겹습니다. 이런 책은 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같은 식으로 써진,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 그랬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읽는게 아니라, 시작한 날짜부터 매일 해당 날짜의 글을 읽습니다. 오피스에 두고 점심 후 바로 읽는걸 루틴으로 했습니다. 출장이나 주말로 못 읽은 부분은 되는대로 캐치업합니다. 하루에 두세개 정도만 읽어도 됩니다. 이렇게 달력을 따라가는 독서는 전혀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우선 짧은 분량을 읽으니 행위의 허들이 작습니다. 잊지만 않는다면 빼먹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되니 습관이 됩니다. 루틴이 되지요. 인생은 무엇인가를 읽을 때도 점심시간을 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흔히 PCT라 부르는 기나긴 길이 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 서부를 따라 종주하는 코스입니다. 네바다 사막을 따라 캘리포니아를 종단한 후, 오레곤 주와 워싱턴 주를 통과하죠. 지형도 험난합니다. 사막을 통과할 땐 물 없이 가야해서, 짐 말고 몇 리터의 물까지 지고 며칠씩 걸어갑니다. 눈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따라 걷기도 하고, 고원지대, 숲길 등 단 며칠 사이에도 기온이 사막에서 영하를 왔다갔다 합니다. 걷기만도 먼 길인데 야생이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가장 조심할 건 방울뱀이고, 코요테, 곰 같은 동물도 조우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독초도 위험하고 낭떠러지와 비탈길이 널렸습니다. 미국을 종단하다보니, PC..

작지만 강한 기업. 그들의 비밀은 무엇인가. 지난 글에서 말했듯, 제가 안 좋아하는 책의 부류 중 하나가, '~한 기업들의 특징' 책입니다. Good to great에서 상업적으로 대박을 내고 내용적으로 망신을 당했듯, 이런 책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가혹한 기준을 설정하고 통계와 숫자로 시간의 검증을 견딘 사례를 뽑습니다. 수천 수만개중 여남은 회사 정도가 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특질을 뽑아내고 분류한 후, 공통적인 것을 범주화합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경영이론을 붙입니다. 뚝딱 책 하나가 완성되지요. 여기에 적절한 글빨과 매혹적인 수치와 그래프 정도 붙여주면 걸작이 탄생합니다. '아 이걸 해보면 우리도..?' 돈만 벌고 빠지는 떴다방에 가깝지만 더 나쁜 건 후견지명(hindsight bias)이란 ..

저는 전향한 전략가입니다. 강의 때 종종 말하지만 전략의 학파를 포지션 파와 실행파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제가 붙인 이름이니 뭐 다르게 불러도 좋습니다. 톱다운의 조망을 강조하는 포지션 파는, 흔히 말하는 전략에 가깝고 결정론적 자세를 취합니다. 정점은 마이클 포터입니다. 산업을 분석하고 예리한 사업 전략을 수립해서 회사의 발전과 영생을 꿈꿉니다. 모니터, BCG 등 전략 컨설팅 회사의 유전적 설계도이기도 합니다. 전 컨설턴트를 꿈꾸던 비즈니스 스쿨 시절 이 학파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포터를 공부하고 손자병법을 여기에 맞춰 해석하고, 동서고금 전쟁사를 읽고, 전략 들어간 많은 책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현업 가서 전략을 지휘하는 입장이 되니 뭔가 허전했습니다. 기업이 성과가 안나는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