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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인생을 비행이라 가정할게요. 당신의 자리는 어디인가요? 이코노미석이다. 비즈니스석이다. 아직 탑승도 못했다. 게이트 앞이다. 책의 광고 설명을 빌리자면, '하루 14시간씩 일하면서 1년에 4만달러를 벌던 사람이,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 한달에 4만달러를 버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살고 싶은 장소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지나치게 호기심을 끌려고 하는 자극적 문구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소개만 들으면 안 읽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관리나 주도적 삶에 대한 책에서 자주 언급이 되고, 재주 있는 이야기꾼인 팀 페리스가 저자인지라 거부감 없이 읽어 보았습니다. 책의 핵심은 '미니 은퇴'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은 후, 은퇴하여 멋진 인생을 즐긴다는 전략은 몇가지 문제가 있지요. 먼 훗날 그 ..

"지금까지 창덕궁을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는게 아니란걸 깨달았어요. " "역사에 관심은 많았지만 이렇게 흥미진진한지 몰랐네요." "이런 자리 또 만들어주면 안될까요. " 제가 참여하는 모임에서 북콘서트를 주최했었습니다. 신간 '창덕궁, 왕의 마음을 훔치다'의 저자와 인연이 파도처럼 닿아 생겼던 자리입니다. 그리고 끝나고 오신 분들의 반응이 꽤나 후끈 했었습니다. 저자 신희권 교수는 근년에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공직에 오래 있었습니다. 문화재청의 고고학자로 다양한 업적을 남겼지요. 풍납토성이 위례성이란 점을 밝혔다던가, 일본 총독부의 영향으로 축이 비뚤어진 광화문의 복원사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창덕궁 관리소장으로도 몇 년을 재직했었지요. 그러니 이 책은 단연 정통파 창덕궁 책일 수..

새해 첫날은 양면적인 것 같습니다. 한 해가 마감되고 새 해가 시작되는 야누스 적 순간이고, 지인과 더불어 감정적 유대를 느끼는 사회적 순간이며, 연 단위의 회고와 결심을 하는 개인적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1년 365일 중 하필 이 날일까요? 해가 제일 짧은 날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가장 덥거나 추운 날도 아닙니다. 물리적 의미가 없다면, 서기의 기원인 예수가 천년의 왕국을 만든 날 따위의 역사적 이유라도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달력이 없다면 1년 중 그날을 집어 내기도 어려운 날에 화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가듯 이유보다는 용도지요. 연속체인 시간에 금을 그어 매듭을 짓고 리듬을 부여하며 새 출발 할 기회가 필요한 모멘트적 용도입니다. 책은 우리 삶의 이런 지점을 꼼꼼히 따지고 들어갑..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고, 경영을 업으로 해 왔지만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과학하는 태도가 정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반과학은 눈살이 찌푸려지고, 비과학은 재미로 봅니다. 비과학 중 존재 의미를 인정하는건 종교이고, 그 쓰임새와 효과를 수긍하는 측면입니다. 좀더 엄밀히 들어가면 현대 지식인의 점성술인 MBTI도 비과학입니다. 혈액형 점을 재미로 보는건 그럴 수 있는데 진짜로 믿는 사람을 보면 당황스럽듯, ENFJ같은 MBTI를 남에게 알려주면 자기 DNA 코드를 공개하는 듯한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주역에 관한 내용입니다. 수천년 유구하게 이어지는 인습이라면 무언가 이유는 있겠지하고 궁금했던게 한가지라면, 제목이 뭔가 합리적으로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