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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얼마 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이 되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의 초기작 '살인의 추억'은 꽤 오랫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았었기에 관심을 모으기 좋은 스토리였고요. 어떻게 그런 연쇄살인범이 잡히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 봉감독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범인과 시대의 갭(gap)이었다." 원한이나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병적인 심리로 사람들을 상하게 하는 연쇄살인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선진국형 범죄입니다. 살인의 추억 당시엔 아직도 우리나라 경찰에선 그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봉준호 감독은 꽤나 명료하게 표현했습니다. 한편, 이런 사회구조적 변화를 읽으면서 미리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윤외출과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지요.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프로..

매우 오래된 책이며, 제가 좋아하지 않는 햄버거 브랜드인 맥도널드의 이야기인데다가, '파운더'라는 영화에서 대략 접한 내용입니다. 읽지 않을 많은 요소를 갖췄는데 우연찮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책을 어떻게라도 팔아야 하는 출판사의 꼼수 덕입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와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가 '인생의 바이블'로 여기고, 몇번을 읽었다니, 왜 때문인지 도저히 궁금증을 배겨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원래 자전적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미화하는 인간의 습성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결과를 놓고 해석하는 후견지명의 성향을 띄기 때문입니다. 즉 성공패턴을 분석한 글처럼, 지난 결과의 설명과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만, 성공의 재생산을 위한 레시피에는 ..

' 내 mother tongue은 C언어에요' 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랍어 같던 COBOL, 그리스어 같던 FORTRAN으로 복잡한 프로그램 짜던 시절, '매우 현대적'인 C를 배운 첫 세대였습니다. 학원도 선생도 없을 때라 외국 서적 몇 개 놓고 코드 짜 가며 시행착오로 독학해야했지요. 이젠 현대 언어인 java나 python 를 보면 C는 라틴어 같습니다만. 아무튼 C로 생각하고 C로 표현하며 제가 짰던 코드 중 최고 난이도는 구조해석, 그 중에서도 유한요소법(FEM)이란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에서도 복합재료의 손상예측을 목적으로 만들었고, 박사 선배의 도움으로 세계적 저널에 논문도 실렸던 기억이 납니다. TMI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구조를 사랑한 한 저자의 인생..

왠만한 사람들에겐, 특허는 남의 일이지요. 하지만 상표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으로 넘어오면 조금 더 와 닿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특허나 지재권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한 멀리 느껴집니다. 특허 괴물에게 물리지 않은 이상, 경영자나 사업 임원도 마찬가지죠. CTO 정도에게 일임하기 십상이죠. 그 이유 중 하나는 특허 자체가 원래의 취지를 지나 스스로 고립된 점도 있습니다. 초기의 특허는 좋은 취지였습니다. 멋진 발명이 나와도 국가에 자동귀속되거나 바로 카피캣이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요. 발명자의 노고가 보상이 되지 않고, 창의와 혁신이 사장되는 시대였습니다. 발명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특허 자체가 실은 기막힌 발명이었지요. 하지만, 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