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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시장은 합리적일까요, 혹은 이성적일까요? 요즘 세계 경제가 쓰나미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별도 포스팅으로도 다뤄볼 주제입니다만, 간단히 보면 이렇습니다. 몇년간의 호황과 유동성으로 2001년 무렵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독특한 금융상품인 모기지 채권이 있는데, 개인의 주택자금 대출을 모아 채권화하여 금융 기관이 구매가능하게 만든 금융기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자금 대출은 이자율과 안정성 면에서 꽤나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전문 금융기관이 소액이며 다원화된 서민의 신용 평가를 해서 대출을 해주기에는 품삯도 안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채권자 입장에서 처리에 골치 아픈 이벤트인 중도 상환을 예측하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이런 소액 대출을 묶..
재작년쯤, 얼굴도 모르는 '동문'이 굳이 보겠다고 해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외국계 보험사이기에 대충 각오는 했지요. 저는 PB 형식의 재무설계를 기대했었습니다. 이리저리 제 계획과 자금 운용상태를 묻기에 간략히 말해줬지요. 의외로 계획도 구체적이고 자금도 잘 운영되고 있어 좀 머쓱했나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열혈저축모드였거든요. 보험도 들어있고, 펀드도 가입되어 있고, 당장 팔 상품이 없었나 봅니다. 거기쯤에서 적당히 마쳤으면 좋았을 것을, 그 친구 오버를 하더군요. 인생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위험한지,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이 얼마나 슬픈지 소설을 씁니다. 보험하나 더 끼우고픈 생각은 이해합니다. 그래도 제 근원적인 고민인 재무설계 쪽은 얼렁뚱땅 넘어가고, 제 니즈와 맞지도 않은 상품만 협박을 통해..
다음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1. 메멘토 (Memento) 2. 페노미논 (Phenomenon) 3. 레인맨 (Rain Man) 4. 사랑의 기적 (Awakenings) 일반적인 답은, 신경학의 증례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들입니다. 정신분석학에 대한 영화와 이야기는 많습니다. 하지만, 신경학은 상대적으로 적지요. 정신분석학이 우리 마음의 OS 또는 SW를 다룬다면, 신경학은 HW와 구조를 다룹니다. 환자가 오면, 정신분석학자는 소프트웨어 스택을 살피고 바이너리 코드까지 내려가 이리저리 문제점을 진단하고 파악한 후, 작동되도록 고치는 디버깅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신경학자는 기계적 구조로 뇌에 접근하므로 마음껏 실험하지는 못합니다. 손상되면 안되는 하드웨어의 특징 때문이지요. 그리고 더 중요하게..
당신은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직원이 셋 있지만, 매장을 관리하는 강씨가 가장 핵심직원입니다. 당신과 함께 근무도 오래 했고, 태도도 좋고 매장을 훌륭히 유지해 나갑니다. 하지만, 작은 매장이라 매년 수입이 크게 늘기 힘들고 오히려 현상유지도 버거운 상태입니다. 반면 직원의 봉급은 물가상승률은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가장인 강씨는 생활고로 인해 연봉인상폭에 대해 예민합니다. 작년초에는 가게의 상황을 설명하고 봉급을 동결했고 올해 대폭 인상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연봉을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세가지 옵션을 떠올립니다. 1.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같이 하며 미래를 보자고 약속한 후, 다시 연봉 동결을 요청한다. 2. 대폭인상은 어려움을 설명하고, 올해 물가상승률을 상회..
(원제) The circle of innovation: You can't shrink your way to greatness 논리와 차분함과는 반대에 자리잡고 있어,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란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는 톰 피터스의 책입니다. '미래를 경영하라 (Re-imagine)' 를 통해 이 양반의 생각은 대략 알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힌 바처럼, 전통적인 경영 서적과 달리 마사지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가끔 다시 보려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썩 좋은 책이 아니라 읽은 책 또 읽기는 시간낭비란 생각도 들고, 이전에는 어떤 말을 했나 알고 싶기도 해서 '자기혁신 i디어'를 읽었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다른 책이지만 '미래를 경영하라'를 두번 읽은 효과가 충분하더군요. 톰 아저씨의 생각의 ..
인간이란 한없이 복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한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DNA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매우 간단히 컨트롤 되는 숙주입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주장하듯, 성적 만족이나 성취감 등의 기쁨을 인센티브로 제공하여 DNA 스스로의 안위와 보존을 담보합니다. DNA를 기업집단(conglomerate)의 회장으로 비유해 볼까요. 그 기업집단의 지주회사는 바로 파충류의 뇌로도 불리우는 구뇌(old brain)입니다. 하부구조를 볼까요. 화내고 기뻐하는 감정은 자회사 격인 대뇌변연계에서 처리합니다. 고상한 철학이나 이성, 논리 등은 손자회사쯤 멀리 떨어진 대뇌 피질에서 관장하지요.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의사결정은 구뇌가 우선권을 갖습니다. 제가 지주회사로 비유했듯 말입니다. 싸울까 도망갈까..
회사에서 식사 후 짬짬이 읽기에는 가볍고 짧막짧막한 책이 최고지요. 이 책도 큰 기대 없이, 시간 활용 차원에서 읽었습니다. '우화 경영을 만나다' 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스토리와 간단한 해설의 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책은 쌍둥이 구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우화..'와 달리 이 책은 그나마 볼만은 합니다. 쉽고 영감을 주는 스토리가 몇개 있습니다. 이야기마다 따라 붙은 해제는 눈여겨 보지 않았습니다. 우화의 장점은 확실히 존재합니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이야기구조와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날 재료란 점에서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꿀벌과 파리를 유리병에 넣고 병을 창가에 눕힌다. 병의 바닥은 밖을 향하고 주둥이는 안을 향해 열어 놓는다. 그러면, 빛을 쫓는 꿀벌은 막힌 주둥이에..
1995년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개념을 주창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텐슨 교수입니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명쾌하게 설명해서,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 이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찬사마저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파괴적 혁신'이란 이름에서 풍기는 의도가 안좋아서 지금껏 크리스텐슨을 읽지 않았습니다. 이슈를 만들고, 기업가를 위협해서, 주목을 받고자 하는 은밀한 열망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러 우연하고도 엉뚱하게, 기사를 읽다가 그가 몰몬교 신자라는 점에서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 미국인 싸부님이 몰몬 신자이시고, 그 분의 삶을 존경하기에 몰몬교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흥미를 느끼고 인터뷰를 몇개 더 읽다가 범상한 양반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책을..
세스 고딘은 분명 재주있는 이야기꾼입니다. 평이한 내용을 무언가 있는듯 포장하여 전달하는 기술이 탁월하지요. 저는 유사하게 재능있는 이야기꾼인 글래드웰이나 파운드스톤에 비하면 고딘은 내공 약한 떠벌이라 간주합니다. 말은 현란한데 핵심이 또렷하지 못해서 논리를 숭상하는 전략가 입에는 잘 맞지 않지요. '보랏빛 소가 온다' 이후에 고딘의 책은 다시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라는 포스팅의 ysddong님 댓글 소개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인 스토리텔링을, 스토리텔러 세스 고딘이 다뤘다니 냉큼이지요. (원제) All marketers are liars 함께 배송된 책 중 가장 눈을 끄는 날개와 판형. 읽고 싶어 안달나게 만드는 빨간 양장.. 서둘러 급한 ..
기발한 제목만큼이나 의미있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책의 주제와 부합합니다. 사실 저도 작년 인도 출장 전까지는 인도에 대해 무지했었습니다. 대개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도에 대해 신화와 허구 그리고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간디로 상징되는 이러한 오해를 벗어나야 인도를 제대로 알겠지요. 인도에 대한 오해의 고리는 이렇게 설명 가능합니다. 1. 인도는 영적이지 않다. 류시화 작가가 만든 환상이다. 식민지 시절 지배자 영국과 피지배자 인도가 서로의 이해가 맞아 만든 이미지에 불과하다. 돈을 좋아하는 세속성이 강하고, 힌두는 미신에 가까운 다신숭배의 종교이다. 특별히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지구상에 보존된 영적 커뮤니티라는 이미지를 찾으려면 힘들다는 소리다. 2. 인도의 핵심은 힌두고,..